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글로벌] 프랑스 - 에어버스, 보잉에 한판승
[글로벌] 프랑스 - 에어버스, 보잉에 한판승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06.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주건수 이어 인도건수 앞서 1위 도약 확실시


만년 2위였던 프랑스의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가 올해 미국의 보잉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15일, 파리 에어쇼에 참석한 에어버스의 최고경영자(CEO) 노엘 포르제아르는 올해 300대의 항공기를 구매자에게 인도해, 280대 인도 예정인 보잉을 항공기 인도건수에서 사상 처음으로 앞지를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버스는 이미 지난해 항공기 수주건수에서도 보잉을 제친 상태라, 이렇게 될 경우 창사 33년 만에 항공기 제조업계의 실질적인 1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라크전을 둘러싼 갈등의 여파로 미국 방위산업체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치러진 ‘제45회 파리 에어쇼’에서도 에어버스는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세계적인 항공업계의 불황에도 항공기 제작 주문이 잇따랐던 것이다.
6월18일,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의 최첨단 초대형기 A380 8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5대는 확정 주문이고 3대는 옵션주문이다.
2억7500만달러인 A380의 카탈로그 가격으로 계산하면 계약금액은 모두 22억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항공기 판매에서 대형 거래의 경우 할인 판매가 일반적이고, 9.11테러사건 이후 항공산업이 극심한 위기를 맞고 있음을 감안하면 실제 구매가격은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측은 “대량 항공수송 시대의 개막에 대비해 550석 급의 신형 항공기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태평양노선 등 장거리 시장에서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문한 항공기는 2007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6월16일에는 두바이의 에미레이트 항공이 41대의 항공기를 에어버스에 주문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모두 125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은 이번에 최신형 수퍼점보 제트기 A380 21대와 A340-600 18대, A340-500s 2대를 주문했으며, 이중 A380 4대는 인터내셔널리스파이낸스에 리스 형태로 주문했다.


대한항공과 에미레이트 항공은 에어버스의 경쟁사인 보잉과도 항공기 구입계약을 체결했지만, 계약 금액이 각각 15억달러와 68억달러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번 계약이 에어버스를 더 기쁘게 한 것은 차세대 주력기종으로 개발하고 있는 A380의 주문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2005년부터 본격 투입될 예정인 A380은 좌석수가 모두 555개로, 경쟁기종인 보잉의 747-400 점보 제트기보다 큰, 사상 최대 규모의 항공기다.
에어버스의 올해 A380 수주 목표는 120대다.
회사 측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 수주보다 수익성 중요 지적

에어버스가 단기적으로 보잉을 앞지르기는 했지만, 항공산업에 닥친 불황에서마저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에어버스의 CEO 노엘 포르제아르는 “앞으로 3년간이 에어버스를 포함해 모든 항공산업 참여자들에게 가장 고통스런 시기가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보잉의 민간항공 부문 머랠리 사장도 “지금은 항공사들에게 어려운 시기다.
항공사들은 사업 구조를 개선해 수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항공기 제작업체들이 고객들인 항공사와 좀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생산 능력을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사의 경영난으로 현재 세계적으로 약 2100여대의 항공기가 운항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수명 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낡은 항공기이지만 최소한 500~600대는 조만간 다시 운항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에어버스의 미래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항공산업의 불확실성 탓에 항공기 주문의 계약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외형적인 수주 실적에 집착하다 낭패를 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에어버스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할인 공세를 벌이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에어버스가 수주 실적 발표에서 앞서고 있는 동안, 경쟁자인 보잉은 오히려 수익성을 회복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구스연구소의 켈러 연구원은 “보잉은 더 양질의 수요와 더 나은 가격을 기다리려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보잉은 2001년 시카고로 본사를 이전한 이후, 민간항공 부문보다 사정이 더 나은 방위산업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잉이 여전히 737, 777 같은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 2010년 이전에 7E7을 개발하면 한층 탄탄한 위치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JSA연구소의 니스베트 연구원은 “2010년경까지는 에어버스가 보잉에 비해 유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이후 보잉에서 새 항공기가 나오면 에어버스의 제품은 모두 낡은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