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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애플 “매킨토시도 PC랍니다”
[비즈니스] 애플 “매킨토시도 PC랍니다”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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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센터 오픈, 소비자시장 공략 집중…윈도우 텃세·가격 저항선 극복해야

상큼하게 한입 베어 문 빨간 사과. 어떤 이는 최근까지 인기리에 방영됐던 모 카드업체의 TV광고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조는 따로 있다.
76년 처음 등장한 이래 전 세계 개인용 컴퓨터(PC) 시대를 활짝 연 애플의 유명한 로고다.
원래는 6색의 무지갯빛 사과를 사용해 왔으나, 얼마 전부터는 회색이나 빨간색 등 단색을 주로 쓰고 있다.
절제된 색상과 이미지 속에 세련됨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애플의 이미지는 일반인에게 매우 강렬하다.
‘애플’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베어 먹은 사과’와 ‘매킨토시’, ‘디자인’이나 ‘전문가용’ 등의 단어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이런 이미지는 특히 국내에서 더욱 확고하게 굳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기 쉽고 안정적인 개인용 컴퓨터 시스템으로 인식돼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은 출판 및 디자인 전문 컴퓨터 시스템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애플이 한국 지사인 애플코리아를 앞세워 ‘소비자에게 친숙한 애플’을 만들고자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출판·디자인 전문가용 꼬리표 떼라

애당초 애플코리아는 올해를 일반 사용자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 6월25일, 애플코리아는 일반인들이 자사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인 애플 온라인 스토어 www.applestore.co.kr를 열면서 다양한 마케팅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런 전략을 구체화한 첫 시도가 최근 결실을 맺었다.
애플의 주요 제품들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는 ‘애플 체험 스토어’를 8월14일 서울 코엑스몰에서 선보인 것이다.


애플코리아의 소비자 대상 판매 책임을 맡고 있는 매크로비즈가 운영하는 100평 규모의 애플 체험 스토어는 애플코리아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 98년 설립된 한국 지사 애플코리아가 애플의 제품들을 일반인이 직접 시연해 볼 수 있는 체험관을 처음으로 연 것이다.
‘전문가용’이란 꼬리표를 떼고 일반인에게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관문인 셈이다.


애플 체험 스토어는 애플사에서 내놓은 주요 제품들을 한곳에서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종합 전시관이나 다름없다.
포토, 무비, 뮤직, 키즈, 프로, 헬프 데스크와 트레이닝 존 등 7개 영역으로 나뉘어 주제에 맞게 방문객이 제품과 성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각 제품과 관련된 다양한 액세서리도 함께 취급하고 있으며, 방문객을 위한 무료 교육 과정도 제공한다.
애플의 전통 색상인 흰색을 사용해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로 이용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애플 쪽은 이번 체험관 오픈을 두고 “올해 들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최대 행사”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만큼 대고객 접점 역할을 하는 체험관의 임무가 막중하다는 뜻이다.


이 체험관과 함께 일반 사용자 공략의 선봉장으로 나선 것이 애플의 하드디스크 기반 MP3플레이어인 ‘아이팟’(iPOD)이다.
아이팟은 국내에 보급된 플래시 메모리 타입의 MP3P나 MP3 CDP 등과 달리, 10~30GB의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저장 매체로 쓰는 MP3P다.
따라서 최대 7500곡까지 음악을 저장하는 것이 가능한 데다 크기가 작고 가벼워 이동성과 휴대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이런 장점에 착안해 애플코리아는 윈도우 기반 PC 사용자를 겨냥해 USB 2.0을 지원하는 신형 아이팟을 지난 5월말 출시했다.
이와 함께 가격도 기존 아이팟보다 10만원 이상 내렸다.
지금까지 출시된 자사 제품 중 윈도우 기반 PC와 호환되는 ‘유일한’ 제품인 탓에 더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것이다.


이 제품은 지난 6월말 열린 ‘2003 한국 컴퓨터/소프트웨어 전시회’(SEK 2003)에서 선보여 관람객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애플코리아 함석훈 이사는 “최근 국내에서도 하드디스크 기반 MP3P가 출시되기 시작했지만, 용량과 디자인 및 기능 면에서 아이팟이 월등히 뛰어나므로 경쟁력은 충분히 있다”며 ‘대표주자’에 대한 믿음을 내비쳤다.


이 밖에 디지털 영상 편집 기능이 돋보이는 일체형 PC ‘아이맥’과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인 ‘파이널 컷 프로’와 ‘쉐이크’ 등을 앞세워 이용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서겠다는 것이 애플컴퓨터의 복안이다.
“특히 쉐이크의 경우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는 MBC TV의 사극 <다모>에서 특수효과를 내는 데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함석훈 이사는 자랑스레 귀띔한다.



윈도우 PC와 호환되는 MP3P ‘아이팟’ 선봉장


하지만 그동안 소홀했던 일반 사용자 시장을 한 번에 공략하는 일이 그리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아직도 문제는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도 국내 PC 사용자들이 윈도우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매킨토시 기반 PC를 사용하는 법을 모른다는 점이다.
컴퓨터를 켜는 것에서부터 관련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는 일까지 모든 과정이 윈도우 사용자에겐 낯설다.
이에 대해 함석훈 이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도스(DOS) 기반 운영 체제를 내놓았을 때부터 애플은 드래그&드롭 방식의 직관적인 사용자 화면을 고수해 왔다”며 “누구나 조금만 사용하면 금방 익숙해질 것”이라고 사용자들의 인식 변화를 기대했다.


이용자들의 심리적인 가격 저항선도 장벽이다.
‘매킨토시는 윈도우 기반 PC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아직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응용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윈도우용 PC와 달리, 매킨토시는 주요 소프트웨어들을 모두 기본으로 제공하므로 실제 가격차는 크지 않다”고 애플 쪽은 설명한다.
또한 몇 차례에 걸친 본사 차원의 대중화 노력에 힘입어 최근 몇 년 동안 가격 차도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디자인 면에서의 우월성과 관세 등을 고려하면 소비자가 부담을 느낄 수준은 아니라고 애플 쪽은 설명한다.


국내에 보급된 매킨토시 PC는 대략 20만대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에 보급된 전체 PC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통계상의 절대적 열세를 뚫고 애플코리아가 일반 생활에 친숙한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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