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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쥐꼬리 이자시대, 한푼이라도 건지려면
[재테크] 쥐꼬리 이자시대, 한푼이라도 건지려면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3.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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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순위채권 안전성 높고 금리 짭짤…제2금융권 투자위험 높아져 대안으로 꼽혀


직장인 김아무개(31)씨는 야근하다 말고 “아차” 하며 무릎을 쳤다.
날짜는 6월19일, 시간은 저녁 8시. 삼성카드 후순위 전환사채(CB) 공모는 벌써 끝나버린 뒤였다.
김씨의 통장엔 은퇴한 아버지의 쌈짓돈 5천만원이 얌전히 들어 있었다.
‘어쩌지. 이 돈으로 어떻게든 한달에 30만원씩은 받을 수 있게 해드린다고 큰 소리 쳐놨는데….’

그러려면 세후 수익률을 연 7.2%는 올려야 한다.
삼성카드 후순위 CB는 삼성카드가 상장되지 않으면 세전 수익률이 연 9%이지만 상장되면 연 5%다.
상장 때 주가가 전환가 2만4천원보다 높으면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낼 수도 있다.
여러모로 매력적으로 보이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삼성카드 후순위 CB에 공모하지 않은 건 김씨한테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이 상품을 사서 아버지 용돈을 보내드리면 김씨의 현금 흐름엔 차질이 생긴다.
만기 5년인 이 상품은 만기 전까진 이자가 매년 2%만 지급되는데 용돈은 연 7%대로 보내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카드 후순위 CB 살까, 선순위채 살까

발상을 전환하면 더 좋은 해결법이 보인다.
삼성카드 선순위채권과 주식을 사는 것이다.
요새 삼성카드 선순위채권의 세전 환산 연수익률은 7%대다.
삼성카드 후순위 CB가 상장되지 않을 경우보다는 2%포인트 낮지만 상장될 경우보다는 2%포인트 높다.
생각해보자. 삼성카드가 상장 의사 없이 이런 조건으로 CB를 발행했겠는가? 게다가 @후순위채@ 8천억원이 받쳐주면서 선순위채권의 투자위험은 훨씬 낮아졌다.
그렇다면 삼성카드 선순위채권은 금리 면에서나 안전도 면에서 삼성카드 후순위 CB보다 나은 셈이다.
만약 삼성카드 상장 때 차익을 얻고 싶다면 장외시장에서 2만4천~2만6천원에 거래되는 삼성카드 주식을 사면 된다.


은행권의 1년 정기예금 세후 금리가 4%대인 요즘, 목돈 굴리기는 김씨 부자뿐 아니라 이자 생활자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안전한 은행권 정기예금에 넣자니 수익이 적다 싶어 마뜩찮고, 수익이 높은 제2금융권에 넣자니 혹시 금융감독원의 적기시정조치라도 받아 이자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하다.


상담자들은 예금, 적금, 채권도 분산 투자를 하라고 권한다.
자금의 30%는 생활비나 비상예비자금 용도로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 넣는다.
예치금액이 1억원 이하일 땐 MMF가, 이상일 땐 MMDA가 유리하다.
MMDA는 1억원 이상일 땐 연 3.8% 안팎으로 거의 1년짜리 정기예금과 비슷한 금리를 준다.
그러나 예치금액이 1천만원일 땐 연 0.25%, 1천만원 이상일 땐 연 2%으로 MMF보다 금리가 낮다.
MMF는 원래 펀드인지라 카드채 대란 때처럼 환매 사태가 벌어지면 수익률이 급락하거나 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자금의 40~50%는 중장기 예금, 적금에 넣는다.
원래 이자소득세율은 이것저것 합해 16.5%인데, 1인당 예치금 4천만원까지는 세금 우대를 받아 10.5%만 적용된다.
부부가 각각 가입하면 8천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령자 부부는 세금 우대, 비과세 혜택이 더 많다.
55살 이상 여자, 60살 이상 남자는 세금 우대 한도가 6천만원이다.
65살 이상 고령자가 생계형 저축에 가입할 땐 2천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65살이 넘은 노부부가 1억2천만원까지는 세금우대저축, 4천만원까지는 생계형 저축에 가입하면 총 1억6천만원에 대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국가에 등록된 장애인이나 상이자도 같은 혜택을 누린다.



예적금·채권 분산투자, 3:4:3 적절

나머지 20~30%는 후순위 채권, 리츠,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 같은 위험 자산에 투자한다.
이때 위험 자산에 대한 정의는 시장 상황에 따라 바꿀 필요가 있다.
상호저축은행 정기예금이 한 예다.
지난해 금융시장 상황이 좋을 때만 해도 이 상품은 꽤 매력적이었다.
금리는 은행권보다 1~2%포인트가 높았고, 상호저축은행의 자금 상황도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호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평균 21%대로 치솟았다.
자기자본비율도 지난해 말보다 0.5%포인트 떨어진 10.4%를 기록하고 있다.
5천만원까지는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지만 나머지 예치금은 선순위 채권을 변제한 뒤에야 지급된다.
세후 금리 6.09%짜리 플러스상호저축은행 정기예금과 6.68%짜리 현대캐피탈 선순위채 중 어느 것이 더 위험 자산일까. 이건 투자자 스스로 판단해야 할 일이다.


팁으로 한 말씀 더. 후순위채는 세금우대 종합저축으로도 살 수 있다.
즉 후순위채 투자 때도 일반인은 4천만원, 고령자는 6천만원까지 세금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용어설명
후순위채권


회사가 도산할 경우 선순위 등 다른 채권보다 나중에 변제받는 채권. 이런 위험 탓에 선순위채권보다 금리가 보통 2%p 정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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