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글로벌] 호주 - 새 예산안에 들끓는 여론
[글로벌] 호주 - 새 예산안에 들끓는 여론
  • 권기정 통신원
  • 승인 2003.06.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흑자재정 불구 복지정책 퇴보, 국민 부담 오히려 늘어


최근 발표된 호주 연방정부의 2003~2004 회계년도(2003. 7~2004. 6) 예산안에 대해 야당과 여론의 비판이 거세다.
이번에 발표된 예산안은 소득세 소폭 감면, 국방비 증대, 대학 등록금의 부분적 자율화를 통한 대학재원 확대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비판여론이 거센 이유는 무엇보다도 30억호주달러 상당의 재정흑자를 기록한 정부가 국민들에게 대폭적인 세금감면이라는 선물을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가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애초 소득세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는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이번에 알려진 건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카스텔로 연방재무상은 “이번에 공개된 예산안에 따라 모든 호주인들이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했지만, 감면금액이 너무 적은데다 그나마 교육비 인상 등으로 인해 실제로는 가정마다 지출이 되레 늘어나게 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밖에도 정부는 테러방지와 안보강화라는 명목으로 국방비 증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다음 회계연도부터는 앞으로 5년 동안 20억호주달러의 금액이 국방지출에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같은 기간 동안 국내 보안시설에 대한 설비투자 역시 4억1천만호주달러 가량 늘어난다.
연방정보기관에게 들어가는 1억5천만호주달러도 빼놓을 수 없다.
이쯤되면 일반국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얼마 되지 않을 것임을 잘 알 수 있다

한편, 가장 커다란 논란거리는 대학교육비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호주정부는 앞으로 4년 동안 15억호주달러를 대학교육재원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각 대학이 재량에 따라 현재보다 최대 30%까지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대학에게 부분적인 등록금 자율권을 인정한 셈이다.


현재 호주의 GDP 대비 소득세 비율은 18%에 이른다.
이는 스웨덴 23.4%, 뉴질랜드 20.8%에 이어 OECD국가 가운데서는 세번째로 높은 수치다.
복지제도가 발달한 나라들에서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어들이는 대신, 그만큼 국민들에게 각종 복지서비스를 되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호주의 경우는 조금 남다른 구석이 있다.
보수 성향의 하워드 정부가 집권한 후, 복지정책이 방향을 잃고 있다는 게 일반국민들의 공통된 불만사항이다.


이번 예산안에 대해서는 여성계도 실망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그간 정부가 줄곧 표방해 왔던 출산장려금 등이 빠져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정부는 출산 직후부터 4년에 걸쳐 매년 7천호주달러씩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정작 이번 예산안에서는 아무런 흔적없이 슬그머니 빼버렸다.
여성계와 복지분야 전문가들은 “출생률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가 특별예산을 편성하는 등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야당인 노동당과 일부 상원의원들은 정부의 새 예산안 통과를 실력으로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밝히고 있다.
특히 상원의원들은 대학 등록금이 30% 가까이 인상되도록 한 정부의 등록금 자율화조치에 반대해 정부로 하여금 예산안을 대폭 수정하도록 만들 작정이다.


현재 호주경제 흑자폭은 2002~2003 회계년도에 21억호주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음 회계년도 동안 그 수치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나리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처럼 비교적 양호한 재정상태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표된 새 예산안은 국민들에게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게 사실이다.
예산안을 둘러싼 논란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물론 한켠에서는 아직까지는 호주경제에 햇볕이 내리쬐고 있지만 세계경제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호주의 재정수지도 조만간 암울한 세계경제의 영향권 아래 들어설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이래저래 예산안을 둘러싼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