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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타이어업계, 물밑 선두 다툼
[비즈니스] 타이어업계, 물밑 선두 다툼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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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vs 금호, 돌격 앞으로!


타이어업계 쌍두마차인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의 물밑 경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군인공제회가 지난 7월1일 금호타이어 대주주가 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군인공제회의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1위 쟁취’를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에 한국타이어가 마케팅 전략을 재정비하며 ‘1위 수성’을 위한 굳히기에 들어갔다.


물밑 경쟁에 불씨를 지피기 시작한 건 금호타이어다.
금호산업 타이어사업부가 군인공제회에 매각되면서 신설 법인으로 거듭난 것이다.
금호산업 타이어사업부는 그동안 금호그룹 최대 ‘알짜배기’였지만 그룹내 자금 사정으로 한국타이어와의 경쟁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군인공제회의 인수는 이 한계를 벗어던지는 계기가 됐다.
신설 금호타이어는 군인공제회의 최대 장점인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한 발짝 먼저 나갈 수 있는 ‘중장기 발전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뿐이 아니다.
그동안 지연됐던 영업 활동 및 국내 투자 등도 적극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UHP타이어의 판매 확대 및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 개발(R&D) 부문의 투자를 매년 5% 이상 높일 계획이다.
올해 완공을 목표로 생산 규모 200만본의 아산 신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을 잇는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해외 주요 거점 연구소 연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군인공제회, 금호 인수가 도화선

한국타이어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싸구려 이미지를 벗기 위해 신기술을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6월에는 포드자동차 픽업 차량인 F-150에 연간 55만본의 타이어를 향후 5년간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자사 고유 상표를 부착하는 직접 수출 방식으로, 한국타이어의 기술력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국타이어 문정수 팀장은 “최근엔 미쉐린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는 국내외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경쟁 구도를 그려 가고 있다.
특히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올해 경영 목표로 중국시장 확대를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맞붙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금호타이어가 기존 한국타이어의 우세 지역인 서유럽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회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한판 전쟁이 벌어질 조짐이니 승자를 미리 점쳐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우선 현재 한국타이어의 우위는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한국타이어의 우위가 이어질지는 다소 의견이 엇갈린다.
일단 전문가들은 한국타이어의 우세승 주장에 더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삼성증권 김학주 자동차팀장은 “미국 시장의 경우 한국타이어가 뛰어난 품질의 타이어 업체란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반면 금호타이어는 아직까지는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고 분석한다.
한국타이어가 그동안 쌓았던 명성을 금호타이어가 쉽사리 따라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타이어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또 다른 이유는 금호타이어의 경영 목표 때문이다.
굿모닝증권 손종원 연구원은 “금호타이어의 새로운 대주주가 군인공제회가 됐기 때문에 안정성과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치게 될 것”이라며 “한국타이어와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할 만한 공격적인 투자 확대는 힘들다”고 분석한다.
오히려 한국타이어가 양보 없는 치열한 경쟁에서 ‘부동의 1위’를 굳히기가 더 쉬워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의 반격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세계 8대 타이어 업체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갖고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세워 놓은 것이다.
우선 2007년까지 5단계에 걸쳐 중국시장에 제2공장을 증설할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2005년까지 중국 전체 승용차 타이어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고 한다.
올해 안에 1100억원를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호타이어 박영교 상무는 “특히 올해 1월부터 북방시장 진출이 가능해짐에 따라 북방시장 점유율을 15%로 올리기 위해 남경금호타이어 규모를 연간 1천만본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증설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게다가 금호타이어의 기술력도 한국타이어만큼 세계 수준이다.
이미 일본시장에서는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예컨대 지난 6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2003슈퍼 내구레이스’에서 금호타이어는 수입 타이어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아시아 지역 최고의 행사로, 타이어의 기술력을 시험하는 무대로 손꼽힌다.



수입·후발 업체, 변수로 떠올라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어어의 경쟁에서는 우위를 점치기 힘든 또 하나의 변수가 존재한다.
미쉐린과 굿이어, 요코하마 등의 수입 타이어 업체들이 그것이다.
최근에 수입 타이어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크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타이어공업협회에 따르면, 수입 타이어의 시장점유율이 올해는 15%에서 내년에는 2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형 및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교체용 타이어시장을 중심으로 수입 타이어 선호도가 높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 업체인 넥센타이어의 추격전도 무시 못할 변수다.
넥센타이어는 미주시장을 겨냥해 레저용 타이어(LTR)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유럽의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겨울용 전략 제품인 스터드 윈터(STUDWINTER)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국내 내수시장의 시장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물류센터 확충 및 서비스 개선, 판매 네트워크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양증권 강상민 연구원은 “넥센타이어는 세계 타이어업계 20위권 수준의 수익성을 보유한 업체”라며 “유럽과 미주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UHP타이어를 본격 출시하는 내년부터는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두 국내 업체의 치열한 경쟁 구도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잖이 나온다.
이들의 경쟁이 장기적으로는 국내 타이어산업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칫 ‘도토리 키재기’가 될 우려가 있어 해외시장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신영증권 채경섭 연구원은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의 물밑 경쟁을 국내 타이어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아, 세계적인 타이어 메이커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찌 됐든 국내 타이어시장을 양분하는 두 업체의 전쟁은 시작됐다.
삼성증권 김학주 자동차팀장은 “금호타이어가 군인공제회의 자금력과 조직력을 동원해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한국타이어가 경영 전략을 다시 짜도록 만들었다.
양자 구도가 더욱 치열한 물밑 경쟁으로 치닫고 있어 한 치 앞을 전망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결국 금호타이어가 꿈꾸는 ‘1위 쟁취’와 물러설 수 없는 한국타이어의 ‘1위 수성’ 게임의 승패는 ‘2라운드’가 끝나는 2007년 정도에나 알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격전지는 ‘대륙’


수비수 조충환 한국타이어 사장과 공격수 신형인 금호타이어 사장의 한판 승부가 볼 만하다.
무대는 중국과 유럽, 미국시장이다.
특히 조 사장은 미국과 중국에, 신 사장은 유럽과 중국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때문에 중국 대륙에서의 한판 승부는 ‘수비수’와 ‘공격수’의 첫 번째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유럽과 중국은 금호타이어가 한국타이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시장이다.
최근 대한무역협회(KOTRA)의 자료에서도 드러났듯 중국 현지에서 금호타이어의 브랜드 인지도는 한국타이어에 비해 턱없이 낮게 나타났다.
유럽시장에서도 고성능(UHP)타이어 값이 한국타이어의 90%에 불과할 정도다.


때문에 신 사장은 2007년 세계 8대 메이커 진입을 목표로 우선 2004년까지 85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중국시장에서 한국타이어를 추격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중국 현지법인인 난징금호윤태유한공사 부지 6만평 중에 유휴 부지인 3만평에 연간 500만본을 생산할 수 있는 제2공장을 설립해 현재 12%에 불과한 중국시장 점유율을 25%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한국타이어 조 사장 또한 한 달에 몇 번씩 중국 출장을 다녀올 정도로 중국 대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조 사장은 중국을 단순히 수출시장이 아닌 제2의 내수시장으로 육성해 범용 타이어는 중국 현지에서, 고성능(UHP) 타이어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이원 체제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1억달러를 투자해 연간 1천만본, 그리고 오는 2010년까지 1억5천만달러를 들여 연간 2천만본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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