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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합법과 불법
[편집국] 합법과 불법
  • 박형영 기자
  • 승인 2003.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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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소기업 사장을 한 분 만났습니다.
그 회사는 신입사원 채용을 아주 까다롭게 하고 있었습니다.
정직원이 되려면 신입이든 경력이든 3개월의 수습을 거치고 해당 부서원 전원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분은 “회사는 사원을 마음대로 내보낼 수 없지만 사원은 마음대로 나갈 수 있으니 처음부터 제대로 뽑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려운 말로 해서 노동의 유연성이 없으니 고용이 경직된다는 것이겠지요. 그분은 우리나라 노동법이 지나치게 노동자 편에 서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이런 불만은 경영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영자는 이리 뛰고 저리 뛰는데 노조는 투정이나 부리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노동자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습니다.
이들은 고용불안은 더 심해지고 있으며 경영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주장합니다.
경영자의 잘못에 피해를 입는 것은 노동자뿐이라고 호소합니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 판단하기에 앞서, 이런 의식의 차이는 왜 나타날까요. 서로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입장차이를 좁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동자의 경영참여입니다.
회사의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되면 노동자도 생각이 달라집니다.
회사상황을 노동자에게 투명하게 밝히고 이해를 구한다면 극한 대립은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파업이 잇따르자 경제 5단체는 “노동계가 불법투쟁을 계속한다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나는 이 엄포가 다소 과장은 되었을지언정 단순한 엄포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기업이란 더 좋은 경영환경을 찾아가기 마련이니까요.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된다면 미련 없이 떠날 겁니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노사가 함께 계산기를 두드린다면 노조의 요구도 적절한 선에서 조정이 되지 않을까요. 정부는 “불법파업에 엄정대처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재의 파업이 불법으로 간주되는 것은 노조가 경영에 관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근로조건에 영향을 준다면 경영권에 해당하는 문제라도 쟁의대상이 된다는 것이 최근 학계의 추세입니다.
‘불법’의 의미는 전향적으로 해석하되 법집행은 ‘엄정’해야 합니다.
경영자는 노동자도 경영의 동반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노조 또한 절차를 무시하고 힘으로만 밀어붙이려는 구태의연한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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