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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레오버넷 토종 대행사에 도전장
[컴퍼니] 레오버넷 토종 대행사에 도전장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3.08.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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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와 코드를 맞춰라”


세계 8위, 하지만 국내 28위의 외국계 광고 대행사가 한국광고시장 공략을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레오버넷코리아가 한국 기업 광고주를 끌어 모으기 위해 광고 제작 3개월 후 광고주가 만족하지 않으면 광고 대행 수수료를 환불해 주는 제도를 채택한 것이다.


레오버넷코리아의 환불 제도 도입은 다국적 기업에 국한돼 있는 광고주들의 범위를 넓히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패트릭 고긴 사장도 “후발업체로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으로 환불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한다.


환불 제도는 국내 기업에 한해서 적용된다.
환불 제도에 대한 단일화된 기준은 없다.
단지 광고주의 목적에 따라 성과 측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을 채택할 예정이다.
예컨대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광고주가 원하는 것이라면 인지도 측정을 통해 광고주를 만족시켰는지 평가할 것이고, 매출 증대라면 일정 기간을 두고 수치화해서 평가할 것이다.
왜냐하면 광고주가 “OK”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레오버넷코리아 최현식 국장도 “광고주가 요청하는 조건에 따라 사안별로 분석해 환불 제도를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레오버넷코리아는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광고회사로 지난 91년에 설립됐다.
일반인들에게는 ‘레오버넷코리아’라는 이름보다 “목숨 걸지 마세요”라는 카피로 유명한 맥도날드 광고로 더욱 잘 알려진 회사다.


최근 레오버넷코리아는 기존의 광고 제작 시스템인 BBS(Brand Believer System)를 한국적 상황에 맞게 변형시켜 LBK Way를 만들어 냈다.
LBK Way는 한국 기업 광고주를 영입하기 위한 적극적인 계획이다.
LBK Way는 브랜드에 대한 영구적 신념을 추구하는 BBS의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가미한다.


레오버넷코리아가 세계적인 회사임에도 국내에서 맥을 못추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레오버넷이 추구하는 철학과 국내 광고주의 코드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레오버넷은 ‘나이키’나 ‘말보로’와 같은 브랜드를 사람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인격체’로 바라보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한 브랜드가 인간의 가치를 간직한다면 사람들은 그 브랜드에 대한 ‘신봉자’가 될 것이라는 것이 레오버넷코리아의 철학이고, BBS는 이런 브랜드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 광고주들의 생각은 다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브랜드를 키워 인격을 갖추게 하기보다는 당장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광고를 원한다.
당연히 레오버넷코리아는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국내에서 그저 그런 광고 회사로 여겨졌다.
현재 다국적 회사의 광고주는 맥도날드, P&G, 필립모리스, GM 등 굵직하지만 국내 광고주는 서울증권 단 한 곳뿐이다.


한편 레오버넷코리아는 국내의 취약한 기반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 광고 대행사에 대한 인수·합병이나 합작회사 설립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고긴 사장은 “화이트커뮤니케이션과 인수 협상을 벌였지만 철학이 맞지 않아 실제 성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2~3군데와 새로 협상을 벌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단 레오버넷코리아는 환불 제도를 내세워 국내 메이저회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레오버넷코리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광고주들에게 맞추기 위한 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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