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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거상] 엽기상품 판매 엽기몰 www.yupgymall.com
[인터넷거상] 엽기상품 판매 엽기몰 www.yupgymall.com
  • 이태호/ 객원기자
  • 승인 2003.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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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생활 용품서 액세서리까지 틈새시장 파고든다


‘엽기’는 인터넷 세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키워드이다.
지난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엠파스’가 인기검색어를 조사한 결과, 엽기라는 단어가 1위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21위로 내려앉긴 했지만 가벼운 일탈을 꿈꾸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관심은 여전해 보인다.


이제 엽기는 단순히 ‘기괴하고 이상한 것’이라는 본래의 뜻을 넘어서고 있다.
예컨대 엽기광고, 엽기개그, 엽기게임, 엽기파티 등으로 나타나는,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문화트렌드가 돼 버렸다.
지금 인터넷에는 엽기 관련 사이트만 수백개에 이른다.
이런 엽기 관련 사이트 가운데 할로윈 가면이나 ‘똥’ 액세서리 등 엽기상품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엽기몰 www.yupgymall.com은 관심있는 네티즌이라면 한 번 이상은 방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난 2001년 5월 인터넷벤처뱅크 인터넷사업팀에서 일하던 조희진(23)씨는 동료 2명과 함께 엽기몰을 오픈했다.
초기에는 판매물량이 많지 않아서 우체국을 통해 배송하다 보니 꽤나 힘이 들었다고 한다.
조씨가 처음 투자한 컴퓨터 및 집기 비용은 대략 300만원 정도이다.
컴퓨터와 주변기기, 임대쇼핑몰 임대료, 호스팅료 정도가 그가 투자한 전부였다.
하지만 신속한 배송과 품절방지에 신경쓰다 보니 재고를 많이 쌓아놓게 됐고, 결국 사업 첫해에는 4천만원어치 이상의 상품을 사들여야 했다.



엽기 시리즈 인기 톡톡…타깃 한정돼

2001년 당시에는 인터넷을 통해 ‘엽기 시리즈’가 한창 인기를 얻던 때여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주요 방송 및 잡지 매체 등에서 단골메뉴로 소개된 뒤,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렇다고 광고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매일 150만회 이상 소비자들에게 노출시킬 수 있는 검색 키워드 광고에 집중했다.
다른 사이트와 전략적 제휴를 적극적으로 전개했고, 덕분에 꽤 괜찮은 판매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엽기몰은 설립한 지 3개월 만에 1천만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고, 일반 경비를 제외한 평균 마진률도 30% 안팎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엽기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섰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주문고객의 60% 이상이 초·중·고생들에 집중돼 있고, 30대 이상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낯선 문화로 비치기 때문이다.
“한 번은 한 학생이 혐오감을 주는 상품을 구입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집에서 이를 받아본 부모님이 저희 회사에 전화해 왜 이런 상품을 파느냐고 다그치시더라고요. 그땐 정말 크게 당황했었지요.”

이처럼 기성세대들에게 ‘엽기문화’는 아직 친숙하지 않다.
그래서 혹자는 ‘엽기문화’의 확산은 비정상적이고 희망을 갖기 어려운 사회에 대한 혐오감의 뒤틀린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까지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행하는 ‘엽기’는 가벼운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는 일회성 놀이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다양한 창조성이 살아 숨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는 의미에서 긍정적 평가가 더 많다는 것이 조씨의 생각이다.



무역상 통해 물품 매입, 국내서 주문생산도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도대체 ‘엽기상품’은 어디서 구하는 것일까. “상품을 직접 만들지는 않아요. 주로 미국이나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무역상을 통해 매입하죠. 국내 생산업체를 통해 주문생산하는 경우도 있어요.”

한계도 있다.
‘엽기상품’이 희귀용품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소비자들이나 파티용 상품으로만 이용되어 시장을 크게 형성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이다.
그래선지 엽기상품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다만 엽기상품은 그 자체로 ‘파생상품’이어서 파티용품에서 생활용품이나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틈새시장이 발견된다.


엽기몰에서 파는 상품들을 보면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희귀한 상품들이 많다.
예컨대 영화 ‘스크림’의 해골가면에 피 흘리는 기능을 추가한 온갖 괴기 가면류는 엽기상품의 대표주자에 속한다.
인터넷 접속상의 오류메시지는 티셔츠의 단골 메시지가 됐고, 황당한 형상의 커플용 속옷을 비롯해 인형, 장난감, 액세서리, 차량용품에 이르기까지 비정상적인 아이템으로 꽉꽉 채워져 있다.


얼마 전엔 강력한 추천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명 ‘엽기원샷잔 세트’가 그것이다.
이 세트는 졸라잔, 쭉쭉빵빵, 쫄라잔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성적 노출’을 노골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짓궂은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이밖에도 변기통 열쇠고리, 오노 화장지, 똥냄새 스프레이, 백만원 수표 팬티 등 이름에서부터 엽기의 냄새가 나는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엽기적이면서도 혐오스럽지 않은 상품,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상품, 중저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상품들이 잘 팔리게 마련입니다.
” 엽기몰이 상품을 기획하는 요령이다.








인터넷 창업자의 핵심역량, ‘창의력’


성공한 인터넷 사업자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힘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현상적으로 본다면 돈이 가장 중요한 경쟁 원천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몇 해 전 수십조원의 자산을 굴리던 베어링스은행의 파산이나 수백억원쯤은 우습게 생각하던 옛 재벌그룹들의 허망한 몰락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동안 에 소개해 왔던 쇼핑몰 운영자들 중에서 연간 50억원 이상의 판매액을 거두는 사업자들의 투자자금이 1천만원 안팎이었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진정한 힘은 바로 ‘창의력’에서 비롯된다.
창의력은 상상력, 독창성, 발명, 직관, 창안, 창조, 영재성, 모험적 사고, 아이디어와 같은 개념들을 아우르기도 하고, 중첩해서 사용한다.
물론 제아무리 독특하고 기발해도 사람에게 해롭다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는 ‘파괴’일 뿐 창조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어떤 이는 좋은 생각, 명확한 판단, 바른 행동 따위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디어 행위야말로 진정한 창의력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창조력은 단지 간단한 생각이나 모방을 통해 구현되지는 않는다.
끝없는 훈련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천재성과 같은 특별한 자질에 의해 우연히 이루어지는 창조행위도 있겠지만, 이를 일반화한다면 즉시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제갈공명은 전쟁을 하기 전에 ‘주역’으로 점을 쳤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엄청난 학습과 훈련,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로 무장해 정세 분석을 한 뒤, 최종결정을 내릴 때 직관적 결정의 수단으로 ‘점’을 이용했다.


창의력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노력의 대가를 치러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핵심역량인 ‘창의력’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부단히 학습하고 분석하며, 현실과 부딪쳐야만 한다.
실제로 성공한 쇼핑몰들을 살펴보면 쇼핑몰 디자인에서 상품기획, 배송포장이나 판촉이벤트 등 모든 요소들 속에서 운영자의 고뇌와 ‘창의적’ 연출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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