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북한경제돋보기] 농민시장 확대의 숨은 뜻
[북한경제돋보기] 농민시장 확대의 숨은 뜻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3.06.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이 지난 3월 농민시장을 ‘종합적인 소비품’ 시장으로 확대하는 조처를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6월10일 공식 논평을 통해 “농토산물뿐 아니라 공업품도 사고 팔게 되어 있는 개편된 종합시장(농민시장)이 지금 우리나라의 도처에 꾸려지고 있다”며 “그동안 여러 기회에 걸쳐 경제개혁을 추진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이런 농민시장의 개편 조처를 통해 “시장운영이 처음인 것만큼 다른 나라들로부터 전문가 양성, 경험도입을 비롯한 협조를 최대한 받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농민시장은 농민들이 잉여농산물을 거래해온 ‘시장 경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시장’으로서의 역할은 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더욱 심해졌다.
기업과 공장의 정상적인 가동이 불가능해지자 생필품의 공급 부족이 이어졌고, 이에 따라 수입품을 중심으로 한 공업품까지 농민시장으로 나온 것이다.
어찌됐든 <조선중앙통신>의 공식 논평은 몇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북한의 일반적인 후행적 행정 시스템으로 볼 때 이미 농민시장이 ‘종합시장’의 역할을 하고 있었으며, 북한 정부가 뒤늦게 이를 ‘현실’로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시장’이 북한 주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의 공식 논평 뒤에는 몇가지 정치적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북한의 물가와 임금을 현실화하는 조처였던, 지난해 7·1경제조처도 북한의 공식적인 기관을 통해 발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논평에는 뭔가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북한은 그동안 취해온 여러 경제 조처들을 ‘경제관리 개선’ 정도로 표현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처음으로 ‘경제개혁’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자신들의 조처를 좀 더 강조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논평은 다른 나라들에게 시장운영 경험을 배우고 싶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하루 전날인 6월9일 “우리의 핵 억제력은 결코 위협수단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낸 것을 보면 북한의 의도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논평에서 “우리가 핵 억제력을 갖추자고 하는 것은 그 누구를 위협공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망적으로 재래식 무기를 축소하며 인적자원과 자금을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에 돌리려는 데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논평 직전에 일본은 북한의 ‘만경봉-92호’ 입항을 금지하는 등 대북 강경조처를 잇따라 내놓았다.
결국 북한이 관영통신을 통해 자신들의 내부 경제개혁을 밝힌 것은 정치적 코드로 보면 미국과 일본에 보내는 일종의 ‘유화적 신호’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강경 분위기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이 정도 수준의 신호에 만족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