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비즈니스] BC·LG카드, 에스크로우 제도 도입
[비즈니스] BC·LG카드, 에스크로우 제도 도입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3.06.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송확인 실효성·비용 등 불씨 남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했던가. 물건을 반값에 판다고 한창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됐던 ‘하프플라자’가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아 사장이 쇠고랑을 찬 지 4개월 만에 국내 선두 카드사 BC카드와 LG카드가 마침내 ‘에스크로우’라는 칼을 빼들었다.


에스크로우 제도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신용카드 회원이 카드로 상품을 구매할 경우 구매자에게 물건이 전달된 것을 확인한 뒤에 카드사가 대금을 지불하는 제도다.
PG업체(인터넷 지불결제 대행회사)가 물건전달을 확인하고 카드사에 알리면 카드사는 PG업체에게 상품대금을 지불하고 PG업체가 다시 인터넷쇼핑몰에 이를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BC카드와 LG카드가 6월9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자 다른 카드사들도 이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제도는 고객이 상품을 수령하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BC카드 관계자도 “그동안 인터넷 쇼핑몰에서 부도나 사기 등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카드회원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그런 피해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에스크로우 제도는 또한 인터넷쇼핑몰이 구매자에게 상품을 빨리 배송하도록 유도하는 부가적 효과도 기대된다.
카드 대금을 빨리 받기 위해 인터넷쇼핑몰이 배송을 서두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쇼핑몰 사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신용도가 낮은 영세업자라도 에스크로우 제도가 시행되면 거래안정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또한 신용도가 낮은 개인은 지금은 신용이 높은 대형쇼핑몰에 비해 PG업체나 카드사에 보증금이나 담보를 많이 제공해야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그 액수가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쇼핑몰 운영자들은 대금결제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
고객의 상품수령을 확인한 이후에 상품대금이 지불되기 때문에 해당업체는 결제 대금을 2~3일가량 늦게 받게 된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10일 이상 대금지급이 늦어질 수도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 관계자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상품수령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BC카드가 이 업무를 함께 한다면 대금결제 시기도 늦어지고 중복투자가 될 수 있다”고 불평한다.


적용 대상이 중소쇼핑몰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우선 자체 결제솔루션을 갖추고 카드사와 직접 가맹점 계약을 맺고 있는 삼성몰이나 인터파크 같은 대형 쇼핑몰은 당분간 에스크로우 제도 대상이 아니다.
BC카드 관계자는 “대형몰은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일단 2~3개월간은 적용을 유보할 것이다”고 밝혔다.


배송확인을 어떻게 할 것이냐도 문제다.
BC카드는 PG업체가 구매자에게 직접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을 가지고 이미 주요 PG업체들과 협의를 마쳤다.
인터넷쇼핑몰이 매출사실을 PG업체에 알리면 2~3일 뒤 PG업체가 구매자에게 직접 확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실효성이 있을지,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 명확하지 않다.
BC카드 관계자는 “일단 2~3개월 동안 50만원 이상의 상품을 대상으로 시험적인 운영을 하고 문제점이 발생하면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에스크로우 제도는 시행됐다.
전자상거래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긍정적인 측면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완전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해서 무리하게 실행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배송확인 과정에서 착오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는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