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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나홀로 기업’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라
[창업] ‘나홀로 기업’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라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 승인 2003.05.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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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워서 좋고 민첩해서 좋고


영국의 경우 1999년 말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회사 수 가운데 11%만이 중대형 기업이다.
나머지 89%는 1인 기업이거나 2~4인이 모여 만든 소기업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소자본 창업이라고 하면 지금까지는 점포형 사업이 대표주자였으나 최근 들어 1인 기업으로 운영할 수 있는 커리어형과 소호 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아무리 소규모 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점포형 사업의 경우 경비가 적지 않게 든다.
임대료도 만만치 않고 인건비도 그렇다.
사무실형이라고 해도 일정 규모가 되면 점포형 뺨치는 경비가 든다.
사무실형 사업의 경비는 주로 인건비다.


이런 측면에서 1인 기업형 사업들은 창업자 혼자서 홀가분하게 최소 경비로 운영할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관심을 끈다.
창업자의 판단과 노력으로 사업을 전개하므로 민첩성이 있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1인 기업이 늘어나면서 공동오피스, 전화비서, 사서함 보관사업 등 이들을 지원하는 서비스업이 별도로 등장할 정도다.
일명 ‘나홀로 창업’으로 불리는 1인 기업형 사업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커리어를 살린 전문직형 사업이 대표적이다.
주로 컴퓨터와 관련한 분야에 1인 기업형 사업이 많다.
비디오영상 편집사업, 소점포들을 위한 POP(구매시점광고) 제작대행업, 각종 컨설팅 사업은 대표적인 1인 기업형 업종이다.


영업형 사업도 대표적인 1인 기업형 업종이다.
한글 인터넷 주소를 미리 확보하고 이를 발판으로 인터넷상의 벼룩시장을 운영하는 사업도 인기다.
동네 부동산, 배달음식점, 학원 등 광고 수요가 많은 업종들을 해당 사이트 광고로 유치하는 것이다.



화이트칼라·청년 창업자에게 인기

이밖에 홈스쿨형 업종이나 프리랜서형 업종들도 1인 기업형 아이템에 속한다.
홈스쿨형 사업은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아이템이다.
별도의 사무실 없이 안방에서 최소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특성상 1인 기업 창업에 관심이 높은 계층은 화이트 칼라 출신과 청년 창업자들이다.
또한 영업경험이 많은 영업직 출신들도 대인 교제력과 영업력을 기반으로 1인 기업을 창업하는 사례가 많다.


이동통신 단말기 회사에서 영업관리를 하던 조진호(42·KVS 강동지사)씨는 영업관리 경험과 전 직장 경험을 기반으로 나홀로 창업에 도전한 경우다.
하지만 조씨가 처음부터 성공한 건 아니다.
IMF로 실직한 후 점포형 사업인 통신기기 판매대리점을 창업했으나 실패를 맛본 후에야 나홀로 창업에 나섰다.
사업 실패로 창업자금이 넉넉하지 않았던 조씨는 초기 비용이 저렴한 기술형 업종을 찾던 중 영상편집 사업으로 업종을 전환해 성공의 주인공이 되었다.


비디오 영상은 촬영보다 편집과정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결정된다.
디지털 캠코더가 보급되면서 일반인들도 손쉽게 촬영은 할 수 있게 됐지만 편집은 상당한 전문성을 요한다는 점을 겨냥해 등장한 사업이 비디오 영상편집 사업이다.
잘못 촬영한 부분을 수정하거나 보완하고 특수효과와 타이틀, 자막 등을 넣고 편집한 영상에 맞는 배경음악까지 삽입하는 등 촬영한 비디오 영상을 제대로 꾸며주는 일이 주 업무다.


이 사업은 별도의 점포를 두지 않고서도 일정 장비를 갖추고 기술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갖춰야 할 장비는 편집효과기, 자막기, 디지털 캠코더, 헤드 편집용 비디오 등이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 전문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게 단점일 수도 있지만 요즘같이 경쟁이 치열할 때는 오히려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만큼 경쟁이 덜하고 기술형 사업이라 마진이 높아 매출액의 95%가 순수익이다.


무점포 또는 재택으로 창업하면 임대료나 사업장 구입비도 절약할 수 있다.
사무실을 갖출 경우는 약 5평 정도의 공간이면 된다.
무점포 창업시 들어가는 총 창업비용은 900만원 정도이며 이후 들어가는 별도 비용은 거의 없다.
조씨도 초기에는 컴퓨터와 장비 한대로 시작했다.
가맹비와 장비구입비를 포함해 조씨가 투자한 금액은 총 1천만원이다.
본사에서 3개월간 무상교육을 받았다.
본사의 교육은 주로 아날로그 방식 위주로 진행되었지만 조씨가 창업을 할 때에는 디지털 편집사업으로 전환했다.


“효과들이 신기하고 지금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는 일이 즐겁습니다.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편하니 절로 흥이 납니다.
처음 주문받았던 작업이 근우회 영상편집이었는데 한번 작업을 해보니까 자신감이 붙더군요.”

혼자 운영하다 보니 사무실을 비워두고 영업을 나갈 수가 없는 조씨는 한달에 한번 정도 아내에게 사무실을 맡기고 그동안 편집했던 자료를 캠코더에 담아 수요가 있는 곳을 방문해 보여준다.
말로 하는 영업이 아니므로 영업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지만 모든 결정을 혼자 내려야 하는 게 힘들어 명함에 ‘실장’으로 해서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혼자 일을 하다 보니 출장촬영은 할 수가 없어 촬영은 프리랜서들에게 의뢰하고 주로 사무실에서 편집을 하는 편이다.
“외근이 힘들어 사람을 내 주변으로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사무실 2층에 작은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영상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에게 장비를 대여해주기도 하며 2층 사무실을 동아리 공간처럼 활용하고 있지요. 사람들이 모이면 영업에도 도움이 되고 새로운 장비나 기술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어 앞으로 더욱 활성화할 생각입니다.
어차피 혼자서 일을 다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무리고 직원을 둘 수 있는 형편은 못되지만 일을 나눠서 할 수는 있으니까요. 일을 나누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죠.”


외상거래 피하고 전문성·영업력 갖춰야

나홀로 창업은 우선 현금 회전을 위해 외상 거래를 피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하고 혼자서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돈만 바라보고 하는 일이라면 힘들 수 있다.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며 즐거워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게 조씨의 조언이다.


조씨처럼 1인형 사업에 도전할 경우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이 해당 업종 전문성이다.
아무리 쉬워 보이는 사업도 사람마다 전문성은 천차만별이다.
청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베테랑과 초보의 청소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인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누구나 사업 초기부터 전문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연구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둘째로는 영업력이다.
영업력이란 단지 방문판매 같은 세일즈맨십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적극성과 원만한 대인관계, 성실성, 치밀함, 사전 준비성 등은 영업력의 필수조건이다.
소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당할 수가 없다.
하지만 매사에 생각하는 자세로 영업준비를 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로는 대부분의 1인 사업이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고객의 만족을 통한 입소문은 사업의 성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2년 정도 고생하면 안전궤도에 들 수 있는 것도 만족한 고객의 입소문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넷째로 여유있는 마음 역시 필수요소다.
하루하루 매출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오래 버틸 수가 없다.
그 일을 좋아해야 하고 작은 일은 그냥 무시하는 대범함도 필요하다.
먼저 사업에 확신을 가지고 사업 초기 매출이 저조할 때도 포기하거나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런 여러가지를 고려한다면 1인 기업이란 다른 모든 인생사와 마찬가지로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1인 기업이라고 해서 경쟁의 강도가 약해지는 건 절대 아니다.
1인 기업자도 시장에 나설 때는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해야 하므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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