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컴퍼니] 우리금융, 은행부문 1분기 최고 실적
[컴퍼니] 우리금융, 은행부문 1분기 최고 실적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05.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주회사의 힘 ‘수면 위로’


최근 우리금융그룹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처음 도입해, 지난 2001년 4월 출범한 우리금융그룹은 그동안 꾸준하게 추진해온 구조조정 성과에도 불구하고,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를 모아놓았다는 부실 이미지 때문에 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하지만 최근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업계 최고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분기에 은행권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20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SK글로벌 사건과 카드 부실 문제로 대부분의 은행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적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또한 정부가 지분 매각을 통해 올해 안으로 우리금융그룹을 민영화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도 관심거리다.


사실 그동안에도 업계 관계자들 가운데는 국민은행보다 우리은행의 성장 잠재력을 더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가계대출 부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하던 지난 4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구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 만들어진 국민은행은 어차피 소매금융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기업금융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은행보다는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을 두루 갖춘 우리은행이 더 무서운 존재다.
그룹 차원의 시스템만 갖춘다면 엄청난 파워가 현실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1분기 실적만 보고 그러한 가능성이 실제로 확인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교보증권 성병수 애널리스트는 “IMF 이후 기업의 연쇄 도산이 이어지면서 개인대출에 주력하던 국민은행이 선도은행으로 급부상했던 것처럼, 가계대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우리금융그룹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금융그룹이 완전하게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고,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몇년은 더 보여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북 사업영역 정리 성공적

우리금융그룹은 그동안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기 위해 은행부문의 기능 재편과 사업 구조조정 작업을 해왔다.
평화은행을 카드사로 전환해 우리카드로 분사한 다음, 여기에 우리은행과 경남은행의 카드사업부문을 합쳤다.
중복 사업영역을 그룹 차원에서 한군데로 모아 전문화한 것이다.
지난 1분기 우리은행의 순이익이 많았던 것도, 카드부문을 따로 떼어내 다른 은행에 비해 대손충당금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금융그룹은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자회사의 경우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업무 기능과 IT 시스템만 우리은행에 통합 운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우리금융그룹 이원철 부부장은 “지방은행은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합치기보다는, 지역밀착형 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우리금융그룹은 하반기부터 그룹 차원의 연계 영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 전광우 부회장은 “고객들의 욕구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금융기관의 경쟁력은 복합상품을 얼마나 다양하게 공급할 수 있느냐, 원스톱 서비스를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 부회장은 그런 점에서 지주회사체제가 상당히 유리하다고 말한다.
우리금융그룹은 연계 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우리은행의 점포망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후선 업무를 떼어내 센터로 집중했고, 일선 점포는 ‘금융상품 백화점’으로 바꾸었다.
각 계열사가 갖고 있는 고객정보를 이러한 연계 영업에 활용하기 위해, 통합 CRM을 구축하는 작업도 한창 진행하고 있다.



합상품 판매, 원스톱 서비스 유리

하지만 올해 우리금융그룹의 가장 큰 과제는 민영화다.
현재 우리금융그룹의 최대주주는 87.7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다.
사실상의 국유은행인 셈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최근 실적을 근거로 우리금융그룹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한국개발연구원 김현욱 연구위원은 “우리금융그룹이 정부가 주인이라는 데서 오는 혜택을 전혀 안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차단이라는 복잡한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은행 민영화에 재벌의 참여를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인가에 있다.







인터뷰/ 전광우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소프트웨어 개혁 나설 때”



전광우 부회장은 평화은행의 카드사 전환 등 그동안 구조조정 작업을 직접 이끌어온 그룹의 전략책임자(CSO)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국제금융팀장으로 활동하던 97년 말, 재경부 장관 자문관을 맡아 경제위기 극복 프로그램을 짜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그후 국제금융센터 소장을 거쳐 2001년 4월 우리금융그룹 출범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전 부회장은 “하드웨어적 구조조정은 거의 마무리됐다”며 “이제 영업실적 개선 등 소프트웨어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한다.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중 1분기 실적이 가장 좋았다.
우리금융그룹 전체로는 1분기 경영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그룹 차원에서 2천억원 정도 수익을 냈다.
우리은행 등 은행부문에선 좋은 실적을 올렸지만, 우리카드에선 손실을 봤다.
지난 2년 동안 추진해온 구조조정 작업이 긍정적 효과를 내기 시작한 부분도 있고, 부실자산을 과감하게 줄이고 적극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온 경영정책이 결실을 맺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1분기 성과를 너무 내세우는 건 여전히 조심스럽다.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고, 금융시장 불안도 가라앉지 않는 등 당분간 만만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리라 본다.
그룹 경영협의회를 통해 계열사 CEO들에게 지금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경비를 10~20% 절감하고, 그룹 차원의 생산성 제고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아 있는 구조조정 작업은 어떤 게 있나.

은행부문의 기능재편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남은 것은 비은행부문이다.
우리종금은 우리은행과 합병 작업을 추진중이다.
6월말이면 예비인가가 나고 늦어도 7월말까지 합병작업이 끝난다.
그룹 차원에서 불확실성의 원인이 됐던 종금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우리카드는 카드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지분 매각 문제가 풀리면 자본 건전성이나 시장경쟁력 면에서 더 탄탄해질 것이다.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 인수설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최근 특별히 진전된 것은 없다.
다만 증권부문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고 여기에 대형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대우증권은 대금지급 방법 등 지난해 부딪힌 문제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현대증권과는 구체적 거래를 이야기해 보지 않았다.
대형 증권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룹 차원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은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는데, 우량 기업 고객은 점점 은행보다는 자본시장에서 돈을 끌어오고 싶어한다.
투자은행 기능의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정부 지분을 50%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인데.

정부 지분 매각을 통한 민영화는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애초 6월말까지 해외 예탁증서(DR)를 15% 정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주가와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시기를 보고 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란 문제가 있어 싼값에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단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와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10~15%의 지분을 일괄 매각(블록세일)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