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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하이텔, 포털 사이트로 ‘새 옷’
[컴퍼니] 하이텔, 포털 사이트로 ‘새 옷’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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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일 웹 기반의 커뮤니티로 탈바꿈…VT모드의 PC통신 서비스는 따로 운영


‘삐~ 치지직’ 하는 접속음과 파란 화면, 2400bps 전화 모뎀과 ‘01410’이란 번호를 기억한다면 당신은 틀림없는 PC통신 세대다.
이들에게 느린 전화선은 새롭고 신기한 디지털 세계로 접속하는 통로였으며, 텍스트가 줄줄이 채워진 파란 화면은 <매트릭스>의 신천지처럼 낯설면서도 모험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물론 인터넷이란 ‘신세계’가 나타나기 전의 일이다.


천리안, 나우누리와 함께 PC통신의 대명사로 불렸던 하이텔, 지금의 KTH www.hitel.net가 과거의 푸른 추억을 접고 웹 기반 통신 서비스 업체로 거듭났다.
KTH는 8월1일부터 웹 커뮤니티 기반의 포털 사이트로 탈바꿈했다.
그렇다고 해서 ‘파란 화면’으로 대변되는 가상터미널(VT) 모드의 기존 PC통신 서비스가 없어진 건 아니다.
다만 웹 기반 서비스와 연동되지 않고 따로 운영될 뿐이다.
VT모드로 하이텔에 접속해 자신의 동호회 게시판에 글을 쓰더라도 웹에서는 읽을 수 없는 식이다.
무게중심은 당연히 웹 기반 서비스에 있다.


하이텔의 변신은 대표적인 PC통신 업체 중 처음으로 웹 기반 포털 서비스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다.
지금의 성장을 가능케 했던 모태인 PC통신 시스템에서 벗어나, 흔히 말하는 ‘포털’의 형태로 탈바꿈하는 첫 단추를 꿴 것이다.
다음이나 야후, 네이버 등 기존 포털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인 홈페이지와 클럽, 아바타와 인스턴트 메신저, 블로그 등의 기능이 서비스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물론 이는 ‘이유 있는 변신’이다.


사실 VT모드의 PC통신 서비스는 업체 입장에선 ‘뜨거운 감자’였다.
서비스 초기부터 이용했던 마니아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에 폐쇄할 수도 없고, 이미 웹 기반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은 시점에서 출혈을 감내하며 PC통신 서비스를 고집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이텔도 예외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전통적으로 동호회에 강점을 지닌 하이텔의 특성상, PC통신을 이용한 동호회 모임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이 때문에 올해 초 하이텔 동호회 대표자들의 모임인 하이텔 동호회 연합(하동연)이 모임을 갖고 VT모드 서비스 존폐 여부를 논의했다.
고심 끝에 두 서비스의 장점을 모두 맛볼 수 있도록 따로 운영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고, 몇 달간 준비 과정을 거쳐 8월1일부터 분리·운영하게 된 것이다.


변신 후의 하이텔은 저장 공간인 ‘아이디스크’ 중심의 커뮤니티 포털을 지향하고 있다.
무료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나 클럽 활동 등의 웹 기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20MB의 무료 저장 공간을 제공받게 된다.
공간이 부족할 경우엔 일정액을 내고 이를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
이 공간은 홈페이지나 e메일 용량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클럽 회원들이 일정 용량의 아이디스크를 갹출해 자료를 교환하고 공유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하이텔 쪽은 기존 유료 회원들이 불만을 갖지 않도록 이용 실적에 따라 최고 700MB에 이르는 용량을 나눠 줬다.
기존 유료 회원의 프리미엄을 보장해 준 것이다.
하이텔 기획조정실 이대호 과장은 “VT모드 서비스도 유료 회원이 있는 한 유지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웹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식으로 기존 PC통신 서비스는 점차 축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초창기 PC통신 시절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옛 ‘파란 화면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만든 ‘01410’ www.01410.net과 같은 사이트는 VT모드와 똑같은 메뉴 및 화면 구성으로 PC통신 ‘개국 공신’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다른 사이트의 일반 게시판에 해당하는 ‘큰마을’ 메뉴에는 “옛 생각이 절로 납니다”, “고향에 온 기분입니다” 등 지난 시절의 추억을 되씹는 사람들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무료 웹 회원을 포함해 하이텔 전체 회원은 300만명을 조금 웃돈다.
이 중 할인이용자와 월 1만원 정액제 이용자 등 유료 회원은 5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아직도 하이텔 회원 6명 중 1명은 PC통신 푸른 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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