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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돋보기] 송전망 현대화
[북한경제 돋보기] 송전망 현대화
  • 김보근/ 한겨레통일문화연구소
  • 승인 2003.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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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5월19일 평양에서 발전설비부문 세계 ‘빅3’의 하나인 스위스 아베베(ABB)그룹과 ‘초고압송전망대상실현’과 관련한 ‘량해문’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해 협정이 올해 초 미국의 중유공급 중단 이후 더욱 심각해진 전력난을 푸는 돌파구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날 ‘량해문 체결’은 북한 한봉춘 전기석탄공업상과 스위스 외무장관 미슐린 칼미-레이, 그리고 평양 주재 아베베그룹의 펠릭스 아브트 등이 참가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주요 내용은 송배전 때 전력손실률이 30∼50%에 이르는 낡은 북한 송전망을 현대화하는 내용이다.
북한 송전망은 60% 이상이 1960년대 이전에 건설된 낡은 것이다.
북한의 발전량은 2001년 현재 202억kWh로, 2852억kWh에 이르는 남한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고 있다.
더욱이 올해 초 미국의 중유공급 중단 이후에는 발전량이 10~15% 가량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송배전 때 전력손실률을 감안하면 거의 100억kWh의 전력만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따라서 지난 1월30일 “부족한 전력으로 열차들이 때 없이 멈춰서고 있다”며 전력부족이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 전기석탄공업성은 지난 1월21일 <조선신보> 인터뷰에서 “‘전력증산 3단계 방안’을 마련했으며 올해부터 2006년까지 1단계 계획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이번 량해문 내용은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이미 합의된 사항이다.
당시 미국이 북한과 공동코뮤니케를 발표(2000년 10월12일)하고 관계를 개선한 직후인 같은해 11월24일, 북한 전기석탄공업성과 아베베그룹은 ‘전기기계설비 생산과 전력망계통 현대화 협조 합의서’에 조인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이 합의는 실천에 옮겨지지 못했다.
2001년 3월22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아베베그룹을 지칭하며 “유럽 기업들이 북한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전력사업을 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으나,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거래가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는 한 무위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내용이 현실화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량해문은 당시 합의를 재확인하며 한발 더 나아간 것이지만, 이것이 실제 송전망 현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미국의 태도가 당시보다 더욱 완강한데다, 북한 당국으로서도 ‘수천만프랑 규모’(스위스국제방송 보도)로 알려진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계약 체결의 한 당사자인 미슐린 칼미-레이 스위스 외무장관은 지난 5월23일 베이징에서 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관리와 만난 자리에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의 군사 공격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며 “북한이 이번 합의를 비롯해 스위스쪽에 북핵 사태를 풀기 위한 ‘촉매제’가 돼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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