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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비스와 오토넷, 기밀 유출 놓고 칼끝 대립
[비즈니스] 모비스와 오토넷, 기밀 유출 놓고 칼끝 대립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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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일가, 자동차 빅딜 게임?


옛 현대그룹에서 한솥밥을 먹다 서로 다른 계열사로 분리된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이 자동차 전장부문의 핵심인 AV시스템 기술의 유출여부를 둘러싸고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됐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현대모비스 AT사업본부 박아무개 전무와 현대오토넷 홍아무개 상무를 비롯한 연구원 5명 등 모두 6명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6월19일 구속기소했다.
지난 3월 현대오토넷에서 차량용 AV시스템 개발을 담당했던 연구원 5명이 퇴사해 별도 회사를 설립하면서 핵심기술 및 영업기밀을 빼낸 혐의다.
검찰은 또 홍 상무 등이 퇴사 직전인 3월말 별도 법인을 설립하면서 현대모비스 박 전무에게 3억원을 지원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CD롬 7장에 담겨 유출된 정보가 A4용지로 30만장 이상의 분량”이라며 “현대오토넷 기술 관련 자료를 빠짐없이 담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오토넷의 현재 기술·경영상 정보의 대부분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10년간의 주요 프로젝트 내용과 진행상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현대모비스가 회사 차원에서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계좌추적 등을 통해 개입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수원지검 여주지청 조재빈 담당검사는 “박 전무가 개인적으로 자금지원을 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겠느냐”며 “추가적인 수사를 통해 현대모비스가 관련된 것임을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차원 개입 여부 수사 초점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는 “현대모비스가 기술이나 인력을 빼내온 적도 없고 더구나 자금지원도 없었다”며 “박 전무의 개인적인 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박 전무가 현대자동차 근무 시절 부하직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현대오토넷 홍 상무의 도움 요청에 개인적으로 도와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오토넷의 기술은 원천기술이 아닌 응용기술에 불과하며, 현대모비스는 이미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인 다임러크라이슬러에 수출할 만큼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술을 빼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현대오토넷이 지난 4월14일 차량용 AV시스템 개발인력 20여명의 집단사의 표명 및 영업기밀·기술 유출사태와 관련해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오토넷은 지나치게 현대모비스와 대립적인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주요 고객인 현대자동차와의 관계 때문이다.
현대오토넷 관계자는 “업무방해와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만 고소장을 제출했을 뿐 핵심기술 유출 등의 혐의는 주장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현대오토넷과 현대모비스의 미묘한 관계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현대오토넷은 현대아산이사회 정몽헌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다.
과거 두 그룹 총수 사이의 심각한 갈등을 돌이켜본다면 예사롭지 않다.


현대오토넷은 차량용 AV시스템과 텔레매틱스 등에서 50% 이상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업계 1위 기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대오토넷은 ‘정몽구(MK) 회사가 먹여살리는 정몽헌(MH) 회사’라고 할 수 있다.
현대오토넷의 대부분 매출이 현대자동차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 제품인 텔레매틱스는 2002년에 현대차 납품 비율이 93.4%에 이를 정도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0년 현대정공 당시 사업분야를 변경하며서 모듈부문과 A/S부품, 텔레매틱스 사업에 뛰어들어 3년 만에 4조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토넷의 텔레매틱스 분야와 사업이 겹치면서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특히 두 회사 모두 납품대상 업체로 현대차와 기아차가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오토넷을 인수할 계획을 추진했을 정도로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토넷의 존재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토넷, MK가 먹여살리는 MH 회사

LG증권 이동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부품 사업 중 가장 수익이 많이 발생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텔레매틱스 분야인데,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계열이면서도 현대오토넷에 납품 기회를 뺏겨왔다”며 “현대모비스가 매출 확대를 위해 현대오토넷과의 합병고리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일단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검찰발표가 있었던 6월19일부터 현대모비스 주가는 4일간 떨어졌으나 이후로는 오히려 상승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삼성증권 김학주 연구위원은 “현대오토넷의 기술력은 현대모비스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며 “현대모비스가 사업영역의 5% 수준에 불과한 분야에 회사의 도덕성을 걸 만큼 무모하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현대모비스가 도덕적인 치명상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현대오토넷보다 기술력에서 뒤지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현대모비스가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결론은 두 회사에게 모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vs 모비스, 양측 주장


1. HACO-LAN 통신제어 사양 프로토콜 유출 혐의

검찰: 현대오토넷의 독자적인 전송규약인 HACO-LAN 시스템의 장치그룹과 장치 모델화 등에 관한 정보를 빼냄. 이 전송규약은 현대모비스에 없는 것으로, 기술을 확보하면 현대자동차에 납품이 가능하다.


현대모비스: LAN은 AV단말기 간에 신호를 전달하기 위한 통신방식으로, 일본 NEC사에서 이미 공개한 기술이다.
현대오토넷의 HACO-LAN은 응용시스템에 불과하다.



2. GH(오피러스)용 AVC 유출 혐의

검찰: 현대자동차에 납품되는 AVC의 시스템 구성 및 연결도 등에 관한 정보를 빼냄. 이 제품은 현대모비스에 없는 것으로, 기술을 확보하면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차종에 신제품으로 납품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 기본적으로 신차는 현대자동차와 사양협의를 통해 전용사양서를 작성하게 된다.
GH용 AVC시스템 역시 GH차종 고유의 설계사양으로 현대자동차와 현대오토넷 사양협의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결국 이번 사양서는 GH에 맞게 개발된 전용기술일 뿐이다.



3. 텔레매틱스 서비스(ATOM) 및 텔레매틱스 시스템(MTS) 유출 혐의

검찰: 텔레매틱스 개발 과정에서의 각종 플랜과 현대자동차 및 쌍용자동차의 계속적인 피드백 등에 관한 정보를 빼냄. 이 프로젝트는 현대모비스 없는 것으로, 기술을 확보하면 현대모비스는 텔레매틱스 사업의 투자기간 및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대모비스: 텔레매틱스는 이미 2002년 독자개발로 착수해 개발완료된 상태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텔레매틱스는 미국의 MS사가 자동차용으로 개발한 OS를 적용한 플랫폼으로 현대오토넷과 다른 최신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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