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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금융결제원, 연내 은행과 공동 결제서비스
[비즈니스] 금융결제원, 연내 은행과 공동 결제서비스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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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뱅킹 유비가 살릴까


“유비, 너만 믿는다.
”(금융결제원) “고객들의 모바일 학습이 덜 됐는데, 공동 상품(유비)인들 은행별 상품과 별다를까.”(한 시중은행) 은행권 공동으로 휴대전화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논의가 2002년 말부터 무성하더니,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금융결제원은 금융과 이동통신을 결합해 모두 24개 은행권을 하나로 묶는 ‘UBi’(유비)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실무합의를 마치고, 오는 12월부터 공동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유비는 ‘유비쿼터스 뱅킹 인터페이스’의 줄임말로, 금융결제원이 사내공모를 통해 확정한 명칭이다.
그러나 아직 은행간 의견차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서비스가 얼마나 제대로 제공될지 불안감을 남기고 있다.


유비가 제공할 주요 서비스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개인간 송금(P2P 방식) 서비스다.
SK텔레콤의 네모(NEMO) 서비스를 떠올리면 된다.
즉 송금하려는 개인이 수취인의 은행 계좌번호 대신 휴대전화 번호만 입력하면 되는 방식으로, 수취인은 입금내역을 SMS(단문메시지서비스)와 이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공과금 및 물품대금 납부(P2B 방식) 서비스다.
납부자가 휴대전화으로 요금납부를 선택하면, 요금이 징수기관의 계좌로 이체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 개인이 통신료, 보험료 등을 휴대전화으로 직접 조회할 수도 있고, 기업이 SMS를 통해 개인에게 통지할 수도 있다.
납부 내역은 전용선이나 인터넷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P2B 방식은 금융결제원이 5~6년 전부터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CMS업무를 실시간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은행별 모바일뱅킹, 유비로 통합 제공

금융결제원 쪽은 “모바일 뱅킹에서는 사용자의 편의가 관건이므로, 입력 항목을 수취인 휴대전화 번호와 송금액, 송금인의 계좌 비밀번호 등 세 가지로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최근 금융거래내역이나 주택청약, 부도정보 등 일반적 조회서비스와, 각 은행별로 시행중인 모바일뱅킹 서비스도 유비 통합서비스를 통해 함께 제공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유비 서비스는 1년 365일 내내 제공된다.
대상기관으로는 국내 18개 전 은행을 비롯해 우체국, 신협,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씨티은행, 홍콩상하이은행 등 24개 금융기관이 망라될 예정이다.


유비 서비스는 SK텔레콤의 네모와 비슷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네모가 9개 시중은행끼리만 이용이 제한되는 반면, 유비는 대부분의 금융기관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네모는 가상계좌를 이용하고, 개인간에 소액을 주고받는 데 주로 쓰인다.
반면 유비는 가상계좌가 아닌 금융기관의 실제계좌를 이용하므로, 미리 금액을 충전하거나 1회 이용금액이 제한되는 등의 불편이 해소될 수 있다.
또 개인간 송금거래보다는 공과금 납부, 대금결제 등 기업의 대량거래에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네모의 돌풍과 함께,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바일 뱅킹은 급성장 분야로 각광받았다.
이 분야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은행과 이동통신사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사용자가 더이상 늘지 않고, 거래량도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는 침체상태에 빠졌다.
‘사용상 불편함과 생소함’이라는 고객들의 고정관념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금융결제원 쪽은 유비 서비스를 통해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태세다.
e-비즈니스본부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 뱅킹이 시대의 추세이지만 모바일 결제시장이 아직 미성숙 단계이므로, 금융결제원이 앞장서서 한단계 앞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모바일 트렌드가 언제부터 급속히 퍼질지, 표준화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등을 고민하느라 과감한 투자를 못하는 상황에서, 금융결제원이 먼저 은행들을 설득하고 나선 것이다.


일단 금융결제원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유비는 전 은행이 참가하고 있고 입력항목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네모에 비하면 상품성이 훨씬 높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한다.
그는 “VM(가상머신) 방식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유비 프로그램을 저장해 놓고 즐겨찾기로 손쉽게 접속할 수 있다”며 “휴대전화의 진화도 모바일 뱅킹에 필수요소”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의 네모서비스도 6월부터 VM기반으로 전환한 바 있다.


정보통신부가 이동통신사의 무선인터넷망을 올해 안에 개방하기로 한 점도 유비에 큰 호재로 작용한다.
현행 방식에 따르면 유비 서비스는 이동통신사의 게이트웨이에 연결된 ‘네이트’와 같은 이통사 서비스의 하위 메뉴로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접속단계가 복잡하고 별도 사용료를 내야 하는 불편과 이동통신사에 종속되는 듯한 불쾌감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이동통신사가 독점해온 무선인터넷망이 개방되면 유비 서비스는 이동통신사의 게이트웨이에 직접 연결시킬 수 있다.



이통사 무선인터넷망 개방도 호재

이렇게 금융결제원이 적극 나서 공동서비스까지 합의했지만, 아직 은행간 이견이 완전 해소되지 않고 있어 반쪽운영의 우려도 낳고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몇몇 대형은행이 독자 서비스 강화에 강한 미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e-비즈니스팀 양호준 차장은 “P2B(개인 대 기업)방식만 공동 서비스를 시행하고, P2P(개인 대 개인)방식은 기존의 은행별 서비스와 마케팅, 영업전략 등에서 혼선과 충돌이 생길 수 있으므로 독자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즉 P2B방식은 이미 금융결제원이 주도해온 CMS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결제원 주도에 이의가 없지만, P2P방식은 은행별 서비스의 차별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어 결제원의 주도권을 인정하기 곤란하다는 얘기다.


별도 모바일뱅킹 서버와 ‘엔페이매직’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뱅킹의 선두주자 국민은행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우리가 유비시스템을 사용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P2P 방식은 금융결제원 사이트를 통하지 않고 은행 사이트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각 은행별 서비스까지 유비 통합서비스에서 함께 제공하려는 결제원의 구상과 크게 어긋나는 대목이어서, 얼마나 원활히 조율될지 지켜볼 문제다.


이용수수료와 쇼핑몰 결제 여부 등은 추후 논의과제로 남아있다.
일단 금융결제원 쪽은 경쟁상대인 네모도 곧 유료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유료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또 “앞으로 모바일뱅킹이 송금과 같은 개인간 채널거래 중심에서 더 나아가, 신용카드처럼 본격 결제수단으로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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