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러시아] 러시아 경제, 화려한 부활
[러시아] 러시아 경제, 화려한 부활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3.08.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대전 이후 최고 성장세 기록 전망…2006년 WTO 가입 논의 탄력 붙을 듯

중국 다음은 이제 러시아 차례? 올해 상반기 러시아 시장을 겨냥한 외국인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러시아 경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WTO 가입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이 몰고 온 크나큰 파장에 견주어 볼 때, 또 하나의 경제 대국인 러시아의 WTO 가입이 성사될 경우 세계경제지도는 큰 폭으로 바뀔 것이란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러시아의 행보에 일제히 눈길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가 WTO의 전신인 GATT에 가입 신청을 한 것은 이미 93년의 일이지만, 본격적인 가입 협상은 푸틴 대통령이 들어선 200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미 올해 4월말에도 실무그룹 협상이 한 차례 이루어졌고, 현재는 10월 중에 열릴 예정인 다음 협상을 위해 3차 리포트가 작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러시아 경제개발통상부 장관은 2004년까지 가입 협상을 완전히 마무리짓고, 2006년에는 WTO에 공식 가입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2006년은 러시아가 처음으로 G8 정상회담을 공식 개최하는 해로서, 러시아는 이때를 기점으로 WTO와 OECD에 가입해 명실상부한 세계 경제 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상반기 외국인 투자 대폭 늘어

러시아의 의욕적인 행보에 화답이라도 하듯, 러시아 경제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부드러워진 게 사실이다.
지난 8월14일 국가통계청이 발표한 상반기 외국인 투자총계만 놓고 보더라도 이런 분위기는 잘 드러난다.
이 기간 동안 러시아에 투자된 외국자본은 모두 25억3300만달러나 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3%가 늘어난 수치다.
특히 융자 형태의 투자 규모는 160.2%나 늘어난 109억달러로 집계됐다.
러시아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반영하는 것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모든 게 정부 부채에 대한 지불유예조치가 이루어지고 루블화 가치가 끝없이 추락하던 98년의 모습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98년 이후 석유, 가스, 광물 수출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온 러시아 경제는 올해에도 6%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수치만 놓고 본다면, 러시아 경제가 1차 대전 이래 가장 높은 성장세를 타고 있다는 뜻이다.
한때 파산 직전의 상태까지 내몰렸던 러시아 경제가 이제 6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를 지닌 나라로 탈바꿈한 셈이다.
러시아 정부는 IMF 부채를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 상환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러시아 경제가 빠른 속도로 탈바꿈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도 푸틴 행정부의 강력한 시장개혁 조치가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국가들이 러시아를 ‘시장지위국’으로 인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시장지위국이란 표현 속에는 서구 국가들의 눈에는 러시아 사회가 이미 ‘체제전환국’에서 한 단계 더 ‘진전’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만큼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거나, 세계 경제 무대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러시아 경제의 또 다른 관문인 WTO 가입에 서서히 탄력이 붙기 시작한 건 바로 이런 분위기가 한몫했다.
러시아로서는 WTO 가입을 통해 그간 추진해 온 시장개혁 조치를 깔끔하게 마무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의 높은 성장세와 엄청난 잠재력에도 막상 WTO 가입이 이루어지기까지는 많은 난제가 놓여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가입 시점으로 못박은 2006년이라는 시한이 과연 지켜질지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세율·농업 보조금 등 난제 많아

우선 상품시장 개방을 둘러싼 혼선은 쉽사리 해소되기 힘들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는 WTO에 가입하더라도 주요 품목에 대해 높은 수입 관세율을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이런 조건이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4월의 협상에서 대략 80% 정도의 수입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율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지만, 농산물, 자동차 등 러시아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품목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 품목들은 러시아의 주력 상품임에도 그다지 경쟁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자국 제품 보호에 골머리를 앓는 러시아 정부가 선뜻 결단을 내리기는 힘든 상태다.


농업 보조금 지급 문제도 중요한 쟁점 중에 하나다.
러시아 정부는 WTO에 가입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 특별농업보호조치가 필요하므로 정부 보조금 지급 규모를 현재 136억달러에서 90억~100억달러로 줄이는 선에서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 규모를 15억~20억달러로 크게 줄이라는 다른 나라들의 요구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여기에 더해 금융, 보험, 통신 등 서비스 시장을 여는 문제도 골칫거리다.
러시아 정부가 다양한 안을 만들어 협상에 나서고 있으나, 워낙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합의점에 도달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볼 때, 이미 활력을 되찾은 러시아 경제의 장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WTO 가입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올해 12월과 내년 3월로 예정된 총선과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이다.
시장 개혁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전면에 등장할 경우, 자칫 러시아 경제의 향방은 한동안 혼돈 속을 헤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의 WTO 가입은 결국 2007년이 지난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