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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CIA, 기업이전 한 우물만 팝니다
[컴퍼니]CIA, 기업이전 한 우물만 팝니다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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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노하우 살려 네트워크 공사에서 리모델링까지 원스톱 서비스


지난 2001년 3월, 김포공항이 40년의 국제공항 역사를 마감하고 인천공항에 자리를 양보했다.
3월10일부터 한달여에 걸쳐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이사’가 이뤄졌다.
5톤 차량 300여대가 동원됐고, 투입된 인원만도 1천여명에 이르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한진해운, 대한통운과 수송계약을 맺었다.
캐세이퍼시픽,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나머지 25개 외국항공사와 김포세관, 출입국관리사무소, 식물검역소, 서울지방항공청 등의 이전은 한 업체가 모두 맡아 처리했다.
야전사령관은 국내 대표적 기업이전 전문업체인 CIA www.cia24.co.kr였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한국의 CIA는 ‘기업이전 전문가 그룹’이다.
하지만 의문이 들 법도 하다.
일반 가정의 이사처럼 별 기술이나 노하우가 필요없을 듯한데 굳이 ‘전문가’라고 나설 것까지 있을까. 하지만 강좌포(67) 사장의 설명은 다르다.


“일반 가정의 이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사무실이나 관공서, 공장이나 실험실 등을 옮기는 건 단순히 힘을 써서 책상과 컴퓨터를 나르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각 공정에 따라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물리적 피해 없이 옮기려면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노하우가 필수적이죠. 때문에 우리는 ‘이사’라고 하지 않고 ‘이전’이라고 하며,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것입니다.



전문성 앞세워 대형 운송업체와 경쟁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인들은 이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강 사장은 “가정이 아닌 직장에서 업무용으로 발생하는 모든 이전작업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인천공항처럼 공공기관을 옮기는 일부터 공장이나 건물 이전, 문화재 운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좁게는 한 건물에서 사무실을 다른 층이나 공간으로 옮기는 일도 포함된다.
“대형 장비에서부터 책상이나 컴퓨터 등 업무와 관련된 각종 집기 운반과 전화 및 네트워크 공사, 사무실 리모델링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전문가”라고 강 사장은 CIA를 소개했다.


이런 업무 특성상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취급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CIA의 맹강재 부장은 “그 점에 있어서는 우리 사장님을 따를 자가 없다”고 귀띔한다.
CIA의 강좌포 사장은 이른바 ‘이 바닥에서 35년 동안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32살 때인 1969년 ‘세운통운’이란 운송업체를 설립한 이래, 말 그대로 ‘안 옮겨본 물건이 없을 정도로’ 굵직굵직한 이전업무를 도맡아 처리했다.
75년에는 당시 서울 정동에 있던 MBC 방송국을 여의도로 이전하는 작업을 총지휘했고, 85년에는 KBS의 송신탑을 관악산에 설치하는 작업을 거뜬히 해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현대화된 장비가 없어, 맨손 하나만 믿고 덤벼들던 시기”라고 강 사장은 회고한다.
이후 90년 통인익스프레스에서 문화재나 기업용 물류이전을 전담하는 특수사업본부를 설립하면서 본부장으로 옮겼다가, 98년 ‘천일안’을 설립한 뒤 지난해 CIA로 회사이름을 바꿔 지금에 이르렀다.


CIA가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건 ‘전문성’이다.
“국내에 대한통운이나 한진해운, 국민트랜스 등 대형 운송업체들이 있지만, 기업이전 업무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CIA밖에 없다”고 강 사장은 설명한다.
CIA는 12대의 차량과 150여명의 현장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120여대의 일일 차량 동원능력을 갖고 있다.
이 모든 인력과 장비가 기업용 이전작업에 투입된다.
대형 운송업체들도 기업이전 업무를 하고 있긴 하지만, 팀 단위로 소규모로 운영하거나 하청업체에 맡기므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직원들의 전문성과 경험에 있어서도 자신들을 따를 업체가 없다고 CIA쪽은 으쓱해한다.
업무 특성상 이직률이 높을 만도 하건만, 현장 직원들도 보통 3~5년 이상 근무한 장기 근속자들이다.
팀·반장급 직원 중에는 창업 때부터 함께 일해온 ‘개국공신’도 있다.
“처음에 이름만 믿고 대기업쪽에 일을 맡겼다가, 물건이 파손되는 등 낭패를 보고 나중에 우리쪽에 찾아오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맹강재 부장은 귀띔한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장비나 인력부문의 투자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CIA쪽은 업계에선 유일하게 ‘무진동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나 실험장비, 국제박람회에 출품된 첨단장비 등을 안전하게 옮기기 위해 동급 차량보다 두배나 비싼 차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전자업체와 같이 민감한 물건을 다루는 곳은 일부 대형트럭을 무진동 차량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5톤 정도의 중형차량에 무진동 시스템을 적용한 운송업체는 없습니다.
” 이밖에 계단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플랫보드’란 장비를 국내에서 구할 수 없어 외국에서 직접 1600만원을 주고 들여오기도 했다.
좁은 계단작업을 도와주는 장비도 조만간 일본에서 수입할 예정이다.


여기서 CIA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일화 하나. 지난 96년, 3곳으로 나눠져 있던 서울이동통신 사옥을 통합하는 작업을 CIA가 진행한 적이 있었다.
며칠 동안 철야작업이 계속된 고된 작업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당시 서울이동통신 김영환 상무가 갑자기 강좌포 사장을 사무실로 불렀다.
영문을 모른 채 불려간 강 사장에게 김영환 상무는 뜬금없이 ‘금일봉’과 감사패를 내밀었다.
이유인즉, 며칠 동안 새벽 3시가 넘도록 한마디 군소리 없이 100여 트럭 분량의 짐을 나르면서도 직원들이 종이 한장까지 알뜰하고 꼼꼼하게 챙기는 걸 보고 감동했기 때문이란다.
“덕분에 그날 밤 직원들과 회포 한번 풀었죠”라며 강 사장은 허허 웃었다.


상황이 이런지라,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대기업은 모두 CIA의 고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LG·SK·롯데·현대그룹 등을 포함해 행정자치부·한국가스공사 등의 관공서, 전자부품기술연구소·자동차부품연구소 등의 연구기관과 건국대·고려대·연세대 등 대학의 건물 이전작업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미술품이나 박물관 등의 국내·외 이전작업도 이들의 몫이다.
지난 4년 동안 굵직한 작업만 해도 1천여건 이상 완수했다고 하니, 더 이상 말이 필요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무실이나 공장을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쯤일까. 정답은 ‘천차만별’이다.
“얼마 전 한 실험실을 이전한 적이 있습니다.
전자현미경이 있었는데요. 한대 가격이 18억원이라고 하더군요. 그거 하나 옮기는데만 해도 100만~200만원으로는 턱도 없습니다.
일일이 나무상자를 짜고 충격완화장치를 갖추려면 비용이 만만찮죠. 이 때문에 옮기려는 물건의 성격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일 수밖에요.” 강 사장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이전작업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현장을 방문해 견적을 뽑아야 한다고 강 사장은 설명한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일반 가정용 이사의 경우 온라인 견적의뢰가 보편화됐지만, 적어도 기업이전 분야에선 그게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CIA쪽은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면 시간과 금전적 여유를 두고 전문업체와 꼼꼼히 상담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BIMS 개발 등 업무 전산화 박차

2003년을 맞아 CIA는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기업이전 공정과 업무 흐름을 전산화하려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를 위해 CIA는 지난해 9월부터 자체 개발한 빌딩정보관리시스템(BIMS)을 업무에 적용했다.
BIMS는 CIA의 잠재고객이 되는 서울시내 주요 빌딩들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시스템이다.
“어떤 빌딩에 어떤 업체가 입주해 있는지, 그 업체가 언제 어디로 가느냐가 우리에겐 굉장히 중요한 정보입니다.
BIMS는 서울시내 주요 빌딩의 입주업체 정보를 일괄적으로 관리·공유·열람하도록 해, 대상 고객을 정해 영업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죠.”

이와 함께 올해 4월부터는 직원들의 업무 흐름을 온라인으로 통일시킨 내부관리시스템(CIAMS)도 도입했다.
영업직원이 고객을 방문해 견적을 뽑은 내용을 입력하면 관리부에서 인원을 배정하고 경리부에서 수금하기까지, 이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연동시킨 것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투자자문업체인 하우투부동산투자운용 www.kordaq.co.kr과 제휴를 맺고 서울시내 대형 빌딩의 이전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혁신작업에 대해 강 사장은 “오프라인 기반의 업무에 온라인의 기법을 가미해 발전적으로 사업을 해보려는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30년이 넘도록 한 우물만 판 강좌포 사장이기에 국내 업계관행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
“국내에서 대기업이라고 하는 곳들도 막상 입찰 현장에서 부딪혀보면 허술하기 그지 없습니다.
전담인력이라 해봐야 영업사원 한명밖에 없는 곳도 허다해요. 이름값을 앞세워 일을 따낸 뒤 하청업체와 마진을 나눠먹는 식이죠.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한심하고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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