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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관리 실무강의] ③ 직무 관리와 CDP(경력개발제도)
[인사관리 실무강의] ③ 직무 관리와 CDP(경력개발제도)
  • 김형관/ 휴먼컨설팅그룹 수석
  • 승인 2003.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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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제도 한 걸음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상처로 남아 있는 IMF 외환위기. 그때를 회고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맥박이 빨라지지 않을 한국 기업의 경영자들이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이런 아픈 기억만큼 경영자들이 얻은 교훈도 만만치 않다.


많은 경영자들은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선진적인 내부 운영 인프라를 갖추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기업 내부의 인적 자원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이른바 ‘Best Practice’라고 일컬어지는 서구의 인사제도와 시스템들이 무차별적으로 소개됐다.
‘연봉제’와 ‘성과 평가’, ‘역량 중심의(Competency Based) 인사’ 등은 단숨에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성과주의’나 ‘성과 관리’라는 단어가 거의 모든 기업의 신년사에 등장하기도 했다.


경영자들의 이런 관심은 곧바로 인사 부서의 핵심 추진 과제들이 됐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서 이러한 과제를 현실로 풀어 내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서구 기업에서 발전되어 온 직무 중심의 인사 제도들은 오랜 세월 동안 한국 기업들이 유지해 온 연공 중심의 인사 가치체계와는 근본적으로 토대가 달랐기 때문이다.



직무의 가치부터 평가하라

인사 가치체계는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세부적인 인사 제도들의 구체적인 모습까지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먼저 연공서열에 기초한 인사 가치체계를 보자. 근속 연수에 따라 집단적이고 일률적인 임금 인상 위주의 보상이 이루어진다.
또한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 기회가 주어지며, 내부 직원들간의 평등을 중요시하는 인사 제도들이 운영된다.


반면 직무에 기초한 인사 가치체계에서는 조직 내 여러 가지 직무들의 상대적 가치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진다.
요즘 직무 중심의 인사 가치체계가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하는 데 있어 한층 효과적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성과주의 인사’는 개인의 성과에 기초해 차별화된 보상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개인과 조직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연공 중심의 인사 제도에서는 개인에게 요구되는 성과를 명확히 제시하기가 어렵다.
직무의 가치가 보상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에 따른 보상 차등을 강조하기 때문에 내부 형평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호봉제를 쓰다가 연봉제로 전환한 기업들이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비해 직무 중심의 인사 가치체계에서는 직무별로 주어지는 책임에 기초해서 좀 더 명확한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할 수가 있다.
또한 특정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이 어떤 것인지를 도출해 본 뒤 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거나 선발할 수가 있다.
아울러 현재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그들이 앞으로 어떤 역량 개발이 필요한지를 알려 줄 수 있어 경력 개발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성과주의 인사’는 체계적인 직무 관리가 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직무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 보상, 경력 개발 등의 인사 제도의 개선에만 집중하게 되면 사상누각이 돼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기주도적 경력 개발 유도해야

직무 관리는 직무 분류, 직무 기술서 관리, 직무 평가(Job Evaluation) 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먼저 직무 분류는 업무의 본질적인 특성이나 요구되는 기술, 지식, 경험 등이 유사한 직무를 묶어서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작업이다.


효과적인 직무 분류를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 전략과 향후 경력 개발의 방향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예컨대 현재의 기능은 미약하지만 회사의 장기적 비전 및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조직 역량이나 핵심 기술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직무군을 분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력 개발 체계를 염두에 두고 직무간 이동의 가능성이나 필요성도 고려해서 설계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직무 기술서를 관리하는 일이 있다.
해당 직무의 목적과 주요 책임, 자격 요건 등을 문서화해 놓은 것이다.
해당 직무의 범위, 책임의 정도 및 직무수행자가 요구 받는 역할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직무 기술서의 작성을 위해서는 해당 직무에 요구되는 자격 요건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수집, 분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직무 기술서가 회사 내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분류 작업을 거쳐 묶여진 직무를 관리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무 평가다.
회사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직무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 분석하는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평가 과정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 내지는 성과를 창출하는 데 중요하고 큰 역할을 하는 직무일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런 직무 평가를 통해 유사한 직무 가치를 갖는 직무들을 그룹화해서 직무 등급 체계를 수립한다.
예컨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무라면 다른 직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직무가치와 높은 직무 등급을 부여하는 것이다.
직무 등급 체계는 직무 가치에 따른 보상과 승진의 운영 틀이 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직무에 기초한 인사 가치체계를 운영하는 기업들에게도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직무 자체에 대한 가치만을 고려했던 것에서 직무 수행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강조하는 직무 역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위 직무들의 가치에 따른 직급을 지나치게 세분화하기보다는 유사한 가치를 가지는 직무들을 크게 묶는 이른바 ‘브로드밴드’(Broadband)형 직무 등급 체계를 운영하는 추세다.
이는 직무 중심의 인사라는 큰 틀은 유지하지만 성과에 따른 보상 차별화를 강화하고 더욱 유연한 인사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체계적인 직무 관리는 경력 개발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하다.
체계적인 직무 관리를 실시하고 있는 선진 기업들의 경력 개발 제도의 전형은 이렇다.
직무별로 요구되는 역량을 직원들에게 명확히 제시하고 역량에 따라 다양한 역량 개발 기회를 부여한다.
직원들은 자신의 경력 목표가 어느 직무인지를 확인하고, 그 직무가 요구하는 역량을 개발하려 노력한다.
회사는 해당 직무를 수행할 사람을 선발해야 할 시점에 그 직무가 요구하는 역량 수준을 가장 잘 갖춘 사람을 선발한다.


그 예로 GE의 경력 관리 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GE의 경력 개발 제도는 자기주도적 경력 개발 방식에 초점을 두고 있다.
회사는 사내의 모든 직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철저한 멘토링(Mentoring)에 따라 직원들은 매니저에게 자신의 경력 개발에 대한 조언을 얻는다.
직원은 자신이 이동하려 하는 직무에서 요구되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개발 방법 및 교육 과정의 정보를 받아 스스로 역량을 키워 나간다.
또한 성과 피드백과 코칭을 통해 직원과 매니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빈도를 늘리고, 다시 360도 평가를 통해 매니저의 부하 개발 책임을 독려한다.


경력 개발 제도는 회사의 전략이나 비젼, 기업 문화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설계되고 운영될 수 있다.
선진 기업들의 경우 복잡한 경력 경로를 그리는 데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지 않고, 회사는 큰 틀만 제시하고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경쟁을 해 경력 목표를 달성하도록 유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인사 가치체계에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 가치체계가 무조건 낙후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직무에 기초한 인사 가치체계를 선택하면 ‘성과주의 인사의 실현’ 및 ‘역량 개발’, ‘경력 개발’ 등 현재 인사 분야에서 도전적인 과제들을 좀 더 합리적으로 풀어 나갈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또한 직무에 기초한 인사 가치체계에서 평가, 보상, 경력 개발 등 인사 관리 제 영역들을 효과적으로 연계하려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직무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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