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2.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 보험대국, 일등공신은 계약자
2.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 보험대국, 일등공신은 계약자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08.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를 8월말까지 매듭짓기로 하면서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나고 있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삼성생명, 교보생명, 생명보험협회, 보험학회 등 모두 11개 기관이 금감위에 의견서를 냈고, 8월8일엔 공개 토론회가 열린다.
김 소장은 생보사의 지배 구조 개선과 보험 계약자 권익 보호를 위해선 상장 차익이 반드시 계약자에게 주식 형태로 배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민단체와 업계의 의견 차가 크다는 건 오래 전부터 다 아는 사실이다.
올해에 정말 생보사를 상장할 뜻이 있다면 감독 당국이 좀 더 주도적으로 나서 상장안을 만들고 이해 당사자를 설득해야 한다.
정부가 이런 의지를 갖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한다.




생보사 상장 문제가 10년 넘게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뭡니까.


생보사 상장은 꼭 필요하죠. 금융 업종 중 제일 낙후된 게 보험이에요. 보험사 자체의 지배 구조 투명성이나 고객의 권익 보호나 다 그렇죠. 주식 상장, 즉 기업 공개가 이런 문제를 푸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건 분명해요. 이런 점에서 상장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죠. 문제는 우리나라가 수입 보험료 기준 세계 6위의 보험 대국인데, 생보사의 이런 성장에 과연 누가 기여했느냐는 거죠. 그 기여도에 따라 상장에 따른 과실을 적절하게 나누는 과정이 남았어요. 생보사 자산의 절대적인 부분이 보험 계약자의 권익 희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거 아닌가요. 생보사의 지배 구조 개선 차원에서도 상장 차익의 주식 배당이 중요하죠.


주식회사인 생보사에서, 상장 차익을 주주들이 나눠 갖는 게 ‘국제 기준’에 비추어 옳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참여연대는 생보사들이 그동안 ‘사실상 상호회사’로 운영돼 왔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요.


주식회사냐 상호회사냐는 일반 국민에 논점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용어일 뿐, 적확한 표현은 아닐 수 있죠. 외국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회사형 생보사를 상장할 때 상장 차익을 주주가 갖는 게 국제 기준일 수 있어요. 그러나 그건 한국 생보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해 왔는가 하는 특수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죠. 90년대 초반까지 생보사들은 배당부 보험 상품만 팔았어요. 배당부 보험 상품은 보험료를 더 많이 받는 대신 그걸 효율적으로 운영해 이익을 계약자에게 배당 형태로 돌려줘야 하는 거죠. 그러나 생보사들은 그렇게 거둬들인 보험료를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이나, 보험 판매 조직 확대 같은 외형 성장의 재원으로 모두 써 버렸어요. 생보사 성장 과정에서 보험 계약자의 권익은 철저하게 무시된 거죠. 이렇게 과거에 침해된 보험 계약자의 권익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상장문제를 봐야 해요.


97년 외환위기 이후 보험사 파산 때 주주들만 경영 리스크를 책임졌습니다.
따라서 이제와 상장 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라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참 어처구니없는 주장이죠. 보험사가 파산할 때 주주들이 책임지는 건 매우 당연한 겁니다.
‘경영 리스크’를 잘못 이해한 거예요. 파산 상태와는 별개로 기업은 경영상의 리스크를 일상적으로 지고 있는데, 그 리스크의 완충 장치가 바로 자본금이죠.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자본금이라는 완충 장치를 제공해 리스크를 부담한 상태에서, 다른 이해 관계자들의 계약상의 권익을 제하고 남는 몫을 독점적으로 받는 기업 조직이에요. 생보사 주주들이 그동안 그런 의무 부담을 충실히 해왔느냐…. 아닙니다.
삼성생명은 출자 자본금이 40억원, 교보생명은 5억원에 불과해요. 주주들이 충분한 완충 장치를 자본금의 형태로 제공하는 대신, 그걸 배당부 보험 상품의 추가적인 보험료 형태로 가둬 충당한 거죠. 더구나 외환위기 이전에는 국가가 암묵적인 예금 보장을 해줘 파산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죠. 주주들이 경영 리스크를 전혀 부담하지 않았다고 봐요.


상장을 계기로 생보사 지배 구조 개선이나 투명성 제고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추가적인 조처가 필요할 텐데요.

일반 기업과 달리 금융회사는 보통 자본금이 5%밖에 안 되고 나머지 95%는 차입 자금, 즉 예금자와 투자자의 돈으로 구성되지요. 이 때문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는 일반 기업의 지배 구조와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일반 기업에서 지배 구조 개선은 주주의 권익 보호를 말하지만, 금융회사에선 주주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제공한 예금자와 투자자의 권익 보호라는 측면이 들어가야 해요. 이건 미국에서도 판례적으로 이미 나와 있는 거예요. 재무적인 위기 상황에 몰렸을 때 금융회사의 이사는 주주의 대리인으로서의 의무만 갖는 게 아니라 저축자의 대리인으로서의 의무도 동시에 갖는다는 거죠. 우리 경우엔 생보사 자금의 95% 이상을 제공한 보험 계약자의 권익 보호 장치가 전무해요. 생보사가 상장되면 시장 규율이 작동하고 주주에 의한 경영 감시는 이루어지지만, 금융회사의 특성상 이걸로는 지배 구조 개선이 부족해요. 좀 더 직접적으로 보험 계약자가 자신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죠. 포괄적인 집단 소송제가 필요합니다.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생보사의 종신 보험료를 비교하는 등 보험 소비자의 권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비자 권익 보호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정보 제공입니다.
보험 상품은 주식처럼 형태가 통일돼 있지 않고, 은행 예금같이 종류가 한정된 것도 아니라 비교가 쉽지 않아요. 보험 계약자들이 스스로 비교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해요. 또 대개 보험 설계사를 통해 상품 정보를 받게 되는데, 이들은 자사 상품과 타사 상품, 자사 상품 속에서도 개별 상품간 차이를 정확하게 설명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알고 있어도 의도적으로 알려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보험 소비자나 설계사 차원을 넘어 정확한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생보사, 생보협회, 소비자보호원, 그리고 감독 당국 간의 유기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죠. 보험계약자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압력 단체 역할을 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소비자 권익 보호에 대한 보험사의 인식 전환이 요청되는데요.

보험사들은 투신사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죠. 투신 산업이 아직도 정상화되지 못하고 한국 경제의 골칫거리로 남게 된 건 그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불공정 거래 행위와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등 투신사와 펀드매니저들이 자초한 결과죠.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산업 자체의 안정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걸 투신사가 잘 보여 주고 있어요. 보험사도 똑같은 상황이 될 수 있어요. 단기적인 회사 이익을 위해 보험 계약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경영 행태를 반복하게 되면 저축자들이 보험 상품이라는 형태로 금융 자산을 운영하려는 인센티브가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생보업계는 과당 경쟁 상태죠.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생보사라면 결국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어요. 그 정도의 시장 압력은 이미 우리 금융 산업 내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봐요. 외국 생보사들의 약진도 예사롭지 않아요. 우리 보험 계약자들이 애국심에 불타 외국 생보사 상품 대신 국내사 상품을 사지는 않아요. 그만한 서비스를 받을 때에만 국내 생보사를 선택하게 되죠. 낙후된 경영 구조나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으면 국내 시장을 지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