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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담배 메이저 “봄날은 갔다”
[세계경제] 담배 메이저 “봄날은 갔다”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3.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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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살 파먹기식 경쟁, 판매량 증가 불구 순이익 급감


한때 남부럽지 않은 실적을 자랑하던 세계 메이저 담배회사들의 성적이 올해에는 예년과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주요회사들은 잇따라 상반기 실적을 공개했는데, 세계 2위의 담배회사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나 미국 시장을 이끌고 있는 R. J. 레이놀드 등의 올해 상반기 수익은 모두 예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R. J. 레이놀드의 고전이 가장 두드러진다.
Camel, Winston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R. J. 레이놀드는 올해 상반기 동안 모두 7천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순이익 규모가 2억1100만달러였던 것에 비추어 보면 무려 67%나 줄어든 셈이다.


Pall Mall, Lucky Strike, Dunhill 등의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내놓는 BAT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상반기 동안 판매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45%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커다란 피해를 입은 곳은 미국 시장이다.
BAT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모두 5억1400만파운드의 순이익을 거두어들였던 것과는 달리, 올해에는 2억8400만파운드의 순이익에 만족해야 했다.
BAT는 특이하게도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조금 늘어났으나, 판매 수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이처럼 주요 담배회사들의 실적이 예년에 크게 미치지 못한 가장 커다란 이유는 업체간에 날로 치열해진 시장 쟁탈전이 주로 가격 할인 정책을 무기로 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R. J. 레이놀드의 경우, 높은 담배세 때문에 소비자들이 점차 값싼 저가 담배 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어마어마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며 시장을 지키는 데 여념이 없었다.
과감한 가격 할인 정책도 뒤따랐다.
자연스레 수익 구조에 영향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선두업체인 필립모리스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인 BAT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판매량은 조금 늘었는데도 오히려 순이익이 줄어든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요 담배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업체간 합병설이 나도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BAT의 미국 현지 법인 가운데 하나인 Brown&Williamson과 R. J. 레이놀드가 곧 합병할 것이라는 소문도 그 가운데 하나다.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두 회사를 합병할 것이라는 소문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이 소문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결국 BAT가 R. J. 레이놀드의 주요 주주로 등장하게 된다는 점에서, 세계 담배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물론 두 회사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소문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합병 성사를 점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올해초 R. J. 레이놀드 측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윈스턴-살렘 공장에서 올해말까지 모두 600명을 정리해고하고 일부 사업 부문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합병 논의 역시 구조조정의 틀 안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합병설이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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