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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유통업계 IT화에 열 올려
[비즈니스] 유통업계 IT화에 열 올려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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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에서 재고처리까지 시스템 구축…협력업체 연계 안돼 활용엔 난항


5월 셋째주 신세계 이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양곡 20kg. 전국 53개 이마트 점포를 통틀어 4억8302만원어치가 팔렸다.
점포별로 보면 부평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부평점의 경우 양곡으로 점포별 1위와 점내 1위를 두루 섭렵한 반면 2위를 차지한 분당점은 점내에서는 양곡의 판매순위가 6위에 그쳤다.


이런 판매동향을 DWH(Data Whare Housing) 시스템을 통해 한눈에 파악하고 있던 이마트 시스템기획팀 김성영 부장은 바로 원인분석에 들어간다.
분당점내에서 유독 양곡판매가 저조한 이유를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양곡 20kg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 뭔지 찾아봤더니 원평들녁쌀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쯤되면 분당점에서 파는 수많은 양곡 종류 중에 원평들녁쌀이 들어가 있는지, 있다면 상품진열은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 등을 꼼꼼히 체크하면서 보완책을 찾게 된다.


이처럼 상품의 움직임을 재빨리 읽어내고 최적의 상품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은 유통업체에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최근 들어 업체별로 앞다퉈 원스톱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 통합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통업체들 중에서도 무엇보다 최근 몇년 동안 점포 수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할인점 업계의 관심이 제일 높을 수밖에 없다.
업계 선두인 이마트는 지난 5월 토종할인점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독자개발한 ‘E-Today 시스템’을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마트·LG홈쇼핑, 적극 활용 나서

이마트가 3년간 공을 들여 완성한 E-Today 시스템은 한마디로 본부와 각 점포는 물론이고 현장 바이어나 고객, 협력업체를 원스톱으로 연결해 영업정보를 공유하고 예상되는 손실비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신선식품의 경우 앞으로 바이어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해 각종 농수산물이 나오는 산지에서 그때그때 즉석에서 발주가 가능하도록 했다.
매장에서 고등어가 대박을 터뜨려 품절될 것 같다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 산지에서 바로 추가 발주에 들어가는 식이다.


과거에는 산지에서 시장조사를 한 뒤에 다시 사무실에 와서 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따라서 새로운 시스템은 상품의 입점절차를 절반가량 단축시켰다.
이마트쪽은 “가까운 중부지방의 경우 최고 3시간 이내에 상품이 매입코드까지 매겨진 상태에서 판매된다”며 “그만큼 고객들은 원하는 상품을 신선도가 높은 상태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절차만 간소화되는 것은 아니다.
바이어들은 먼저 GOT(Graphic Order Terminal) 시스템을 통해 각 품목별로 날씨정보에서부터 매출, 재고, 상품진열 위치까지 발주를 위해 필요한 모든 기본 정보를 제공받는다.
여기에다 산지에서 직접 수확량이나 신선도 등을 체크한 뒤 실제 발주량을 결정하게 되는 만큼 상품회전율을 종전보다 훨씬 높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재고처리 일수를 단축시키고 품절로 인한 손실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미 이마트는 신시스템의 1단계로 지난 2001년 판매동향을 한눈에 분석할 수 있는 DWH와 각 매장 관리자가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 발주할 수 있는 GOT 시스템을 구축해 상당부분 비용절감의 효과를 보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김대식 과장은 “두가지 핵심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연간 물류비용을 30억원 정도 줄였고 해당인원도 절반 가량 줄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새로운 시스템 구축 역시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필품 판매를 위주로 하는 할인점에 비해 홈쇼핑은 통합시스템 구축은 물론이고 방대한 고객들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나서고 있다.
올 초 의욕적으로 ERP(기업자원관리)와 CRM(고객관계관리)을 동시에 구축시킨 LG홈쇼핑이 대표적이다.


LG홈쇼핑은 지난 1년 동안 150여명의 전문인력과 25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업계 최초로 상품기획, 방송, 주문 및 결제, 배송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ERP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상담원들이 고객의 상품문의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뿐더러 배송예정일을 주문 즉시 안내하는 것이 가능하다.
LG홈쇼핑은 “상품주문시간을 평균 30초 정도 단축시키고 배송기일이 1~2일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또한 고객들의 구매이력 하나하나를 데이터로 축적시켜 개개인에 대해 좀더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
LG홈쇼핑은 이미 고객 수가 5월말 현재 1천만명을 돌파한 만큼 이런 방대한 고객정보를 활용하면 케이블TV 가시청가구 수의 정체 등 어려움을 돌파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구매이력을 데이터로 가공하는 작업을 완료한 정도지만 앞으로 연말까지 2차 프로젝트가 끝나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본격적인 1 대 1 마케팅에 나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고객의 특성에 맞게 사전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에 홈쇼핑의 문제로 지적돼온 충동구매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유통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통합시스템 구축에 신경을 기울였다면 앞으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효과를 높이는 것이 과제”라고 잘라 말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활용률이 떨어진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LG홈쇼핑이 올 초 ERP를 도입하면서 초기에 불안정한 출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국계 할인점에서도 개발 ‘한창’

막대한 비용을 들여 통합시스템을 구축했지만 LG홈쇼핑은 도입초기에 오히려 주문이나 배송기간이 늦어지면서 올 1분기 실적은 전년에 비해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LG홈쇼핑의 이혜영 과장은 “자사뿐 아니라 제조업체들까지 연계돼 있기 때문에 빚어진 문제”라고 설명한다.
납품하는 제조업체들의 경우 아직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할 만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곳이 많았다는 것이다.


다른 유통업체에 있어서도 협력사들과의 연계문제는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롯데정보통신은 최근 KAT시스템과 손을 잡고 롯데그룹내 유통부문 협력사들에 대한 ERP 구축 지원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8500개나 되는 협력업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대다수 영세업체들의 경우 아직도 팩스 따위로 거래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KAT시스템은 “협력사의 ERP구축은 경영관리의 투명화 및 효율화라는 기본 목적 외에도 대기업과 협력사간 공급망관리(SCM)나 전자문서교환(EDI) 등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대대적 투자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단기간내 구축되긴 힘들다는 전망도 뒤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본사의 패키지 프로그램을 주로 활용해온 외국계 할인점에서도 통합시스템 개발이 한창이다.
대형할인점 홈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테스코는 향후 테스코그룹 전체에 사용될 상품관리시스템인 PMS(Product Management System) 개발을 추진중에 있다.
일명 ‘글로벌 코어 패키지’라고 불리는 신시스템은 2004년 10월부터 테스코사의 전세계 매장에 적용된다.
대표적인 글로벌 유통기업의 시스템 개발권을 국내에서 따낸 것이다.
이번에 개발되는 시스템은 수요예측이 어려운 신선식품까지 정확한 권고발주량을 자동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삼성테스코 이승한 사장은 “장기적으로는 유통회사가 발주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우리 포스(계산대)를 거쳐가는 순간에 모든 제조업체에 동시에 관련정보가 전달이 되는 식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될 경우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점포확장과 물류센터 신축 등으로 무한경쟁을 벌여온 유통업체들이 이제는 좀더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으로 승부수를 걸고 있어 그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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