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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돋보기] 유로화 정착 ‘순풍’
[북한경제 돋보기] 유로화 정착 ‘순풍’
  • 김보근/ 한겨레통일문화연구소
  • 승인 2003.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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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2~29일 평양 등 북한 지역을 방문했다.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 방북이다.
이번 방북 기간 동안 평양에서 물건을 살 때 지난 1월과 달라진 점이 눈에 띄었다.
바로 유로화 동전이 등장한 것이다.
북한은 2002년 말 외화 기본 통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꿨다.
지난해 8월 환율 현실화 및 변동 환율제를 시행한 지 5개월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달러는 1970년대 중반, 독일 마르크화로부터 기본 통화 자리를 넘겨받은 뒤 20여년 만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해말 갑작스럽게 기본 통화를 바꿔서인지 지난 1월에는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을 때 유로화 동전을 구경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시 고려호텔 등 평양 외화 상점에서 거래를 할 때면 기본적으로 4가지 화폐가 동원됐다.
유로, 달러,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가 그것이다.
예컨대 물건을 사고 10유로나 50유로짜리 지폐를 내면 거스름돈은 미국 센트나,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를 섞어서 준다.
당시 북한 계산원들은 4개 화폐의 환율을 일일이 살펴보고 복잡한 계산을 거친 뒤에야 거스름돈을 내줬다.
물론 이번에도 유로화 동전이 충분하지 않은지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가 여전히 거스름돈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도 많았다.
그러나 ‘가끔은’ 유로화 동전으로 간단하게 거스름돈이 해결되기도 했다.
북한이 시행하고 있는 ‘유로화 기본 통화 제도’가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증표로 읽힌다.
북한이 현재 시행하는 변동 환율제라는 새로운 제도도 북한 계산원들에겐 낯선 경험이다.
지난해 7월까지 북한 원화는 ‘1달러=2.15원’으로 오랫동안 묶여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1일부터는 1주일 혹은 10일 단위로 환율이 바뀐다는 게 북한 계산원들의 말이다.
<표>는 그동안 단편적으로 소개된 북한의 유로·달러화 환율 및 필자가 직접 평양을 방문해 확인한 것을 모은 자료다.
이 표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북한의 ‘유로화 대 달러화 비율’이 남한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 1월24일 필자가 평양에서 확인한 유로/달러 비율은 1.06이다.
같은 날짜 남한에서의 ‘유로/달러 비율’은 1.08이다.
북한이 현재 어떤 자료로 환율을 결정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이 표만 놓고 본다면 “북한도 남한과 비슷한 기법으로 환율을 결정하거나, 유로화 및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남한과 비슷한 게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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