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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사람과 침팬지는 형제
[테크놀로지] 사람과 침팬지는 형제
  •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
  • 승인 2003.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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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가장 비슷한 동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침팬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침팬지와 사람은 얼마나 비슷할까. 과학자마다 대답이 약간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사람과 침팬지는 99% 같다고 한다.
사람과 침팬지의 DNA를 조사해 얻은 결론이다.
침팬지의 뼈 구조는 사람과 거의 비슷하다.
똑바로 서면 키가 1~1.7m고, 몸무게는 40~50kg이다.
두 발로 걸을 수는 있지만 잘 걷지는 못한다.
침팬지의 발이나 손은 나무를 잘 잡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인간은 숲에서 평지로 나왔고 침팬지는 숲에 머물렀다는 점이 인간과 침팬지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보통 50마리 이상이 집단을 이루고 야생 상태에서 간단한 도구도 쓸 줄 안다.
성적으로 인간보다 훨씬 자유롭다.
어떤 과학자들은 사람과 침팬지를 사촌이 아니라 형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 미시간주의 웨인주립대 모리스 굿맨 교수는 최근 “침팬지를 사람처럼 ‘호모’(HOMO)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침팬지는 고릴라, 오랑우탄과 함께 유인원류에 포함돼 있지만 침팬지도 사람과 똑같은 호모류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과 침팬지가 비슷하다 보니 세계 각국에서도 침팬지 연구가 활발하다.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침팬지에서 얻은 연구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려는 것이다.
침팬지 연구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가 침팬지의 DNA, 즉 게놈 연구다.
2001년 한국·일본·독일·중국·대만을 중심으로 ‘침팬지 게놈연구 국제컨소시엄’이 결성됐다.
이 컨소시엄은 2002년 1월 침팬지 게놈지도를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이것은 침팬지 게놈의 대략적인 그림을 그린 것에 지나지 않으며, 자세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컨소시엄은 6월말 침팬지 22번 염색체(인간의 21번 염색체)의 전체 염기서열을 발표할 예정이다.
침팬지 연구는 크게 2가지 분야에 이용된다.
에이즈, 치매, 말라리아 같은 병에 대한 연구와 인간의 진화과정에 대한 비밀을 풀려는 연구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지구에서 인간과 침팬지에만 감염된다.
그러나 침팬지의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이 비밀을 풀면 에이즈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침팬지는 알츠하이머 치매에도 걸리지 않는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걸리는데, 침팬지의 뇌에는 이 단백질이 쌓이지 않는다.
침팬지의 뇌 속에 이 단백질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특수한 물질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물론 침팬지가 40년 정도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치매에 걸리기 전에 이미 죽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침팬지를 이용해 인간의 진화과정을 밝혀내는 것도 흥미롭다.
인간과 침팬지는 약 500만~600만년전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자의 어떤 변화가 이것을 가능하게 했을까. 정확한 것은 앞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하겠지만, 흥미로운 사실들이 몇개 발견됐다.
예를 들어 인간과 침팬지에는 ‘FOXP2’라는 유전자가 있는데, 사람의 유전자는 침팬지와 두 부분이 다르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이 변화가 말할 때 입과 성대를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해 인간이 말을 할 수 있게 됐을지도 모른다고 과학자들은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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