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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유럽 경제지도 다시 바뀌나
[스웨덴] 유럽 경제지도 다시 바뀌나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3.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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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도입 내달 14일 국민투표…결과 따라 영국 등 이웃국가 큰 파장 일 듯

스웨덴 역사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국민투표를 앞두고 스웨덴 사회가 들썩거리고 있다.
오는 9월14일 유로화 도입 여부를 판가름하는 국민투표가 실시되는 것이다.
이번 국민투표가 커다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지난 2002년 1월 유로화가 유럽 단일통화로 공식 출범한 이래, 출범 당시 유로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나라에서 처음으로 실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웨덴 국민들의 선택에 따라 유로화 가맹국이 늘어날 수도,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게 된다.


만일 스웨덴 국민들이 찬성 쪽에 표를 던질 경우,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3년 전 국민투표를 통해 유로화 도입에 반대 결정을 내렸던 이웃 덴마크 사회는 큰 영향을 받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웨덴의 국민투표 결과는 유로화 도입에 미온적인 영국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줄 게 틀림없다.
스웨덴마저 유로랜드에 동참한 마당에 영국으로서는 더 이상 ‘고립된 섬’으로 남아 있기가 곤란한 까닭이다.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로화 도입을 추진하려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큰 힘이 될 것임은 물론이다.
이 밖에도 아직 EU 가맹국이 아닌 노르웨이 역시 스웨덴 국민들의 선택에 따라 자신들의 향방을 결정짓겠다는 분위기다.
이처럼 스웨덴 국민들이 찬성표를 던지게 되면 자칫 엄청난 도미노 현상을 가져와 유럽 대륙의 경제 지도가 크게 바뀔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현재 찬성보다 반대 분위기 우세

이와는 달리, 스웨덴 국민들이 유로화 도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엔 무엇보다도 영국의 행보가 더욱 더뎌질 가능성이 무척 높은 편이다.
토니 블레어 총리에겐 커다란 타격을 안겨 줄 것임은 물론이다.
유럽통합 운동이 다소 움츠러들 가능성마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투표를 약 3주 남짓 앞둔 현재, 대체적인 분위기는 도입 반대 쪽에 좀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여론 조사 결과 유로화 도입을 반대하는 비율이 대략 10% 정도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역시 반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물론 한편에서는 막바지에 이르러 지지율 격차가 조금 줄어들고 있다며, 마지막에 여론이 찬성 쪽으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국민투표는 무엇보다도 장차 유럽 대륙에서 스웨덴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를 결정짓는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유로화 도입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스웨덴 경제가 유로랜드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논거를 내세운다.
특히 영국과 덴마크가 아직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스웨덴이 앞장설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특히 유로랜드에 가입할 경우, 오랜 역사를 지닌 스웨덴 복지 제도가 ‘유로랜드의 스탠더드’에 맞춰 ‘허물어질’ 위험이 있다는 게 선뜻 찬성으로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주로 전통적인 좌파 세력들이 반대 진영에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예란 페르손 총리는 이미 스웨덴은 더 이상 이웃 유로랜드와 담을 쌓고 살 수 없을 만큼 이들 지역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설득시키려 애쓰고 있다.
자칫 스웨덴만 영원히 고립된 채 쇠퇴의 길에 접어들지도 모른다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재계 역시 이미 찬성 쪽으로 기운 상태다.
특히 스웨덴 교역량의 40% 이상을 유로화 가맹국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유로화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문제는 세계경제가 전반적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유럽 대륙이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것과는 달리, 스웨덴 경제는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스웨덴 국민들이 굳이 유로화 도입의 절박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94년 스웨덴이 EU에 가입하기로 결정했을 당시는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스웨덴 경제가 한 차례 휘청거릴 무렵이었다.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했던 셈이다.
반면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90년대 경제 개혁 이후 스웨덴 경제가 다시금 내실을 다진 터라 외부 변수가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로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오히려 이처럼 외부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여력이 있는 상황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국내외 정치적 소용돌이도 예상돼

스웨덴은 오래 전부터 유럽 대륙의 이웃 나라들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는 고립주의적 전통을 유지해 왔다.
지난 94년 EU에 가입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웃 덴마크보다는 자그만치 22년이나 뒤늦은 선택이었다.
당시에도 EU 가입 반대표가 47%에 이를 만큼 스웨덴 국민들의 행보는 더딘 편이다.


이 와중에 만일 반대 쪽으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시장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론 덴마크 크로네화와는 달리, 스웨덴 크로나화는 유로화에 연동되어 있지 않으므로 다소 절하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이자율은 약간 오름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웨덴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추어 보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이다.
오히려 파장은 정치 영역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유로화 도입이 또다시 부결될 경우, 좌파 진영의 영향력이 더욱 거세질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유로랜드 수준에 맞게 구조 개혁과 세제 개혁을 밀어붙이려던 페르손 총리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오히려 복지 분야의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물론 EU 가입 여부를 둘러싸고 치러졌던 지난번 국민투표 때도 막바지에 이르러 찬성 쪽으로 표가 몰렸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아직 남은 기간 동안 찬성 여론에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마지막 3주 동안 벌어질 치열한 공방전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도 스웨덴 국민투표 결과가 미칠 파장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반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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