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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달러화 약세에 고민스런 한국
[포커스] 달러화 약세에 고민스런 한국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3.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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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어 각국 경쟁적 금리인하 단행…원화강세 용인 땐 수출경쟁력 치명타

금리는 잔뜩 낮췄다.
그런데 이자가 싼 돈을 끌어다 쓸 만한 곳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세계 경제는 성장엔진을 기다린다.
일단은 미국 경제가 희망이다.


미국 시각 6월25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한번 더 금리를 낮췄다.
인하폭은 0.25%포인트. 2001년 1월 금리 인하를 시작한 이후 29개월 만에 미국의 단기금리는 45년 이래 최저치인 1%로 떨어졌다.
달러화에 연동된 홍콩도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2.5%로 떨어뜨렸다.


노르웨이, 폴란드, 체코 중앙은행도 일제히 금리를 끌어내렸다.
폴란드와 체코는 0.25%포인트, 노르웨이는 1%포인트를 낮췄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노르웨이가 6%, 폴란드가 6.75%를 기록하고 있다.


6월5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2.0%로 낮춘 유럽중앙은행(ECB)도 7월께 금리를 추가인하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빔 뒤젠베르크 ECB 총재는 금리인하 직후 “유로권 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금리인하가 완전히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면 유럽연합(EU) 역시 추가인하할 수 있다는 속뜻이다.


전 세계 나라들이 금리를 낮춰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여기까진 좋다.
저금리는 투자와 소비를 부추겨 전 세계를 감싸고 도는 디플레이션의 유령을 더 빨리 퇴치할 수 있게 돕는다.
문제는 환율이다.
돈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흐른다.
금리가 높은 나라의 통화는 가치가 높아진다.
금리가 낮은 나라의 통화는 가치가 낮아진다.
그래야 금리를 낮춘 나라가 효과를 본다.



0미국,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 수위 높여

미국 수출업체들이 투덜거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수출경쟁력을 높이려고 통화 강세를 저지한다는 것이다.
미국 수출업체들의 모임 ‘건전한 달러를 위한 연맹’은 중국, 일본, 대만, 한국 등 아시아 4개국이 자국 통화 환율 조작을 통해 미국 제조업체보다 20~40% 정도 가격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바로 지난해 미국 무역수지 적자 중 41%가 이 4개국에서 발생한 원인이란다.


이들이 특히 눈엣가시로 여기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 달러에 연동한 환율제를 택했다.
‘건전한 달러를 위한 연맹’은 이것이 화폐 가치 조작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그 때문에 중국의 @명목실효환율@이 달러에 대해 8% 정도 절하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이 환율정책을 시정하지 않으면 미국 무역법 301조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 달러화 약세가 미국 경상수지 개선 효과를 거의 주지 못하는 주원인으로 중국 위안화 저평가를 꼽았다.
위안화 저평가는 미국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의 경상수지마저 악화시키고 있단다.
달러 약세로 다른 나라 통화 가치가 높아졌는데 중국 통화만 달러 연동을 고집하면 중국 제품의 가격이 싸져 다른 나라의 제품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미국은 중국에 가하는 압력의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6월26일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위안화 변동폭 확대, 즉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을 강조했다.
발언의 수위도 1주일 전보다 높아졌다.
“최근 중국 당국으로부터 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 “위안화 변동폭 확대는 촉진되어야 한다.
” 골드만 삭스는 중국 정부가 앞으로 12개월 내에 2단계에 거쳐 위안화 변동폭을 10%까지 높여 사실상 달러당 7.86위안까지 허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 인민은행은 23일 현행 환율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세계 경제의 기관차, 미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미 연준은 금리를 인하하면서 경기 전망을 ‘중립’으로 내놨다.
실물경제에 회복 신호가 확실히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
메리츠증권 고유선 연구위원은 미국 제조업체들의 투자지표인 자본재 신규주문이 금리인하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그보다 좀 낫긴 해도 소비지출 역시 반등 효과가 적다.
고 위원은 부채 증가와 장기 침체로 가계와 기업 모두 지쳐 있는 탓이라고 지적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 수출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도 미국 경제가 빨리 살아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원화강세를 용인하면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미국의 원화 절상 압력은 중국에 이어 한국에 더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디플레이션에 빠진 일본, 홍콩, 대만은 통화가치가 올라가면 부채 규모가 더 커질 위험이 있다.
이 상황에서 원화가치를 자연스레 유지하려면 금리를 더 끌어내려야 한다.
원화강세냐, 추가 금리인하냐. 이 두 마리 토끼를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는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미국 저금리정책, 이번엔 몇 개월?


70년대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RB)가 금리 정책을 인하에서 인상으로 바꾸는 데엔 평균 39.5개월이 걸렸다.


74년 미국 경제와 정치는 석유수출국기구(OECD)의 석유 수출 중단, 닉슨 대통령의 탁핵 위기로 불안에 빠졌다.
미 연준은 그해 12월부터 76년 11월까지 기준금리를 8%에서 5.25%로 낮췄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작한 것은 경제 성장률이 7.4%로 높아진 77년 8월. 마지막 금리인하 때부터는 9개월, 첫 금리인하 때부터는 33개월이 지났다.


재할인율이 14%까지 치솟았던 81년 5월부터는 재할인율 금리를 9차례에 거쳐 8.5%까지 끌어내렸다.
연준은 84년 중반 분기 성장률이 9.8%로 치솟자 그해 9월 금리를 9%까지 올렸다.
마지막 금리인하 때부터는 16개월, 첫 금리인하 때부터는 41개월이 소요됐다.


84년엔 미국 경제 호황이 지나쳐서 일부러 금리를 낮췄다.
미국 경제 호황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자 미국의 무역상대국들은 미국산 수출품이 비싸다고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준은 그해 11월 다시 금리인하에 들어가 86년 8월에야 금리를 올렸다.
그동안 21개월이 흘렀다.


재할인율이 7%에 달했던 89년엔 그해 2월부터 92년초까지 4%포인트를 끌어내렸다.
연준은 그뒤 22개월 동안 같은 금리를 유지하다가 94년 5월에서야 금리를 인상했다.
이땐 금리 정책을 바꾸는 데 무려 63개월이 걸렸다.


2001년 1월, 연준이 금리인하를 시작해 정책금리를 5.5%포인트 인하하는 데 걸린 기간은 29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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