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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국산 임플란트 점유율 ‘쑥쑥’
[비즈니스] 국산 임플란트 점유율 ‘쑥쑥’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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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품 장점 취합, 시술 비용 저렴…신제품 개발 늘면서 과당 경쟁 우려도


회사원 윤아무개(33)씨는 2001년 환갑을 앞둔 어머니를 강제하다시피 치과로 이끌었다.
오랫동안 부실한 치아로 고생하면서도, 막상 치료를 꺼리는 어머니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찰 결과, 교정해야 할 이가 무려 11개. 예상을 넘어선 지경이다.
윤씨는 인공치아를 잇몸 속에 심어 진짜 이와 거의 비슷한 형태의 임플란트라는 시술에 대해 얼핏 들은 기억이 나서, 의사에게 상담을 청했다.
하지만 엄청난 시술비 때문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임플란트 1개당 250만원이라고 하니, 총 3천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감당할 길이 없었다.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았다.


이처럼 임플란트 치료에 드는 비용은 ‘그랜저 한대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비용과는 별개로 자식들이 노부모에게 해줄 수 있는 ‘효도 상품’ 1순위로 손꼽히는 등, 그 선호도는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다.
소비자들만이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치과업계는 임플란트 열풍에 휩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윤이 가장 많이 남는 분야인 만큼, 치과시장의 성장을 드라이브할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산제품 카피 부정적 인식 사라져

1970년대 초 스웨덴에서 처음 등장한 임플란트는 90년대 초부터 국내에 본격 도입되기 시작해, 96~97년부터 두드러지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임플란트 시장 규모는 매년 15% 가량 성장하면서, 현재 약 1천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불경기 때문에 다소 침체하며 성장이 10%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상반기 중 수입액이 지난해보다 35%나 증가한 것을 보면 심각한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 제품이 65% 정도를 점유하고 있고, 국산 제품이 35% 가량을 차지하며 점차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재료 가격 면에서는 국산이 수입품보다 평균 35% 정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덴티움의 정성민 대표는 “시술 비용은 국산 제품이 외산에 비해 50만원 가량 저렴하며,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반반 정도”라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 제품을 카피하는 국산 제품이 저렴하긴 한데 믿고 쓸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수입품의 장점만을 잘 취합하면서 한국인의 특성에 더욱 적합한 제품이라는 장점을 내세울 정도에 이르렀다.


25곳에 이르는 수입업체가 들여오는 수입품에 맞서, 독자 기술로 국산 임플란트를 생산, 판매하는 업체로 4곳 정도를 손에 꼽을 수 있다.
오스템의 ‘아바나’, 덴티움의 ‘임프란티움’, 네오바이오텍의 ‘네오플란트’, 코웰메디의 ‘바이오플란트’ 등이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97년 처음으로 국산 임플란트 개발에 성공한 오스템은 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을 겪으면서도 선구자적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중 가장 늦게 출발한 덴티움은 120명이나 되는 치과의사진의 공동 참여를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업계 2위까지 급성장했다.
정성민 대표는 “후발 업체에 대한 불안감에도 단기간에 인지도를 끌어올리면서 매달 5~10%씩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벤처 성공 사례로 꼽을 만

이 밖에도 치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10여개 업체에서 국산 제품을 개발 중이거나 개발 완료 단계인 것으로 알려져, 곧 국내 임플란트 시장에도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난 몇 년 동안 완만한 하락세에 머무른 진료 가격도 국산 제품 보급 증가와 함께 하락폭이 좀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에 이미 50종이 넘는 국내외 임플란트 제품이 유통되고 있는데도 새로운 제품들이 속속 개발된다면, 치과업계가 곧 과당 경쟁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임플란트 시장에 정통한 한 컨설턴트는 “기술력으로나 자금력 면에서 월등히 앞선 대기업들도 시장 진입 여부를 검토해 왔지만, 협소한 시장 규모 탓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수입품이 지배하던 시장에서 꾸준히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 온 이들 국내 재료업체의 사회적 가치와 기여도는 높이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평가했다.









시술 가격 개당 250만원



임플란트란 치아가 빠진 부분에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인공치근(바디)을 심어 뼈와 고정시킨 다음, 보철 치아를 얹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흔히 쓰이는 브리지(연결) 방식이 발취한 치아 옆의 멀쩡한 이를 절반 가량 갈아서 지지대로 삼아야 하는 단점을 없앨 수 있다.
씹는 힘은 원래 이보다도 더 강해진다.
치근을 뼛속에 박고 잇몸을 덮은 뒤 상처가 아무는 시간은 종전 6개월에서 2~3개월로까지 단축됐다.
임플란트 시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인공치근 주변의 뼈가 점차 녹아 내리지 않고 잘 반응하게 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정밀한 디자인과 표면처리가 필수적이다.


시술 가격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개당 250만원 정도다.
잇몸이 심하게 손상돼 피부 이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300만원까지 높아지기도 한다.
국내 1만2천여개의 치과 중 임플란트 시술이 가능한 곳은 10% 정도로 추정된다.
환자를 유치해 놓고 다른 전문의를 불러 시술하는 병원도 종종 있는데, 이런 출장 시술은 의료법상 금지되어 있다.


임플란트 시술은 연결 방법에 따라 인터널(internal)과 익스터널(external) 두 가지로 나뉜다.
미국에서 주종인 익스터널 방식은 연결 부위에 핀을 조여서 상부 구조 위에 고정하는 ‘투피스’ 방식이어서, 시간이 흐르면서 흔들릴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다.
덴티움의 권병기 고문은 “부드러운 음식을 선호하는 서양인에게는 무리가 없지만, 딱딱한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럽에서 일반적인 인터널 방식은 연결 부위에 홈을 파서 쐐기를 박듯이 연결하는 ‘원피스’ 방식이다.
시간이 흘러 이에 힘이 가해질수록 상부 구조가 깊이 파고들어 튼튼해질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 더 까다로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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