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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경기부양 초읽기, ‘함정’은 없나
[포커스] 경기부양 초읽기, ‘함정’은 없나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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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금리 0.25%포인트 인하 유력…부동산·건설 경기 과열 우려 목소리도

역시 북핵문제의 위력이 대단한 걸까. 질질 끌던 경기부양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마침내 가닥을 잡았다.
4월30일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현행 4.25%인 콜금리는 3%대의 물가수준에 비하면 높은 편”이라고 발언,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열었다.
금리에 관한 한 ‘최후의 보루’로 군림하던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날 금리인하 수용의 뜻을 비침으로써, 이미 상당 부분이 합의됐음을 짐작케 했다.


잇달아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이 추경예산 편성 의사를 밝혔고, 5월2일 김진표 부총리는 “이달 중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해,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때마침 국제통화기금(IMF)의 데이비드 코 한국담당과장은 4월30일 재정경제부에서 연 회견에서 “한국정부가 더 팽창적으로 재정·금융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 의견을 던졌다.
마침 방한중이던 S&P 정부신용평가단의 존재도 경기부양쪽으로 무게를 싣는 데 보탬이 됐다.
금리인하에 가장 큰 부담감으로 작용하던 물가 불안이 이라크전 종전과 함께 눈에 띄게 완화된 것도 중요한 몫을 했다.


어느새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대세로 자리잡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가계대출 급증과 신용불량자 양산, 부동산값 폭등 등 지나친 부양책에서 비롯된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부양 타령’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건재하다.
반면 적자재정을 감수하고라도 추경예산을 10조원 수준까지 편성해야 한다거나, 금리를 수차례에 걸쳐 1%포인트 가량 낮춰야 한다는 등 너무 앞서가는 듯한 목소리도 들린다.



소비·투자 심리 회복에 효과 기대

5월13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금리인하에 관해서는 ‘이미 때를 놓쳤지만, 더 이상 늦춰서도 안 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심상달 연구원은 “지난달에 인하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0.25%포인트 정도 낮추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현 상황에서 금리를 조금 낮춘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심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급속히 개방되면서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의 연계가 높아짐으로써 소비자들이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결국 소비자심리 개선을 통해 투자자심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 허찬국 소장도 “한국은행이 물가안정만 앞세워 지난 1~2년 동안 금리를 ‘복지부동’식으로 너무 경직되게 운용했다”고 비판하면서 “금리인하가 소비, 투자 진작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선임연구위원은 세계적 금리인하 추세에 비춰, 콜금리 인하의 방향은 무리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통화정책의 효과면에서 시기가 이미 늦었으며, 0.25%포인트 인하 정도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 연구원은 또 “정부의 경기지지 노력은 경기부양 자체를 목표로 한다기보다 실물기반이 급격히 붕괴하면서 야기될 수 있는 취약한 금융부분의 추가 경색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측면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즉 현시점의 경기부양책이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건전성을 저하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책실기에서 빚어진 실물경기 급락에 대한 부담감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마련됐다는 주장이다.


금리인하를 전제하면, 다음 단계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책에 모아진다.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는 부동산가격에 대한 염려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하는 등 부동산이 훌륭한 투자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최공필 연구원은 “금리인하는 곧바로 부동산 경기를 자극할 것이며, 지난해와 같은 폭등 양상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심상달 KDI 연구원은 “염려스럽긴 하지만 일부지역에서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고, 기준시가 상향조정으로 억제요인이 꽤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의 이정우 정책실장이 보유과세 강화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가진 인사여서 기대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추경예산, 무차별 집행은 피해야

재정경제부 박병원 경제정책 국장의 견해는 좀 다르다.
박 실장은 “부동산 가격이 불안한 주된 원인은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83%밖에 안 되는 것이지, 낮은 금리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신도시 건설 등 공급확대책을 병행할 것을 제시했다.


추경예산안이 6월 정기국회를 통과하려면 정치권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겠지만, 벌써부터 그 규모와 집행분야를 놓고 말들이 많다.
김진표 부총리는 “추가로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쓸 수 있는 재원은 2조3천억원”이라고 밝혔으나, 그 이상 즉 5조원가량이 적당하다는 주장이 많다.
심상달 연구원은 “5조원을 편성하되, 3조원을 조속히 집행하고 나머지는 경기상황을 지켜보면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그러나 예산규모보다는 어떻게 적절한 분야에 배분하느냐가 더욱 중요함은 물론이다.
자칫 건설경기가 과열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연구원은 “무차별적 집행을 피하고, 사회와 교육분야 사회간접자본(SOC) 등 부작용이 적은 부문에 집중적으로 지출해야 경기진작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문제가 점점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고용기반 구축을 위한 직업훈련 등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도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이와 관련 재경부 박병원 국장은 도로·항만·공항 등 SOC분야의 투자가 경기과열을 가져온다는 견해에 반대하면서, “건설·토목 분야뿐만 아니라,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서민생활 안정에 도움이 되는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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