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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국-USAi, 닷컴 부활 견인하나
[글로벌] 미국-USAi, 닷컴 부활 견인하나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3.05.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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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딩트리 인수로 사업 확장…인터넷 업계 M&A 불 지필 듯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그룹은 2000년 닷컴 주식의 폭락을 몇달 전에 예견한 적이 있다.
당시 가트너그룹이 내놓은 전망은 지금 돌이켜봐도 탁월한 구석이 있다.
닷컴 주식의 폭락 이후 닷컴기업이 동요하면서 ‘e경제’ 실패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결국 2001년과 2002년에 걸쳐 신경제에 대한 환상은 완전히 붕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트너그룹은 2003년 바닥을 지나고 나면 2004년부터 진정한 e비즈니스들이 등장해 시장이 다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닷컴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가트너그룹의 통찰력은 정확했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닷컴은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최소한 외형적으로 보면 그런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S&P는 IT(정보기술)업종에 대한 투자등급을 ‘비중축소’에서 ‘시장평균’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베이, 야후 등 일부 닷컴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닷컴 업계의 떠오르는 기대주 USA인터랙티브(USAi)가 그런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최근 USAi가 주식스왑 방식으로 온라인 대출업체인 렌딩트리를 7억16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USAi는 이미 인터넷 여행업체인 엑스피디아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엑스피디아는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미국 최대의 여행사로 성장했다.
이밖에 다른 계열사인 호텔스닷컴, 온라인 공연티켓 판매업체인 티켓마스터 등도 각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USAi의 렌딩트리 인수는 여러모로 의미있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우선 이번 인수는 USAi쪽에서 보면 금융업과 부동산쪽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렌딩트리는 이른바 ‘역경매’ 방식으로 주택담보 대출(모기지론)과 부동산 중개를 하고 있다.
개인이 원하는 저당률과 공제수수료 따위를 정해놓으면 그 조건에 맞는 대금업자 리스트가 제공되고, 고객은 단지 선택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 렌딩트리는 이런 수익모델을 통해 올 1분기 매출이 3920만달러로 58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닷컴 거품 붕괴 속에서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생존자인 셈이다.
더 중요한 것은 렌딩트리가 앞으로 닷컴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확실히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USAi의 CEO인 배리 딜러도 렌딩트리 인수에 대해 “금융서비스와 부동산은 가장 전망있는 온라인 분야”라고 자신있게 대답하고 있다.


두번째로 이번 인수를 계기로 지난 3년 동안 위축됐던 인터넷 업계의 인수·합병(M&A) 붐이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닷컴 붕괴 이후에도 인터넷의 네트워크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USAi가 입증했다고 말한다.
다양한 닷컴 계열사들의 인수합병을 통해 인터넷 이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사업의 부가가치와 시너지도 높아진다는 원칙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런 네트워트 효과를 노려 인터넷 업계의 M&A 열기가 다시 달아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USAi의 CEO인 배리 딜러는 파라마운트 영화 스튜디오와 폭스TV 등을 경영한 적이 있는 할리우드 출신의 언론 재벌이다.
그는 지난해 케이블 방송과 영화사업 부문을 프랑스 언론그룹인 비방디유니버설에 매각한 후 인터넷 중심의 그룹 재편을 시도해왔다.
단지 지분 참여만 하고 있던 알짜배기 닷컴기업 익스피디어, 호텔스닷컴, 티켓마스터를 인수한 것도 지난해였다.
이제 렌딩트리의 인수로 그가 그리고 있는 인터넷 왕국의 밑그림은 서서히 모양을 드러내고 있다.
USAi는 벌써부터 아마존, 이베이, 야후와 함께 미국의 ‘인터넷 4인방’으로 확실한 대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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