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비즈니스] 현대차그룹, 동남아 시장 개척 시동
[비즈니스] 현대차그룹, 동남아 시장 개척 시동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08.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차그룹, 틈새 공략 가속도…“미국·유럽보다 성장 가능성 적다” 우려도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톱5(GT-5) 실현을 위한 해외시장 개척 열기로 뜨겁다.
현대차그룹이 ‘틈새시장’ 전략을 앞세워 동남아시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이다.
대다수 자동차 메이커들이 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경쟁사의 틈새 지역를 공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특히 기아차가 8월말부터 말레이시아 국민차로 선정된 카니발을 CKD(현지 조립 생산)로 수출하는 것을 두고 동남아 시장이 술렁거리고 있다.


기아차의 진출을 놓고 현지 언론은 현대·기아차의 본격적인 동남아시아 공략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미 국민차로 선정돼 판매되고 있는 현대차의 아토스는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여기에 기아차의 카니발까지 진출하면 말레이시아는 현대·기아차에게 동남아시아 시장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차로 선정되면 10% 이하의 관세를 물게 돼 100% 관세를 부과하는 다른 수입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유리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인지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국에서는 기아차가 5월부터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가면서 고급 다목적 차량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업체의 하나로 꼽힌다.
현대차가 6월부터 베트남에 판매하기 시작한 스타렉스는 인기 차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97년에 기아차의 세피아가 인도네시아의 국민차로 낙점됐던 경력까지 더해져 브랜드 인지도는 더욱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인도 이어 말레이시아, 제3 전초기지화

기아차는 판매 실적 상승폭도 고무적이다.
지난해에는 프라이드와 스펙트라 윙 등이 5천여대가 판매되며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급신장세를 보였다.
기아차 수출2실장 안영모 이사는 “북미와 유럽 지역에 치우친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등 제3시장에 대한 수출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도요타와 포드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생산 기지 이전과 투자 확대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진출의 가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의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공략 의지는 확고하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 글로벌 톱5 진입을 위해서는 신흥 시장으로 불리는 틈새 지역의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성공적인 진출을 거둔 인도에 이어 제3의 해외 전략기지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아차 김뇌명 사장은 올초 말레이사아를 방문해 “향후 5년 내 6만3천대까지 카니발의 생산을 늘릴 것”이라며 적극적인 공략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기아차의 말레이시아 공략에는 현지 총리까지 거들고 나섰다.
마하타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5월에 카니발 국민차 선정 기념 행사에 직접 참석해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말레이사아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다른 국가에 투자함으로써 이 지역 자동차 가격 인하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하며 한국 자동차 업체의 투자 유치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현대차는 아토스의 생산을 2005년까지 3만대 이상 늘려 시장을 10% 이상 점유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 공략에 더욱 힘을 실어 주는 희소식도 있다.
ASEAN은 2003년부터 주요 수입품에 대해, 특히 2005년부터는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 현행 42%의 수입 관세를 크게 낮출 방침이다.
이럴 경우에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의 동남아 시장 공략은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된다.
세종증권 용대인 연구원은 “동남아는 중국 다음으로 가장 폭발적인 시장으로 손꼽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차원에서 지금부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한다.


게다가 현대·기아차는 인도 시장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 얻은 브랜드 이미지와 생산 시설을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의 전략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인도 시장의 성공은 이미 인정받고 있다.
실제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는 최고로 꼽힌다.
지난해 10만대 판매를 돌파해 생산 누계 35만6천대를 기록할 정도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인도 내수시장의 20%를 차지하며 2위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 이후 가장 폭발적 시장” 전망

그러나 “동남아시아 시장이 큰 의미가 없다며 미국 시장에 주력해야 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현대·기아차는 2005년 완공되는 연간 30만대 규모의 미국 앨라바마에 주력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내는 것이 빠르다는 주장이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의 틈새 시장은 현지조립생산(CKD) 수준에 불과해서 시장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이 안정인 투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찌 됐든 현대·기아차는 동남아시아 시장의 공략에 가속도를 낼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말레이시아와 태국, 베트남 등에 계속적인 현지 공장 증설 계획을 세워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 자동차시장이 불경기인 점을 감안해 ‘무리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공략은 오히려 ‘글로벌 톱5’ 달성을 앞당기는 승부수가 될 수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