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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산그림,토종 애니메이션 생존 실험
[비즈니스] 산그림,토종 애니메이션 생존 실험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3.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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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그림닷컴, 단순 하청 넘어 기획력으로 승부…장애인과 손잡고 인건비 절감 시도

애니메이션 회사들은 요즘 살맛이 나지 않는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중국 업체들의 성장이 국내 애니메이션 회사들의 입지를 점점 축소시키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애니메이션 사업을 키우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실제로 업체들은 별 효과를 느낄 수가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애니메이션 회사들은 단순 하청업체로서의 위치를 벗어나 기획력을 앞세운 순수 창착 애니메이션을 개발하거나 관련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 '싸커보이 토토'의 제작업체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산그림닷컴 www.sangeurim.com도 그 가운데 하나다.


'싸커보이 토토'는 총 26편의 장편으로 산그림이 국내 축구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제작비 지원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애니메이션이다.
투자자가 여러 번 바뀌는 가운데 부산의 장갑 전문 제조업체인 ‘마이다스’의 도움으로 최근까지 총 26편 가운데 20편의 제작을 마치고 현재 EBS에서 방영하고 있다.


'싸커보이 토토'의 기획과 제작을 맡고 있는 산그림은 “중국과 동남아 업체의 저임금과 경쟁하기 힘들다면 기획력으로 승부한다”는 생각으로 최근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기획 중인 프로젝트는 애니메이션 교육과 관련된 것으로, 기획 단계부터 중국과 아시아 시장을 기본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김형도 사장은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면서 자신이 터득한 요령을 특화해 사업적 모델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선 ‘콤미돌이’라는 콘텐츠를 올해 말에 중국과 동시에 선보일 참이다.
‘콤미돌이’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입체적 강의를 통해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으면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콘텐츠다.


또한 산그림은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필수적이면서도 단순 작업으로 분류되는 일을 네트워크를 통해 장애인들이 대신할 수 있는 사업 모델도 구상하고 잇다.
예컨대 애니메이션에 색깔을 입히는 것은 단순 작업이면서도 중요하다.
김 사장은 장애인들이 컬러 제작툴을 다운받아 집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현재 애니메이션 한 편을 제작하는 데 8명이 꼬박 2주일의 시간과 1천만원 가량의 작업비가 들지만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360명의 장애인이 하루면 거뜬히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을 절약하는 동시에 단가까지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장애인들 입장에서는 재택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 사장은 “이 사업이 현실화되면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의 장애인에게 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그리미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이 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애니메이션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사무실 하나만 있으면 산그림을 통해 외주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사업을 현실화시키는 데는 아직까지 많은 장애물이 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것이 물론 가장 큰 장애이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작업자들을 통제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현재 메이저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인건비 때문에 발을 빼는 상황에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 사업은 미래의 유망 업종으로 불리지만 많은 회사들이 건강 보험료조차 챙기지 못할 정도로 사업을 하기 어려운 것이 국내 현실이다.
중국 업체들의 성장이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론은 단순한 하청의 수준을 넘어 기획을 통한 창작물을 만드는 것이다.
산그림닷컴이 보여 주는 변화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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