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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청약통장은 이제 애물단지?
[재테크] 청약통장은 이제 애물단지?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3.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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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승세, 미분양 속출…신규 입주 아파트보다 분양가 높을 땐 청약 신중해야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집을 싸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여전히 강하다.
과거에는 아파트 분양가가 인근 시세에 조금 못 미치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몇 년 동안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청약통장을 이용해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파트값이 안정세를 보이는데도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10~20%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지금도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 집을 싸게 사는 지름길일까.

아파트 분양가와 기존 아파트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지역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1023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841만원보다 21.6% 상승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기존 아파트(재건축 제외)의 평당 매매가는 816만원에서 935만원으로 14.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아파트 평당 분양가를 기존 아파트 매매가와 비교해 보면 10% 정도 차이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무조건 돈이 된다는 공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최근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는 것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최근 11개 업체가 분양에 나선 용인 동백지구에는 모델하우스를 찾는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정작 청약 신청에선 무더기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심지어 서울에도 미분양·미계약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차 동시 분양에서는 최종 3순위 청약을 마치고도 7개 단지 133가구가 미분양됐다.


미분양 아파트가 생기는 것은 아파트 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에 비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월 수도권 지역에서 처음으로 평당 분양가가 1천만원을 넘어 화제를 일으켰던 경기 광명시 광명동 현진에버빌은 1, 2순위 청약에서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에 비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바로 옆 한진아파트는 지하철역에서 훨씬 가깝고 단지 규모가 큰 데도 매매 가격이 평당 700만원대로 현진에버빌의 70~80% 수준에 불과하다.
기대를 모았던 용인 동백지구에서 예상 밖으로 미달 사태가 발생한 것도 평당 700만~800만원 수준의 높은 분양가 때문이었다.



달라진 평형 기준, 브랜등 등 꼼꼼한 비교를

이제 청약통장을 이용해 내집 마련을 하려거든 건설업체가 제시하는 분양 가격이 적정한 수준인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인근 지역에 입지 조건이 비슷한 신규 입주 아파트가 있다면 가장 좋은 비교 대상이 될 것이다.
실제 부동산뱅크 www.neonet.co.kr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상반기에 입주한 아파트의 평당 매매가는 1033만원으로 올해 상반기 평당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새 아파트는 평면 설계, 단지 내 시설, 마감재 등에서 기존 아파트보다 우수하다.
지금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신규 입주 아파트보다 3년 뒤에 입주하게 된다.
부동산007 www.b007.co.kr 김지홍 소장은 “모든 조건이 같고 입주 시기가 3년 정도 차이 나면 평당 매매가는 10만원 정도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순수하게 감가상각만 고려하더라도 30평형 기준으로 지금 분양받은 아파트가 3년 뒤에는 300만원 정도 비싸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또한 “새 아파트는 평면 설계나 마감재가 기존 아파트보다 좋은 편이기 때문에 약간 웃돈이 붙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파트 건축 기간 동안 금융 비용을 소비자가 지불해야 한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보통 분양가의 20%를 계약금으로 내고 분양가의 60% 수준인 중도금을 여섯 차례에 나누어 내야 한다.
나머지 분양 대금은 입주할 때 지불한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대출받는 것으로 가정하고 기회비용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당장 계약금과 중도금을 낼 돈이 있더라도 지금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3년 뒤에나 입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억원에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중도금 이자로 약 1천만원, 계약금 이자로는 약 720만원을 내야 한다.
대출 기간은 3년, 금리는 6%로 가정했다.
신규 입주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와 비교해 보면 금융 비용으로 1720만원을 더 지불하는 셈이다.
부동산 뱅크 윤진섭 팀장은 “아파트에 ‘금칠’을 하지 않은 이상 분양 가격이 주변 신규 입주 아파트보다 비싸면 청약 신청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파트값 U자형 추이…입주 후 가치 하락

주변에 신규 입주 아파트가 없다면 분양 시점에 따라 평형 기준이 다르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흔히 새로 지은 아파트는 같은 평형이라도 기존 아파트보다 넓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는 새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의 평형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98년 10월 이후 건축 허가를 받은 아파트부터는 ‘안목치수’를 적용했다.
안목치수란 벽 면적을 제외하고 평형을 계산하는 것을 말한다.
30평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안목치수를 적용한 아파트는 기존 아파트보다 실평수가 2평 정도 넓다.


아울러 2000년 5월부터는 아파트 지하 대피소를 분양 평형에 포함하지 않았다.
참고로 건설업체는 건축법에 따라 아파트 연면적의 15분의 1에 해당하는 공간에 지하 대피소를 만들어야 한다.
이에 따라 같은 똑같은 30평형이라도 새로운 평형 기준을 적용한 아파트는 실평수가 1~2평 정도 넓다.


달라진 평형 기준은 시세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따라서 아파트 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다소 높더라도 청약통장으로 집을 싸게 마련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
98년 10월 이전에 건축 허가를 받은 아파트의 현재 시세와 비교할 때는 30평형 기준으로 분양 가격이 10% 정도 높아도 괜찮다.
안목치수를 적용한 것과 지하 대피소 면적이 평형 계산에서 빠진 것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98년 이후에 건축 허가를 받은 아파트로서 2000년 5월 이전에 분양한 아파트와 비교할 때는 현재 분양가가 5% 정도 높아도 비슷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입주 3년차 이상 아파트와 비교할 때는 달라진 평형 기준과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고려해 분양가가 10%까지 비싸도 접어 줄 수 있다.
하지만 분양가가 10% 이상 비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청약 신청 여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입주년도에 따른 아파트값 추이를 살펴보면 U자형 그래프를 그린다.
(그래프1 참조) 입주한 이후 12~15년이 지날 때까지는 가격이 떨어지다가 이후에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 상승한다.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입주한 직후에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지만 투자가치까지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3년 정도 미리 사둔다는 점에서 아파트값 상승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아파트값 폭등이 예상되는 시점에는 주택 구입자에게 유리하다.
특히 건설업체에서 제시하는 융자 혜택을 이용하면 목돈 없이도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값은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무작정 청약에 나서는 것보다 분양가와 주변 아파트 시세를 꼼꼼히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입주 시점 말고도 지하철역과의 거리, 단지 규모, 건설업체 브랜드 등 아파트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와 주변 시세를 비교하려면 꼼꼼한 현장 조사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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