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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거상] ‘드림케익’ www.dreamcake.com
[인터넷거상] ‘드림케익’ www.dreamcake.com
  • 이태호/ 객원기자
  • 승인 2003.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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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의 케이크를 만들어 드려요


‘드림케익’ www.dreamcake.com를 운영하고 있는 정종수(48) 사장. 그는 사진제판 업무를 20년 이상 해온 베테랑이었다.
그러나 97년 IMF 한파를 맞으면서 정씨가 일하던 직장도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된서리를 맞기 시작했다.
그래서 임금 삭감은 물론 사진제판 업무를 함께 해오던 부인까지 퇴직하는 낭패를 겪어야 했다.
사진제판 이외에 다른 일이라곤 전혀 해본 경험이 없던 정씨에게 충무로 일대에 불어닥친 한파는 더욱 두렵고 불안한 것이었다.

그래서 신문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창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였다.
신문 한 귀퉁이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광고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꽃바구니, 곰 두 마리, 바둑이 등 독특한 모양을 띤 캐릭터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팬(케이크 반죽을 담아 구울 수 있는 그릇)을 소개하는 광고였다.
그는 이 아이템이 신시장 개척에 유리하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케이크 사업에 뛰어들기로 마음 먹고 제빵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서 쓴맛, 온라인 제2 창업

98년 초 정씨는 드디어 서울 강북구에 있는 아파트 단지 주변의 상가 사무실을 임대해 ‘동화속 케익’이란 이름으로 제과점을 차렸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인터넷을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던 그는 케이크를 인터넷으로 파는 최초의 쇼핑몰을 만들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인터넷 이용자가 많지 않았고 쇼핑몰도 활성화되지 않았었다.
따라서 케이크를 인터넷으로 배달 판매한다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주요 매체의 관심거리가 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매장을 열다 보니 초기투자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인터넷 쇼핑몰 구축비는 수백만원에 그쳤지만 매장을 운영하려면 무려 1억여원을 쏟아 부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막대한 투자에도 오프라인 판매는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제과점을 포기하고 인터넷 판매에만 전념하게 됐다.
그래서 2000년 7월에는 회사 이름도 아예 ‘드림케익’으로 바꿨다.
제2의 창업을 결심한 것이다.


정씨는 창업 초기에 방송 매체의 덕을 본 적이 있던 터라 방송사 등에 케이크를 적극적으로 협찬하면서 게릴라식 홍보에 들어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형 백화점에 납품하는 것은 물론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가입회원을 대상으로 e메일 마케팅을 전개하기도 했다.
레떼닷컴과 같은 인터넷 벤처와 제휴하거나 검색 포털 중심으로 배너광고를 집행하는 등 인터넷 홍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정씨는 방송 매체만큼 광고효과가 높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몇 년 전이었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마이클럽 부사장이라고 밝힌 분이 저희 ‘드림케익’을 추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며칠 동안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드림케익’의 주 고객은 20∼30대 여성이고 서울 거주 고객이 70% 정도를 차지한다.
최근 들어서는 남성과 지방 거주 고객들의 관심도 크게 늘기 시작했다.
이 쇼핑몰의 판매액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월평균 120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공장 임대료와 재료비, 인건비 등을 차감한 마진율은 대략 60%선이다.


혹자는 이 정도의 마진율이라면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캐릭터형 케이크를 만들려면 꽤 오랫동안 훈련된 고도의 기술과 창조적인 조형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60%의 마진율은 결코 높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씨에게는 아직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골칫덩어리가 하나 있다.
바로 빠른 시간 내에 케이크를 온전한 상태로 배달하는 문제다.
케이크의 유통기한은 대략 5일 정도지만 소비자들에게는 48시간 안에 배달돼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적어도 인터넷으로 케이크를 파는 것까지는 좋지만 배달이 부실해지면 존폐의 위기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대형 택배회사를 통해 배달을 의뢰했으나 케이크가 손상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해서 반품이나 환불문제로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해당 택배회사의 게시판이나 전화를 통해 여러 번 항의했지만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서울 지역은 정씨가 직접 배달하고 지방은 중소규모인 Y택배사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택배사는 중소규모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지역 택배사들과 폭넓게 제휴하고 있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품취급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덕분에 클레임 발생건수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서울 지역은 제가 직접 배달하기 때문에 주문한 당일에 받을 수 있고 지방은 늦어도 이틀 이내에는 도착하지요.”


마진율 60%선, 빠른 배송이 성패 좌우

이밖에도 정 사장은 고객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종 안전장치를 강구해 놓았다.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환불, 교환 원칙을 표방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현대해상에 음식물 책임보상보험까지 가입했다.
게다가 솔직하면서도 신속한 답변과 책임있는 사후서비스는 고객에게 신뢰를 얻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했다.
정씨는 “어찌 보면 솔직함과 책임있는 사후서비스가 단골고객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비결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케이크 시장을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크라운 베이커리, 파리바게뜨, 뚜레주르 등 대기업형 베이커리 업체 중심의 케이크 판매 실적을 통해 시장 규모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제빵시장은 양산빵과 독립형 베이커리로 나누어지는데, 케이크는 베이커리 분야에 속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베이커리 시장은 1조원대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케이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이었으므로 대략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40% 정도는 중규모 이하의 제빵업체나 재래시장 중심의 일반 제과점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들어 ‘드림케익’처럼 고급 케이크를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늘기 시작했다.
주요 검색 포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쇼핑몰은 대략 40여개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 독특한 모양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포토케이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러브케익’ www.lovecake.co.kr이나 바비인형을 본뜬 인형 케이크, 화려한 꽃장식을 한 기념일용 케이크를 만드는 스탠딩에그스 www.standingeggs.com 등 10여개 업체에 불과하다.


하지만 케릭터형 케이크는 일반 제과점의 천편일률적 케이크 모양에 식상한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오래지 않아 소득수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되면 케이크 시장도 대기업형 베이커리와 일반 제과점, 캐릭터형 케이크 등으로 분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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