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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젤2 외풍, 수비를 강화하라
1. 바젤2 외풍, 수비를 강화하라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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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BIS제도 대폭 강화… 자본 부담 늘어 리스크 관리능력 비상


중소형 은행들이 대형화냐 특화냐 하는 고민에 빠져 있는 가운데 신 바젤협약(바젤2)이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바젤협약은 IMF 외환위기 이후, 부실 은행의 생사를 가르는 척도로 쓰여 우리에게도 익숙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하는 기준을 담고 있다.
지난 4월29일 3차 최종 협의안이 발표된 바젤2는 기존 BIS제도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은행산업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전문가들은 바벨2가 시행될 경우, 우리 은행들의 자본 부담이 늘어나 현재 10%를 넘고 있는 평균 BIS 비율이 8%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바젤2가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능력을 갖춘 선진 은행에는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후발 은행에게는 자본 부담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능력이 취약하고, 가뜩이나 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려 있는 우리 은행들에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BIS제도는 기본적으로 돈을 빌려준 업체의 부도 등으로 손실이 생기더라도 은행이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대출금(자산)에 비례해 적정 규모의 자기자본을 갖고 있게 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것이다.
이때 리스크가 큰 자산에 대해 더 많은 자본을 준비해 두도록 하기 위해, 각 자산별 위험 가중치를 곱하게 한다.
바젤2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위험 가중치를 한층 세분화한 것이다.
그동안은 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똑같이 100%의 위험 가중치를 부여했다.
예를 들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삼성전자에 빌려준 돈이나, 리스크가 높은 하이닉스에 대출해준 돈이나 모두 100%의 가중치를 부여한 것이다.
이럴 경우 은행들은 자본 부담이 같다면, 5%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삼성전자보다는 30%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하이닉스에 대출해 주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바젤2는 이런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개별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해 위험가중치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각 은행은 외부 신용평가기관의 평가 등급을 그대로 적용하는 ‘표준방식’과 자체적으로 구축한 신용평가시스템으로 매긴 신용등급을 적용하는 ‘내부신용등급 평가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표준방식을 채택할 경우 자본부담이 더 늘어나게 돼 있다는 점이다.
자체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개발도상국 은행들에는 상당히 불리한 규정이다.
국가 신용등급을 위험가중치 산정에 반영하도록 한 것도 논란거리다.
이 역시 국가 신용등급이 낮은 개발도상국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바젤2는 추가적인 협의 과정을 거친 뒤 올 4분기 중으로 최종안이 확정되고, 각 국가별 준비기간을 거쳐 2006년말 부터 적용된다.
일단, 13개 바젤 회원국의 국제 업무를 하고 있는 선진은행이 의무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바젤2는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이다.
한국은행 은행연구팀 전광호 조사역은 “현행 BIS제도는 13개 회원국만 의무적으로 따르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100여개 나라에서 국제적인 규범으로 통용되고 있다”며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외국 선진 은행과 거래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과 관리능력 강화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은행들 대부분이 수십억원을 추자해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이미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투자 부담은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금융연구원 김상환 연구위원은 “문제는 오히려 시스템의 실제 적용에 있다”며 “대부분의 은행이 시스템만 갖춰 놓았을 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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