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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역은 혁신을, 중앙은 지원을
1. 지역은 혁신을, 중앙은 지원을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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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무조건 지원은 곤란”…지방의 주도적 역할, 역동적 상호작용 강조 “더 이상은 안 된다.
이대로 가면 수도권도 지방도 다 같이 어려워져 국가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우려가 있다.
” 지난 6월12일, 대구를 찾은 노무현 대통령은 40년간 지켜 온 불균형 압축 성장 전략의 공식 폐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245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긴다는 충격적인 구상을 내놓았다.
과잉 집중의 폐해와 저발전의 고통이 공존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하면 자칫 한국 경제 전체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결과였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일극집중 현상은 몇 가지 통계 수치만 봐도 금방 확인된다.
제조업체의 56.4%, 공공기관의 84.8%, 100대 기업 본사의 95.0%가 서울 주변에 밀집해 있는 것이다.
이건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기형적인 현상이다.
미국만 해도 그렇다.
미국에도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가 있지만 그곳이 ‘중심’은 아니다.
미국 대기업만 해도 전국 각지에 분산돼 있다.
IBM은 뉴욕주 아먼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월마트는 아칸소의 벤턴빌이라는 곳에, GE는 코네티컷의 페어필드에, 코닝은 뉴욕주의 코닝에, 듀퐁은 델라웨어의 윌밍턴에 각각 본사가 있다.
모두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시골 마을이다.
공공 기관의 지방 이전이 정말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수도권의 엄청난 흡입력을 거슬러 올라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건 분명하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구영실 사무관은 “공공 기관 이전은 그 자체만으로 인구 유입 등 지역 경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연관 산업의 발전과 지역의 기획 능력 제고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단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모든 공공 기관을 지방으로 옮긴다는 원칙을 세우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짜고 있다.
올 연말까지 1차 이전 대상을 선정한다.
지원 예산도 특별회계로 모아 집행 6월12일 나온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구 구상’엔 공공 기관 이전뿐 아니라 앞으로 추진될 균형발전 전략의 핵심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
바로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3대 원칙과 7대 과제가 그것이다.
3대 원칙은, 첫째 지방 분권, 국가 균형발전, 신행정수도 건설 등 종합적 접근으로 지방화를 추진하고, 둘째 자립형 지방화를 위한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해 지방 경제를 혁신주도 경제로 전환하고, 지방 우선 육성과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로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 발전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게 ‘자립형 지방화’와 ‘지역혁신체계 구축’이다.
자립형 지방화는 그동안 나온 정책들이 중앙 정부에 집중된 자원을 더 많이 분배받으려고 서로 로비 경쟁을 벌이는 의존형에 머물러 왔다는 평가에서 나온 개념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방에서 전체적으로 혁신이 일어나지 않고 무조건 지원만 해 달라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역에서 혁신 프로그램을 만들면 여기에 맞춰 지원을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를 만들 계획이다.
예전처럼 정부 각 부처별로 투자 우선 순위를 먼저 정하고 여기에 맞는 곳을 선별해 지원하는 형태를 버리고, 각 부처의 지원 예산을 특별회계로 모아 통일적으로 집행하겠다는 의도다.
지역혁신체계(RIS)는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발전 전략의 중심 개념이다.
지방 정부, 지방 대학, 기업, NGO, 지방 언론, 연구소 등 지역 내 다양한 혁신 주체들이 지역의 연구 개발, 기술 혁신, 벤처 창업, 신산업 창출, 기존 산업 개선, 행정 제도 개선, 문화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동적으로 상호 작용하고 협력해 지역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북부 이탈리아의 ‘제3 이탈리아’, 미국의 ‘실리콘밸리’, 영국의 ‘에딘버러 축제’, 일본 오이타현의 ‘1촌1품 운동’ 등이 성공적인 지역혁신체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역이 주도적으로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는 대신 중앙 정부는 이를 지원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구영실 사무관은 “모든 지역 사업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 항목을 사전에 의무적으로 제시하게 하고,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 내용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2004년 중으로 지역혁신체계 시범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균형발전 마스터플랜은 짜진 셈 이와 함께 특화발전특구제도도 도입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을 받아 일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주겠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실시하고 있는 구조개혁특구와 같은 것이다.
현재 일본에선 117개 특구가 운영되고 있다.
교육 특구인 오오타시에선 외국인 교원이 영어로 모든 수업을 진행하고, 물류 특구인 나고야에선 24시간 통관과 검역이 가능하다.
특구엔 규제 완화 혜택만 주어질 뿐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시행될 특화발전특구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8월 중으로 각 기초자치단체의 특구 예비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올 정기 국회에서 지역특화발전특구법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연 2회 신청을 받아 정기적으로 특구를 추가 지정하게 된다.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은 앞으로 노무현 정부가 추진할 균형발전 정책의 마스터플랜에 해당한다.
5개년 계획 수립에서 중앙 정부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지방의 대학, 연구소, 기업, 언론, NGO 등 지방 전문가들이 참여해 결정하게 된다.
앞으로 시도별로 구성될 ‘지역혁신협의회’가 이 역할을 맡게 된다.
정부는 지역의 5개년 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연구원 내에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를 설치해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벌 등 3대 특별법이 제정되고,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이 완성되면 지역 발전의 큰 틀이 사실상 갖춰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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