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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과 논란
[부동산]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과 논란
  • 윤진섭/ 부동산뱅크 기자
  • 승인 2003.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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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성 vs 현실론 ‘팽팽’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과’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물론 당장 시행이 아니라 “논의 후 2005년이나 2006년 전후 시행”을 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입장이었지만, 시행 자체에 대해선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재정경제부 관계자와 조세 전문가들은 “1가구 1주택에 양도세를 매기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점과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조세의 원칙론을 들어 김 장관의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과’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부정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논의조차 하지 않다가 갑자기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과’를 꺼낸 이유를 모르겠다는 궁금증에서부터 비과세 자체를 당연한 권리로 여겨온 상황에서 괜히 평지풍파만 일으킬 것이란 비관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과’에 대해 ‘불가’를 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을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다.




“형평성 제고, 실거래가 추적 용이”

양도세는 1960년대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박정희 정부가 1967년 부동산 투기 억제세라는 이름으로 신설했다.
이후 집값 폭등이나 그 반대의 경우가 있을 때마다 정부는 세율 강화와 축소를 반복하면서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주요한 정책수단으로 활용했다.
이런 와중에도 1가구 1주택 보유자에게는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흔들림 없이 이어져왔다.
그 이유는 1960년대 이래 주택 정책의 근간이 사실상 집 구입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최소한의 세금을 면제시켜 줌으로써, 국민 개개인이 주택을 갖도록 정부가 유도한 셈이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확 바뀌었다.
주택 보급률이 사실상 100%에 근접한 상황에서 굳이 주택 구매 촉진을 위한 세제 혜택을 줄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여기에 1가구 1주택 비과세에 따른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점도 폐지 논의를 이끌어 낸 배경이다.


김진표 부총리가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폐지를 들고 나온 배경은 과세 형평성 제고가 첫 번째다.
즉 일해서 번 돈에 대해서 투명하게 과세를 하면서, 주택 한 채를 갖고 쉽게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논리다.
또 강남에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사람은 6억원 미만의 주택을 팔면 비과세 돼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반면, 강남 한 채 값보다 싼 강북 내 주택 두 채를 소유한 사람은 세금을 내야 하는 현실도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과의 필요성을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모든 주택거래에 양도세를 부과하게 됨으로써 실거래가격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지금은 1가구 1주택 보유자가 시가 6억원 이하의 집을 팔 경우 세무서에 신고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낮은 가격에 계약서를 써 세금 부담을 최대한 낮추는 게 일반화됐다”고 말한다.
그는 “만약 1가구 1주택에도 양도세가 부과되는 상황에서 속칭 ‘다운계약서’를 쓸 경우는 나중에 양도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이중계약서 작성 관행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1가구 1주택에 세금이 부과되면 이런 투기적 주택 거래가 힘들어지고 자연스럽게 집값은 안정된다는 게 재경부나 조세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거래 공백, 오히려 웃돈 붙을 수도”

하지만 법의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조세 저항이나 시장에 미칠 파급이 크다면 시행 자체가 힘들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우선 부동산 시장 상황이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많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S공인 관계자는 “지금도 양도세 걱정으로 집을 내다 팔지 않는 상황에서 1가구 1주택에 세금을 물릴 경우 거래 기피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거래 공백에 따른 혼란이 의외로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못지않게 일반 시민들의 조세 저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아파트를 장만한 안아무개(35) 씨는 “재산이라곤 어렵게 마련한 집 한 채밖에 없는데, 서민들에게 세금을 걷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또 그는 “집값 문제는 공급 확대나 투기자 조사 등을 통해 해결해야지, 세금을 더 걷어서 해결하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행정 편의주의”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집값이 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양해근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실장은 “강남 일대 집값이 폭등한 배경엔, 양도세를 실거래가격으로 부과함에 따라 세금만큼 웃돈이 붙어 거래된 측면도 강하다”며 “결과적으로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과가 이뤄질 경우 세액만큼 웃돈이 붙어 거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1가구 1주택 비과세가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
부동산 투자 전문회사인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1주택 소유자가 설령 양도 차익을 얻었더라도 비슷한 규모의 주택을 사기 위해선 그 차익만큼 써야 한다”며 사실상 시세차익이 발생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또한 “사실상 조세 형평성과 집값 안정을 위해선 현행 고급주택에 대한 과세 범위를 손질해 세금을 부과하면 되지, 굳이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과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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