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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택배사 새 성장엔진 ‘3자물류’
[비즈니스] 택배사 새 성장엔진 ‘3자물류’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3.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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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8조원 규모, 빅4 한판 경쟁 채비…업계 역량 제고, 제도적 뒷받침 과제

택배사들의 고성장이 한풀 꺾였다.
2, 3년 전까지만 해도 택배회사들은 매년 거의 100% 성장률을 자랑했다.
하지만 올해 택배사들의 예상 성장률은 20%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일반 제조업체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성장률이지만 한번 고공 성장을 맛본 택배사들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첫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부진’의 원인은 뭐니뭐니해도 경기불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불황으로 택배사의 가장 큰 고객인 이른바 ‘신유통 3인방’, 즉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네트워크 마케팅의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홈쇼핑업체의 매출 부진은 치명적이다.


열악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택배사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고민했다.
그리고 해답이 나타났다.
‘3자물류’(3PL)라고 부르는 기업물류 시장이 ‘황금 시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른바 ‘택배 4강’에 속하는 현대택배, 한진, 대한통운, CJGLS 등은 3자물류 시장에서 치열한 한판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3자물류란 기업이 제품 생산을 제외한 모든 물류 부문을 전문 물류 업체에게 아웃소싱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지금까지 수송이나 보관 등 물류의 일부분을 택배나 물류 회사에 아웃소싱하는 경우는 허다했다.
하지만 3자물류란 이런 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원자재 배송, 재고관리 및 보충, 포장, 상품 배송, 통관 업무, 그리고 물류 기획 및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물류에 대한 ‘토털 서비스’를 물류 업체가 대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자재 배송서 통관까지 토털 서비스

3자물류는 기업과 택배회사들에게 모두 이득을 안겨주는 ‘윈윈’ 사업 형태라고 업체에선 평가한다.
우선 기업이 직접 물류를 운영하려면 창고보유, 차량관리, 인력 등 상당한 고정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물류 관련 고정자산이나 인력고용이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물류를 아웃소싱하면 경기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모든 역량을 생산부문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비용적으로도 기업이 물류를 아웃소싱할 경우 10~3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물류 업체 입장에서도 밑질 게 전혀 없다.
우선 기업으로부터 안정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새로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한 새로운 물량을 받아 낮에는 텅텅 비는 물류센터를 가동시킬 수 있게 돼 기존 시설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 택배시장에서 저가 출혈경쟁에 지치고, 신유통 3인방의 매출 하락으로 걱정이 쌓여가는 택배 회사에게 3자물류는 새로운 대체 시장이 될 수 있다.


사실 해외에서는 3자물류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예컨대 미국의 델 컴퓨터가 페덱스(FedEx)와 3자물류 계약을 맺어 재고를 없애고 싼값에 PC를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대표적인 3자물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또한 지난 2월 대한상공회의소 발표자료에 따르면 1999년 기준으로 미국은 65% 이상의 기업이 3자물류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이제 3자물류가 택배회사들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보스턴컨설팅에 따르면 국내 3자물류 시장은 2000년 1조원, 2001년 1조9천억원, 지난해 2조5천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폭발적으로 성장해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77조원으로 예상되는 국내 물류시장의 10%를 넘는 것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물류업무 진단, 기획까지 물류 아웃소싱을 하고 있는 기업은 99년 1.8%에서 지난해 10.4%로 올라갔다.
선진국의 아웃소싱 비율을 고려하면 이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 잠재력이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엄청난 시장이 나타나자 택배회사들은 저마다 ‘3자물류’를 외치고 있다.
1998년 뒤늦게 출발해 택배업계의 후발주자였던 CJGLS는 당시 차별화 전략으로 3자물류를 내세웠다.
현재 220여 기업의 물류를 대행하고 있는 CJGLS는 올해 들어 크레이밸리코리아(세계 4대 에너지화학업체인 프랑스토털피나엘프의 한국 자회사), 동화기업 등 굵직한 4개 기업과 물류 아웃소싱 계약을 맺었다.
또한 4월1일부터 제일모직의 물류대행을 시작했다.
CJGLS쪽은 이들 기업 고객에게 매달 물류비 발생 현황, 차량 효율화 지표 등 컨설팅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다.
GLS 민병규 경영전략실 상무는 “올 1분기 3자물류 매출액은 4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이상 늘었다”고 말한다.


대한통운도 올해 기업 물류를 최대 역점사업으로 정했다.
대한통운은 글로벌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상수출입, 항공수출입까지 모두 대행하겠다고 말한다.
대한통운은 LG다우를 비롯해 한글라스, 효성 등 100여개 기업에 3자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 한국전력, 진로, 대우차 등에 3자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진택배도 최근 현대석유화학과 3자물류 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형고객 확보에 발벗고 나섰다.
이 회사 김기선 상무는 “그룹 계열사들의 육상, 해상, 항공 등 종합 물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한다.


아울러 현대택배도 지난해 7월부터 국내 최대 지류판매회사인 ACTS사의 지류운송을 대행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는 의류, 신발, 잡화 등 패션 전문 브랜드인 팀버랜드의 한국 내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택배사들이 내놓는 3자물류 매출 실적을 그대로 믿기엔 석연치 않은 측면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벽한 의미에서 토털 물류 시스템을 제공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솔직히 인정한다.
아직은 택배사들이 보관·배송 등 유통 채널의 일부분만을 담당하면서 매출은 ‘유행에 따라’ 3자물류로 잡아놓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3자물류 매출 비중이 부풀려질 수밖에 없다.



유행에 편승…매출 비중 부풀려지기도

게다가 3자물류 시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문제는 기업과 택배사 모두에게 있다.
우선 기업들은 상당한 규모를 갖고 있는 물류 부문을 외부에 떼어주는 것을 기업 축소로 인식한다.
아웃소싱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개 택배사들의 3자물류 고객은 아직까지는 대기업보다는 중소형 기업에 치중해 있는 게 사실이다.
택배사들 역시 아직은 역량이 부족하다.
예컨대 수출 기업의 물류를 도맡았을 경우 원자재 구매는 물론 통관까지 모두 대행해야 하는데 아직은 믿고 맡기기엔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물류 산업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도 부족하다.
예컨대 창고나 화물처리장 등 물류시설을 건립할 경우 제조업체는 ‘공장시설용지’에 건립할 수 있다.
하지만 물류업체는 이보다 분양가가 2.5~3배가량 비싼 ‘물류시설용지’에만 건립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을 위해선 물류 비용을 줄여야 하고, 3자 물류는 그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3자물류 시장을 안착시키기 위해선 기업들의 성숙된 의식과 택배사들의 역량 제고,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업계에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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