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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한진해운 “뱃고동을 울려라
[컴퍼니] 한진해운 “뱃고동을 울려라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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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동량 크게 늘면서 세계 2위 선사 넘봐…항로 합리화 통해 국제경쟁력 갖춰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해운업계는 여유가 넘친다.
국내 경기침체가 오히려 해운업종 전반에는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내 기업들이 내수침체를 탈피하기 위해 수출활로를 모색하면서 물동량이 날개 돋힌 듯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해운업계에는 지난해에 비해 물동량이 3배 이상 넘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도 한진해운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한진해운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증가한 1조2442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 최고치다.
영업이익 또한 지난해에 비해 5배 가량 상승한 51억원을 달성했다.
한화증권 고민제 연구위원은 “이런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역대 최고치였던 2000년의 실적을 넘어 한진해운이 세계 2위 선사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점친다.


최근 날아든 희소식은 한진해운의 활약을 단적으로 확인해준다.
지난 6월10일 미국 수출입 통계전문업체 피어스는 한진해운을 태평양항로(아시아―북미간)에서 1분기 컨테이너 화물수송률 ‘세계 2위’로 발표했다.
한진해운이 운임과 신속성, 서비스 만족도 등에서 경쟁사인 대만 에버그린(3위)과 미국 에이피엘(4위) 등을 제치고 지난해 4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이 최근 회복세를 타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난 1998년 시작된 컨테이너 대형화 작업이 5년 만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을 꼽을 수 있다.
한진해운은 오는 7월 중국-유럽노선에 5750TEU급 ‘한진 시카고호’를 투입하게 되면 5000TEU급 이상 최첨단 신형 컨테이선을 22척이나 보유하게 된다.
선박 보유 규모에서 세계 3위로 올라서게 되는 순간이다.
초대형선으로 선박을 재편하면 규모의 경제에 의한 운항원가 절감뿐만 아니라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도 높일 수 있다.


전세계 항로에 대한 전면적인 합리화 재편도 한몫했다.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노선에 대한 화주의 의견을 반영해 다양한 직항로를 개선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해운업체들과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결국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선적을 할 수 있도록 고객의 선택권을 높여 국제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최근 해운업계에는 물동량이 늘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운임지수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운임지수 89.7은 올해 5월 114.9로 올랐다.
한진해운은 특별한 노력없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장받은 셈이다.
한진해운 권석훈 부장도 “선박이 모자라 넘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며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한진해운이 호황을 누리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1998년부터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해 올해 완료될 예정인 해외 전용터미널이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미국의 롱비치와 시애틀, 도쿄의 오사카, 대만의 카오슝 등지에 6개의 최첨단 해외터미널을 갖고 있다.
한진해운은 이들 해외 전용터미널의 처리능력을 개선해서 주변의 물동량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면서 매출실적을 높이고 있다.
세계 화주들에게 한진해운의 인프라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한진해운은 이런 약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긍정적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업계 일부에서는 “한진해운의 호황이 1~3년전 운임이 쌀 때 물동량을 확보한 결과”라며 근시안적인 계산이라고 폄하한다.
단기적 호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경쟁업체인 현대상선이 비록 대북송금 특검에 발목이 잡혀 있지만, 눈에 띄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상선은 최근에 정기 컨테이선 항로를 늘리면서 한진해운과 해외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도 한진해운은 비교적 느긋한 표정이다.
세계 최대 해운시장인 아시아발 미주항로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노선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부장은 “한진해운의 국제경쟁력은 중국노선의 아시아시장을 넘어 미주노선의 세계시장에서 이미 최고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 호황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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