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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통신그룹 LG의 꿈★ ‘성큼’
[컴퍼니] 통신그룹 LG의 꿈★ ‘성큼’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3.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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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통신 인수 가능성 갈수록 유력…정부의 지원 여부가 핵심 변수될 듯


지난 7월1일 지루하게 끌어온 LG그룹의 통신정책에 한 획이 그어졌다.
LG그룹 통신사업 총괄사장으로 부임한 정홍식 사장이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하나로통신에 5천억원 유상증자를 제안하며 하나로통신을 포함한 통신그룹 LG의 밑그림을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밑그림을 완성해 가기 위해선 풀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아 앞으로 LG그룹 내부를 포함해 정부, 하나로통신 주주사들 사이에 힘겨운 줄다리기가 전개될 전망이다.


이날 정홍식 사장이 밝힌 계획안은 이전에 박운서 데이콤 회장이 준비해 온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홍식 사장이 밝힌 LG의 통신계획안은 3단계로 나뉘어 추진된다.
우선 1단계로 데이콤, 하나로통신, 파워콤이 사업적 측면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어 서로 중복투자부분을 정리한다.
하나로통신은 시내외·국제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데이콤은 기업영업과 전용선을, 파워콤이 망제공사업을 하는 형태다.
2단계에서는 유선 3개사의 통합을 추진하고 무선사업자인 LG텔레콤과 함께 결합서비스를 내놓는다.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를 묶은 번들서비스로 KT에 맞선다는 것이다.
1·2단계 완료로 기업가치를 올린 뒤 마지막으로 3단계에는 외자유치나 외국 기간통신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글로벌 통신사업자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유상증자 제안해 외자유치안 부결 유인

하지만 정홍식 사장이 내놓은 안이 지닌 파괴력은 이런 계획을 집행하기 위해 5천억원이라는 자금을 그룹에서 이끌어 낸다는 확신을 밝힌 점이다.
실제로 데이콤의 박운서 회장은 파워콤을 인수하며 LG통신전략을 그려 왔지만, 그룹에서 자금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데 이번에 정홍식 사장의 안에서는 미적거리기만 했던 LG그룹의 변화가 확인됐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서 “전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인 정홍식 사장이 부임하면서 아마 그룹에서 이 부분에 대한 확답을 받아낸 것 같다”는 게 통신업계 전문가들의 평이다.


정홍식 사장의 유상증자 제시로 하나로통신은 이제 실질적으로 LG통신그룹 안의 일원으로서 통신시장에서의 역할을 고민하게 됐다.
일단 지난 7월3일에 있었던 하나로통신 이사회에서 AIG-뉴브리지 컨소시엄과 추진했던 외자유치안은 부결됐다.
이날 이사회는 약 6시간 동안 격론을 벌인 끝에, 외자유치안에 대해 찬성 4, 반대 4, 기권 2로 표결을 마감했다.
AIG측은 이제까지 제시해 온 주당가격 3천원에서 조금 올려 3100원을 제시했지만, 이미 LG측으로 돌아선 대세를 돌이킬 수 없었던 것이다.
이사회는 8일 예정인 다음 이사회에서 LG측 유상증자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서도 진통을 겪었듯, LG의 계획이 순탄치만은 않다.
LG가 제시한 안대로 가려면 LG가 좀 더 확실한 의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로통신 노조가 LG의 하나로통신 인수에 대해서 반대한 것도 그런 점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나로통신 김영록 노조위원장은 “데이콤을 인수하고 3류 통신회사가 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처럼 하나로통신을 인수해 놓고 투자를 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반대성명을 내놓았다.
이사회 등을 거치면서 비로소 노조도 “LG가 계속 약속을 이행한다는 신뢰를 준다면 LG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선회했을 정도로 LG에 대한 불신이 깊다.


LG가 설득해야 할 대상은 이밖에도 많다.
최우선적으로는 하나로통신의 주주사들 설득이 필요하다.
유상증자안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선 이사회 전원찬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하나로통신 이사회는 LG와 하나로통신 외에도 SK텔레콤, 삼성전자 등이 4분의 1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어떤 한 회사라도 반대표를 던지면 성사될 수 없는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SK텔레콤은 묘한 입장에 처해 있다.
SK텔레콤은 표면적으로는 하나로통신 주가가 적정선에 오르면 팔겠다고 밝혀 왔다.
이번 이사회 때도 “AIG든 LG든 주가가 오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쪽의 손을 들어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으로는 LG가 하나로통신을 장악하는 것에 대해 주판알을 튕겨볼 수밖에 없다.
계속 부인하기는 하지만 유선망이 없는 SK텔레콤으로선 하나로통신에 계속 발을 담그고 있는 게 필요하기도 하다.
언젠가는 하나로통신 유선 가입자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상증자 때 참여하자니 유선망에 욕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만 증폭시킨다.
이번 표결 때는 일단 SK텔레콤은 하나로통신 이사들과 함께 외자유치 찬성표를 던지며 LG에 대해 견제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자세를 취할지는 알 수 없다.
삼성전자도 일단은 LG의 손을 들어줬지만 녹녹한 상대가 아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LG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LG가 SK텔레콤과 삼성에게 모종의 카드를 내보이며 거래를 하지 않겠는가”는 예측을 펼치는 이들도 많다.



“투자 비해 시너지 효과 적다” 목소리도

유상증자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하나로통신, 데이콤, 파워콤, 그리고 LG텔레콤이 모여 과연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동원증권 김성훈 연구원은 큰 의미없는 연대라는 평가를 내린다.
“중요한 것은 유상증자 이후 기업가치가 얼마나 향상하는가다.
하지만 이제까지 후발 통신사업자들이 어려웠던 것은 연대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KT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합친다 한들 KT보다 나아질 만한 시너지가 보이지 않는다.
” 하나로통신의 재무구조는 좋아지겠지만 경쟁력이 개선될 만한 부분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LG는 이번 5천억원 외에도 파워콤 인수 잔금 4천억원 등을 포함해 앞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을 인수회사들의 빚만 갚는 데 치러야 한다.
여기에 경쟁을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 자금을 조달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하지만 통신시장의 중심변수는 늘 업체가 아니라 정부였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래에셋 김경모 연구원은 “결국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면서 “이제부터는 정홍식 사장이 정통부를 얼마나 설득하는가에 달렸다”고 말한다.
즉, LG가 정부의 지원을 얻어내는 여부에 따라 통합시너지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앞으로 유상증자를 하는 데 있어, 정부 지원책에 따라 LG의 부담은 달라진다.
현재 LG는 유상증자 때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주주가 생기면 그 부분은 전액 LG가 책임지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LG에게 힘을 실어주면 기존 주주들뿐 아니라 일반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LG는 5천억원보다 훨씬 적은 돈을 투자하고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때문에 전 정통부 차관 출신인 정홍식 사장이 얼마나 정통부의 지원을 얻어내는가가 이번 유상증자의 핵심변수라는 이야기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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