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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재건축 과열, 구청이 주범?
[포커스] 재건축 과열, 구청이 주범?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3.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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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안전진단 기준 변경 강행”…“지역주민 압력에 무리수” 비난 빗발
서울 강남구청은 최근 한동안 잠잠하던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불을 질렀다.
강남구청은 지난 4월16일 “2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안전성 외에 경제성과 주변여건 등 4가지 기준을 감안해 재건축할 수 있도록 하고, 건설안전 전문가 이외 일반 전문가들도 포함해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구청은 또한 심의위원회 결정방식도 만장일치제에서 다수결원칙으로 바꿀 방침이다.
강남지역 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이 용이하게 진행되도록 안전진단 통과 기준을 바꾸겠다는 이야기다.
구청은 이를 위해 5월13일 전문가들을 초청해 재건축 여론 조성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구청의 방침이 발표되면서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은 수천만원씩 가격이 상승했다.
안전진단 통과는 재건축 성사 여부를 좌우하는 결정적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발 아파트값’ 폭등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예측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선도지표 역할을 할 정도로 아파트값에 큰 영향을 줬다.


정부에서는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4월18일 “강남지역에 대한 투기과열 현상을 조사해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하는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도 19일 강남구청에 안전진단 통과기준을 변경하지 말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이에 따라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는 일단 주춤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강남구청이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권기범 강남구청 도시관리국장은 “안전진단 통과기준을 변경하는 문제는 여전히 검토단계”라며 “5월13일 공청회도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국장은 “5월초에는 최종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진단 통과 권한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에서 자치구로 이양된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역주민의 압력을 받고 있는 강남구청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재건축 허용기준 완화에 매달리고 있다”며 “그 이유는 7월1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시행되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6월30일까지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적용을 받게 된다.
‘주택건설촉진법’을 대체하는 이 법은 사업계획승인이 떨어지고 나서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재건축추진 조합도 다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그동안 사업계획승인이 날 때까지 조합운영과 안전진단에 필요한 비용을 건설업체에서 부담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업 추진이 상당히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서울시의 개발밀도조정계획에 따라 용적률과 층수 제한을 받는다.
제1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 150% 이하로 재건축해야 하며, 제2종과 제3종은 각각 200%, 250% 이하를 적용받는다.
낮은 용적률을 적용받을 경우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시행되고 서울시가 재건축 연한을 30년 이상으로 정하면 20~30년 경과한 아파트는 재건축이 불허된다.


당장 안전진단이 통과되더라도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규모가 300세대, 부지 1만㎡ 또는 7층 이상이면 지구단위계획을 세워야 한다.
계획수립기간이 3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7월 이전에는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힘들다.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단지는 결국 새로운 법을 적용받게 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7월1일 이후에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강남구청이 재건축 시장과열을 부채질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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