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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돋보기] 경제관리 변화
[북한경제 돋보기] 경제관리 변화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3.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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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만큼 분배” 변혁의 바람 북한이 지난해 ‘7·1 경제관리개선 조처’를 취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근 ‘변혁의 현장에서’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변화된 현실을 현장 보도하고 있다.
기사를 보면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북한 내부에서는 역동적인 변화의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7월1일 실시한 경제관리 개선 조처는 생필품 가격 및 임금 인상, 배급제 축소, 기업의 경영 자율권 확대 및 관리 개선, 지방경제의 자율권 확대, 환율 현실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한이 식량과 생필품의 국정가격을 농민시장 가격 수준과 비슷하게 평균 30배 정도 인상하고, 임금도 20~25배 가량 올렸다는 사실은 혁신적이었다.
이는 식량배급권을 제외한 기타 일용품의 배급제도 폐지와 맞물려 모든 북한 주민들이 ‘화폐’로 물건을 살 수 있게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기업의 재량권과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시도했다.
구체적인 성과와 부작용은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북한 당국의 이런 시도가 어느 정도 정착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조선신보>는 평양 시민들 사이에서 “이제는 두몫, 세몫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직장에서 계획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부업도 하고 시장에 상품을 내놓을 생각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가정주부들의 ‘직장 복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신보>는 북한 평양호텔 간이매대에서 술, 맥주 등을 마시는 손님들을 위해 봉사하는 최윤주(25)씨 가족과 인터뷰를 싣고 있다.
최씨는 “그동안 집에 들어가면 녹초가 되어 쓰러졌는데 지금은 집안일을 도와 나서고” 있다고 말한다.
어머니 김옥련(52)씨가 평양시 승강기사업소 노동자로 직장을 다니게 됐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국제호텔에서 요리사로 일했다는 김씨가 ‘어렵고 힘든 부문’인 새 직장을 다니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김씨는 “7월1일 개정 조처 뒤 ‘일한 만큼 분배를 받는다’는 원칙이 관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둘러 말하기는 했지만 북한 주민들이 ‘수입’ 또는 ‘소득’에 대해 새로운 생각들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김옥련씨가 ‘먹고사는 수준에 만족한다면’ 직장에 다닐 필요가 별로 없다.
평양시인민위원회 도시경영국 부국장으로 근무하는 남편 최세화(56)씨의 월급 3500원만으로도 한달 생활비 2천원을 충당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또한 평양호텔 기본임금이 1500원인 최윤주씨도 요즘 들어 매달 3천원 이상을 받고 있다.
‘일한 만큼 분배를 받는다’는 원칙에 따라 매대의 매상 정도에 따라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고난의 행군 이후 무너져 내린 구매력과 공장규율, 생산성 향상을 위해 시도했던 북한의 경제관리 변화는 이미 북한 주민들의 의식과 사회적 분위기까지 바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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