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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요스트 케네만스 ING생명보험 사장
[인물] 요스트 케네만스 ING생명보험 사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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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과감히 풀어야


요스트 케네만스(40) ING생명 사장은 상당히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등학교를 중퇴, 17살 나이에 “혼자 힘으로 살기 위해” 은행 출납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후 야간대학과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과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34살에 ING은행 국제금융담당 임원이 됐다.
2000년엔 ING그룹이 투자한 주택은행의 IT담당 고문으로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금융계에서만 벌써 23년째이지만, 그는 아직도 젊다.


케네만스 사장은 올해 정부의 갑작스런 정책 전환으로 몇 년째 공들여온 국민은행과의 방카슈랑스 독점 제휴가 무산되는 ‘아픔’을 맛봤다.
생명보험시장 ‘빅3’의 아성에 도전할 비장의 카드가 맥없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하지만 케네만스 사장은 주택은행에서 만나 3년간 교제해 온 한국 여성과 지난 연말 결혼했고, 얼마 전에는 아들을 얻는 ‘달콤함’도 맛봤다.
갓 태어난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케네만스 사장은 금새 초보 아버지의 모습으로 돌아가 연신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독점 제휴가 금지됐다.
방카슈랑스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 같은데.


정부 방침을 100% 환영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수용하고 따를 것이다.
지난해 국민은행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서로 협력하기로 했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바뀐 상황에 맞게 판매채널을 확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유감스러운 점은 정부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일부 보험사 보호에 치중, 소비자 이익의 확대라는 애초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기업은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고 소비자가 그 이익을 누리게 된다.
한국시장과 소비자는 이미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성숙해 있다.



(ING그룹은 보험·은행·자산관리를 핵심사업으로 하는 세계적인 종합금융기업이다.
ING생명을 비롯해 ING은행, ING증권이 한국에서 활동 중이다.
국민은행의 지분 4%와 국민투신운용의 지분 20%도 소유하고 있다.
올해 국민은행에 추가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


ING그룹은 한국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국민은행에 대한 추가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되나.

98년부터 국민은행과 방카슈랑스 등 여러 사안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향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금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정부의 규제가 계속 변화하고 있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봐도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임이 분명하다.
ING그룹은 한국에서 보험만이 아니라 통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길 원한다.
투자도 이런 방향에 맞춰 해왔다.



ING생명은 국내 23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8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외국계보험사로는 알리안츠생명에 이어 2위다.
성장률로 따지만 순위는 더 올라간다.
98년 이후 3년 내리 100%가 넘는 업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자산운용도 ING생명의 자랑이다.
보험전문 신용평가기관 A. M. Best로부터 3년 연속 국내 생보사 가운데 최고인 A등급을 받았다.



많은 보험사들이 금리가 낮아 자산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
ING생명은 고민이 덜한 편 아닌가.


저금리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공시이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한국의 금융시장이 선진화한다는 것은 금리가 저금리 안정구조인 선진국형으로 바뀐다는 말과 같다.
앞으로 저금리에 맞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ING생명은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다.
모회사인 ING그룹으로부터 정기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 분석을 받고, 자산운용전략회의(IIM, ING Investment Management)를 통해 국제 금융시장 동향과 그에 따른 한국 내 파급효과를 분석해 투자전략에 반영한다.



ING생명은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고객자산을 관리하는 금융회사는 장기적인 안목과 기업윤리를 갖춰야 한다.
ING생명은 지난 2000년 업계 최초로 준법감시인제도를 도입했다.
모든 임직원이 윤리교육과 관련 규정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지난해 말,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90% 이상이 ING생명을 청렴하다고 평가했다.



네덜란드 출신인 케네만스 사장은 ‘ING의 히딩크’로도 불린다.
실제 케네만스 사장은 히딩크 감독과 절친한 사이다.
‘오대영’이란 별명을 얻으며 히딩크 감독이 궁지에 몰려 있을 때, 마침 케네만스 사장도 한창 고전 중이었다.
38살의 파란 눈 CEO에게 직원들이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케네만스 사장과 히딩크 감독은 자주 만나 낯선 한국 땅에서 겪는 고단함을 함께 나눴다.
1년 뒤, 이들은 어려움을 딛고 약속이나 한듯이 멋진 성공을 일궈냈다.



CEO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한국에선 CEO에 대한 관심이 정말 높다.
네덜란드에서라면 규모가 더 큰 기업의 사장이라도 이만큼 주목을 받지 못한다.
ING생명에는 현재 4500명의 직원이 있다.
만약 그들이 없다면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 않은가. 훌륭한 CEO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만 제대로 한다면 주어진 임무의 90% 이상은 한 것이다.
기업에서 변화를 이끌어내고, 다른 기업과는 다른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CEO로서 가장 보람된 일이다.
그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CEO는 단지 모든 사람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근무여건을 조성할 뿐이다.



직원들과 가까워지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솔직히 처음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온 외국인 CEO였고, 나이가 어리다는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직원들한테 나도 똑같은 ING의 직원이니까 업무능력이나 성과에 문제가 있다면 서슴없이 비판과 조언을 해달라고 얘기했다.
한국에서는 처음 오는 사람, 특히 외국인일 경우 색안경을 쓰고 의심부터 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괜찮은 사람이란 걸 증명해 주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히딩크가 처음 왔을 때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같다.



서로의 마음을 열어나갔던 과정이 궁금하다.


본사 직원과는 매일 부딪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지점은 달랐다.
나를 받아들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적대감을 보이는 지점도 적지 않았다.
2001년 9월쯤부터 직원들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분위기 변화를 느끼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지금도 본사를 떠나 지방 곳곳에 있는 지점을 방문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가장 즐긴다.
그러면서 항상 내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한국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다.
고객을 상대하는 일은 전문가인 재정컨설턴트(FC)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나의 역할은 회사 내의 인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꾸준한 교육과 동기부여를 해 관리자들의 스킬이나 리더십이 개선되고 있을 때 보람을 느낀다.
나는 한국 고객에게 어떻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느냐를 가르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훨씬 잘 할 수 있다.





* 약력

1963년 네덜란드 출생
1985~1989년 네덜란드 학세후게 스쿨 졸업
1987~1989년 AMRO은행 무역부문 프로젝트 매니저
1989~1991년 인터그램 프로젝트 매니저
1991~1992년 아우스데이터 시스템개발담당 매니저
1993~1997년 파리바 네덜란드은행 IT담당 총괄매니저
1997~2000년 ING은행 국제금융서비스 책임자
2000~2001년 주택은행 IT담당 고문
2001~현재 ING생명보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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