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주민등록증을 만들었습니다.
주민등록증 없이 몇 년을 버텨 왔더랬습니다.
지문 날인이 부당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금융거래에 지장을 주더군요. 약간 찜찜한 마음은 있었지만 결국 지문을 찍고 말았습니다.
온 국민에게 숫자를 부여하고 지문을 찍게 해서 관리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참 편할 겁니다.
문제는 편한 게 옳은 것은 아니라는 거죠.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명제를 해야 할 필요성은 십분 이해가 갑니다.
사이버 세계의 언어 폭력이 심각하다는 것도 압니다.
그렇지만 구청 들어갈 때 주민등록증 확인합니까. 민간 사이트에도 실명제를 도입하라고 권유했다죠. 백화점에서 도난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고 입구에서 주민등록증 검사하면 아마 그 백화점은 곧 망할 겁니다.
정통부는 전면 시행에서 한발 물러서서 부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고 합니다.
혹시 실명제를 실시할 생각이 있는 부처가 있다면 철회하기를 권합니다.
자유로운 표현의 기회를 앗아가는 대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발휘하십시오. 내친 김에 한마디 더 하죠. 요즘 웬만한 사이트에 회원 가입하려고 하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라고 하죠. 그거 왜 하라고 하는 겁니까. 책 몇 권 사려고 하는데 주민등록번호까지 요구하는 것은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요즘은 신용평가회사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서 실명을 확인하는 사이트도 많더군요. 그것이 불법 소지가 있다는 거 여러분은 아십니까. 요즘 사이트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기사가 있습니다.
바로 백화점들의 영업시간 연장을 다룬 ‘현장리포트’입니다.
기사가 보도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독자 의견이 올라옵니다.
주로 유통업체 종사자들이 열악한 근무 여건을 호소하는 내용입니다.
유통업체 종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관심있게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의 근무 시간을 강제로 규제하자”는 주장을 하는 분이 여럿 있더군요. 장시간 근무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그런 주장을 할까 싶기도 하지만 아직도 일방적인 규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물론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노동법에 호소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죠. 문제를 편하게 해결하려는 의식이 정부뿐만 아니라 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 관치경제에 길들여져서일까요. 아니면 지나친 시장주의에 대한 반성인가요. 규제는 개인과 기업이 맘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