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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털, 뉴스 콘텐츠와 전쟁
[비즈니스] 포털, 뉴스 콘텐츠와 전쟁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3.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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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과 윈윈, 인터넷 여론 주도 세력화

이라크 전쟁이 끝맺음된 지금, 포털 사이트에선 소리없는 전쟁이 치열하다.
이들을 전쟁으로 유인한 것은 뉴스 콘텐츠다.
최근 포털들의 뉴스 서비스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각 포털들이 뉴스 기능에 또 다른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포털들의 이런 노력 덕분에 대표 포털 사이트에 뉴스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네티즌들의 수는 이미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의 방문자 수를 훌쩍 넘어섰다.
도대체 그동안 포털 사이트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인터넷에서 뉴스 콘텐츠를 둘러싸고 심상치 않은 조짐이 처음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1년 9·11사건 때부터다.
이때 인터넷의 모든 뉴스 사이트들이 폭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신문과 방송의 한계를 느낀 네티즌들이 자연스럽게 인터넷으로 향했던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뉴스는 방송의 동영상과 신문의 텍스트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를 계기로 발빠른 포털들은 뉴스 콘텐츠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매우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뉴스 콘텐츠가 매우 중독성이 높은 콘텐츠임을 확인한 것이었다.
인터넷 리서치기관인 코리안클릭 유도현 이사는 이렇게 분석한다.
“과거엔 콘텐츠 가운데 가장 중독성이 높은 것은 포르노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뒤엎을 정도로 뉴스 콘텐츠의 가치가 드러났던 것이죠.”


포르노보다 중독성 강한 뉴스 콘텐츠

이때부터 시작해 지난해 초반 뉴스에 공을 들인 곳은 대표적으로 지식발전소의 엠파스 www.empas.com와 NHN의 네이버 www.naver.com였다.
두 회사는 검색을 통해 뉴스를 찾는 이용자들이 늘어나자 뉴스 서비스를 발빠르게 보강했다.
특히 6월 월드컵을 계기로 ‘붉은 악마’ 폭풍이 일어나자 엠파스의 뉴스 검색률은 거의 두배씩 뛰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여중생 사망사건, 대통령 선거 등이 이어지면서 인터넷 여론이 폭발적인 힘을 갖게 되자 포털들의 뉴스 이용률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런 현상을 주의깊게 지켜본 ‘다음’은 미디어 강화의 깃발을 가장 높이 올렸다.
다음은 올초 미디어다음 media.daum.net이라는 이름으로 뉴스 섹션을 새롭게 단장하고, 구성에도 힘을 덧붙였다.
기자 출신 인력들을 충원해 자체 편집능력을 키우고, 뉴스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기도 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특히 미디어다음은 기존 언론사 사이트들이 보여준 한계를 한단계 넘어서려는 노력을 보여 주고 있다.
이제까지 언론사 사이트들은 대부분 자사의 콘텐츠만을 담아내기 때문에 다양하지 못할뿐더러, 논조에 얽매여 있어 네티즌들의 의사가 자유롭게 반영되지 못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은 포털 사이트의 중립성을 충분히 살려 뉴스를 통한 양방향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뉴스에 대한 네티즌들의 시각을 모아 다시 기사화할 정도로 완전히 네티즌들에 의해 구성된다.
조선일보에서 오마이뉴스까지 모두 포괄하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가능한 것도 그런 개방성의 결과다.
” 미디어다음의 석종훈 본부장은 능동적 형태의 미디어를 지향하는 다음의 뉴스 전략을 이야기한다.
그 결과 다음은 불과 두달여 만에 전통적으로 뉴스에 강점을 누려온 야후 www.yahoo.co.kr를 제칠 뿐 아니라 뉴스 사이트 전체를 통틀어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다음과 자웅을 겨루고 있는 NHN 역시 뉴스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그 방식은 다음과는 조금 달랐다.
NHN은 최근 YTN과 약 10억원씩을 공동으로 출자해 디지털YTN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디지털YTN은 YTN의 24시간 실시간 뉴스콘텐츠를 활용해 유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뉴스 콘텐츠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삼을 예정이다.


이것은 두 회사가 모두 윈윈하는 방법으로 여겨진다.
현재 실시간 동영상 뉴스 콘텐츠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은 YTN이다.
하지만 YTN은 웹사업 경험이 많지 않아 풍부한 콘텐츠를 갖고 있어도 사이트 유지에 적잖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반면 NHN은 네이버 검색에 뉴스 콘텐츠, 그 가운데서도 동영상 콘텐츠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NHN은 점차 인터넷 사이트에서 뉴스 이용률이 높아지면, 콘텐츠를 가진 쪽이 헤게모니를 쥘 가능성이 높아지리라는 것도 함께 느꼈다.
따라서 NHN은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YTN과 손을 잡기로 선택한 것이다.
대신 NHN은 디지털YTN에 포털 운영 노하우와 사이트 관리기술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포털 사이트들이 인터넷을 통한 뉴스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는 동안 한쪽에서는 다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새롬기술이 미디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새롬기술은 ‘더 데일리 포커스’라는 회사를 새로 만들어 지분의 51%, 약 25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롬기술은 포털들이 접근하는 것과는 달리 우선 오프라인 신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것도 특정분야의 전문지가 아니라 종합지 형태의 일간지를 지향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두고 새롬기술이 제2의 <메트로>, 즉 지하철 승객들을 대상으로 한 무가지를 창간한다는 예측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메트로>의 인력들이 새롬기술쪽으로 많이 이동했고, 50명 안팎의 인력들로 중소형 신문을 창간한다면 그런 형태가 가장 유력하다는 것이 근거로 이어졌다.
새롬기술 관계자도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현재 새롬기술에선 준비팀을 꾸리고 약 두달 뒤에 신문의 모습을 선보일 계획을 하고 있다.



다음·NHN·새롬, 발빠른 움직임

새롬기술은 자신들의 미디어 진출이 기존사업과 전혀 관계없는 무분별한 사업확장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오상수 사장이 물러난 뒤 지금의 홍기태 사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미디어사업을 새롬기술의 새로운 사업방향 축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프리챌을 인수한 것도 그런 사업방향의 일환이며, 앞으로 오프라인 신문이 자리를 잡으면 프리챌을 통해 인터넷 미디어로도 진출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대우증권 허도행 연구원은 “확실한 주수익원이 없는 회사가 전혀 해보지 않은 영역, 그것도 미디어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한 포털 사이트 미디어 담당자는 “이제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매체는 얼마든지 다양해질 수 있어 새롬기술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콘텐츠를 직접 생산할 수만 있다면 그것을 여러 형태의 서비스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 매우 가까운 현실로 다가왔다.
포털 사이트들이 ‘언론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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