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1. 생보사 상장이득은 누구 몫?
1. 생보사 상장이득은 누구 몫?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8.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부유보액 성격 둘러싸고 논란…정부, 소비자 입장서 처리방안 내놓아야


금융감독원은 최근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를 놓고 11개 기관으로부터 의견 수렴을 마쳤으며, 이달 말까지 생보사상장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십수년 동안 미뤄져 왔던 정부안이 급물살을 타는 형국이다.
금감원에 의견을 제출한 기관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4곳과 금융연구원 등 연구기관 4곳, 그리고 생명보험협회 등 생보업계 3곳이다.


한 치도 물러섬이 없는 팽팽한 논쟁에 어떻게든 종지부를 찍으려면, 정부가 1989~90년 자산재평가 당시 재평가 차익 중 내부 유보된 30%의 성격에 대해 분명한 결론과 처리 방안을 내놓는 방법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동민 KDI 금융경제팀장도 “내부 유보금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가장 골치 아픈 과제”라고 고개를 내젓는다.


당시 재무부의 재평가잉여금 적립 지침에 따르면, 재평가이익 중 70%가 보험 계약자의 몫으로 할당됐다.
이 중 40%는 당시에 배분됐지만, 나머지 30%는 향후 결손 보전과 계약자 배당을 위해 내부 유보된 뒤 지금에 이르고 있다.
금융연구원 정재욱 박사는 “전액 주주의 몫이어야 마땅한 재평가이익이 대부분 당시 아무런 이의 없이 계약자에게 돌아갔던 사실이, 국내 생보사가 상호회사적으로 운영됐음을 인정하는 명백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결국 내부 유보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국내 생보사의 ‘상호회사성’을 인정하는 문제나 상장 차익을 배분하는 문제 등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유보액이 당초 계약자 몫이었으므로 당연히 자기자본의 성격으로 보아야 하며, 이를 자본금으로 전입해서 계약자에게 주식으로 배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생명보험협회 지정훈 연구팀장은 “당시 재무부 지침에 따라 자본금 계정에 계상되긴 했지만, 자기자본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명시했다”며 “실질 성격은 자본금이 아닌 배당 준비금으로 봐야 한다”고 반론을 편다.


더구나 당시 재무부 지침의 모법인 자산재평가법이 2000년에 폐지됨으로써, 정부의 해석은 더욱 꼬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연구원 정재욱 박사는 “애초 지침의 취지와 오랜 세월 동안 생보사의 발전에 계약자의 적지 않은 희생이 따랐던 점을 감안하면 내부 유보금의 주식 전환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 이해선 보험감독과장은 “모법 폐지에 따라 당시 지침은 효력을 상실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으며, 내부 유보금은 무조건 계약자에게 배당하라는 게 아니라 향후 계약자에게 배당하기 위한 준비금”이라는 소극적 해석을 밝혔다.


이렇게 복잡한 과거사와 해석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업계의 요구처럼 하루아침에 보편 타당한 생보사 상장 기준을 만드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그보다는 삼성과 교보 등 대표 업체의 기업 공개를 통해 생보사의 지배 구조와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생보사 성장 과정의 일등 공신이자 희생자이기도 한 보험 계약자의 권익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금융연구원 정재욱 박사는 “현실을 무시한 채 법률상 주식회사라는 형식 논리만을 내세우며 계약자의 상장 이득 참여를 완강히 거부하는 업계의 태도는 철저한 이중 잣대”라고 비판하고, 정부에 대해서도 소비자의 편에 선 과감한 결단을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