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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세계 최대 LNG기업 ‘성년식’
[비즈니스] 세계 최대 LNG기업 ‘성년식’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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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창립 20돌 맞아…몇 차례 위기 끝에 97년 이후 흑자 행진

한국가스공사가 8월18일자로 창립 20돌을 맞았다.
자원도 기술 경험도 전혀 없는 천연가스산업의 불모지에 뛰어든 이후 딱 스무살 성년이 됐다.
그 사이 가스공사는 국내 최고의 에너지 기업으로, 세계 최대의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기업으로 도약했다.
상전벽해의 세월이었다.


가스공사의 출범은 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국내 경제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자연히 석유의존도를 감소시켜 줄 대체 에너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81년 제11차 경제장관회의에서 LNG 사업 기본 계획을 의결하고, 83년 한국가스공사가 설립됐다.
국내 천연가스 산업이 태동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출발부터 가시밭길이었다.
직원이라고 해 봐야 공채 1기 신입사원까지 합해 겨우 231명. 이 조그만 기업이 천연가스 사업에 뛰어드는 건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하는’ 일이었다.
당시 일본은 “한국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천연가스 사업은 시기상조”라며 비웃었고, 국내 종사자들 또한 아무런 기술과 경험이 없는 상태였다.
당시 평택생산기지 건설 현장에서 근무했던 장인순 부장은 “내 손으로 천연가스 산업을 탄생시킨다는 자부심으로 온갖 어려움에도 밤새 새로운 기술을 익혔다”고 지난날을 술회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86년 국내 최초로 LNG를 도입하고 평택화력에 발전용 천연가스를 공급하면서 천연가스는 국내 에너지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87년 2월에는 수도권에 천연가스를 공급해, 당시 가정의 주 연료였던 석탄과 석유를 밀어내고 민생 연료로 자리 잡는 신호탄을 올렸다.
90년에는 ‘천연가스 전국 공급사업 기본계획’이 의결되면서 마침내 천연가스 전국 공급 시대의 길이 열렸다.


물론 몇 차례 굵직한 고비도 있었다.
첫 번째 위기는 94년에 찾아왔다.
그해 12월에 발생한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 12명의 사망자와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낸 이 사건으로 가스공사는 안전 불감증을 비난하는 국민의 질타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안전’을 공사의 제1 가치로 삼고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94년 32억원에 불과하던 안전관리투자비를 2002년에는 8523억원까지 대폭 늘렸고, 안전관리 5개년 개발 계획을 수립해 안전사고를 원천봉쇄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지금은 ISO 인증을 받고 EHS(환경·건강·안전) 컨설팅을 전개하며 국내외에서 수익 사업을 전개할 정도로 종합 안전 관리 체계를 확립하게 됐다.


또 한 번의 위기는 97년말 외환위기 때 찾아왔다.
가스공사 쪽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다”고 이 시기를 회고한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97년 2891명에 이르는 직원은 1년 만에 2434명으로 15.8%나 줄었다.
98, 99년 2년에 걸쳐 임직원이 월급을 반납하는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한 전사적 노력이 진행됐다.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일까. 97년 이후 가스공사는 해마다 흑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001, 2002년에는 연간 3천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리며 2년 연속 공기업 고객만족도 1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능률협회가 주관하는 아이디어 경영대상도 2년 연속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는 안전관리 우수 기관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앞으로 가스공사는 안정된 수익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엔진을 확보할 과제를 안고 있다.
카타르, 오만 등 외국에서 진행되는 개발 사업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전문 연구기관을 운영하며 핵심 기술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 등이 이를 위한 과정이다.
이와 함께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로드쇼를 통해 투자홍보(IR)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외국인의 주식 취득 한도도 15%에서 30%로 늘리는 등 주가 부양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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