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으로 가는 길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체되고 결국은 뒤처진다.
차승재(43) 싸이더스 대표는 최근에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며 뒤늦은 성공에 손을 내젓는다.
차 대표가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14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차 대표가 내놓은 작품도 어느새 25편에 이른다.
이 가운데에는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과 짧은 장면연결 편집으로 긴박감을 보여준 정우성 주연의 <비트>가 있었고, 절제된 감정으로 기존 멜로영화와 다른 모습을 보인 <8월의 크리스마스>도 있었다.
대박은 아니라도 관객들의 기억 속에 ‘괜찮은 영화였다’고 각인된 영화가 적잖게 있다.
뭔가 사람 냄새 나는 영화들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흥행 코드를 맞추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 대표의 사람 냄새 나는 영화에 드디어 흥행 코드가 맞아 떨어졌다.
6년 동안 함께 일을 해온 봉준호 감독이 드디어 일을 낸 것이다.
<살인의 추억>을 만들게 된 계기는 의외로 간단했다.
차 대표는 “그동안 봉준호 감독이 실력은 있지만 관객에게 어필을 하지 못했다”며 “드라마가 괜찮은 것을 찾다가 <날 보러와요>라는 연극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고 한다.
차 대표는 의외로 영화제작 결정이 간단하다고 한다.
그는 영화를 ‘삶의 그림자’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차 대표는 인간적인 영화에 마음이 끌린다.
차 대표는 봉준호 감독의 시각을 믿었고 비록 이전 작품이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밀어주면 언젠가는 한방을 터뜨릴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믿음이 이번에 드디어 빛을 발한 것이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차 대표가 믿고 맡긴 감독은 언젠가 흥행에 성공했다.
차 대표는 “흥행에 얼마나 성공했느냐를 따지기 이전에 이야기를 다루는 재능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말한다.
감독의 기본기가 튼튼하다면 언젠가 관객의 시각과 감독의 시각이 맞을 때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말이다.
앞으로도 차 대표는 인간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그러나 상업성도 충분히 고려할 참이다.
제작비가 많이 들다 보니 관객의 흥행 코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살인의 추억>은 개봉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벌써 관객이 4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500만명은 거뜬히 넘길 것 같다.
차 대표는 “그동안은 삶을 희화하고 왜곡한 작품이 득세했다.
<살인의 추억>은 이런 분위기에 대한 반작용 욕구로 흥행몰이를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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