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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사장님 ‘e물물교환’ 아시나요?
[비즈니스] 사장님 ‘e물물교환’ 아시나요?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3.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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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처리나 현금 유동성 확보 용이…자체 통화 안정성, 산업 활성화 열쇠

동네에서 바자회가 열린다고 생각해 보자. 새것에 가까운 물건이지만 잘 쓰지 않는 것들을 내놓고 싼 값으로 보상을 받는다.
대신 아주 싼 가격에 다른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다.
여기서 거래되는 돈은 교환 가치로서의 기능에만 충실할 뿐이다.
돈을 얻기보다는 안 쓰는 물건을 서로 교환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른바 물물교환이다.
사실 바자회에서 현금 대신 그만큼의 물품 구입권을 나눠 준다면, 현금 없이도 이 모든 거래는 성사된다.
오가는 현금은 없었지만, 바자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저마다 쓰지 않는 물건을 처분하고 새로운 물건을 얻게 된다.


이제 좀 더 범위를 넓혀 보자. 기업들은 요즘 같은 불황기에 재고가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재고 상품의 종류는 다양하다.
이들간에 바자회를 열어 보자. 물론 장소가 클수록 많은 제품들이 진열될 것이다.
참가하는 기업들에게는 가져온 상품 가치 만큼의 물품 구입권을 준다.
기업들은 자신의 물건을 내놓고 그 물건의 가치만큼 다른 물건들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기업간 물물교환이다.



세계 각국, 바터 산업 활발

동네의 바자회는 실제로 가끔씩 열리지만 기업간의 물물교환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리적, 시간적, 공간적 제약 등 여러 가지 번거로운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이렇듯 기업간 물물교환에 인터넷을 접목시켜 현실화한 것이 바로 온라인 바터 비즈니스다.
회원들이 갖고 있는 재고 상품이나 서비스, 사용하지 않는 물건 등을 인터넷을 통해 현금 없이 언제든지 원하는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는 일종의 사이버 장터에서 바터가 이뤄진다.


기업간 물물교환이 활성화될 경우 그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
먼저 기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재고 문제가 해결된다.
또한 현금 없이 원하는 것을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자연히 현금 유보를 가능하게 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까?

실제 이런 바터 산업은 외국의 경우 아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바터 산업의 국제 조직인 국제상호거래협회www.irta.com가 조직되어 올해로 24번째 연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상호거래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0년 기준으로 바터 거래 실적은 16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현재 참여 기업이 30만개에 이르고 10년 후에는 120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65% 정도가 바터를 정기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주의 대표적인 바터 중개 업체인 바터카드의 경우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현재 15개 국가에 체인점을 운영할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다.
바터카드는 호주에서 매년 시상하는 프랜차이즈 대상에서 2001년에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엔 중국에서도 바터 산업이 활발하다.
현재 중국은 국가에서 바터 산업을 장려하고 있으며, 2001년 말에는 최초로 중국물물거래콘퍼런스가 열려 바터 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현재 중국에는 상하이 물물거래, 북따롄 물물거래, 칭따오 물물거래 등 여러 업체가 활동 중이다.



3년 전 반짝 주목, 국내선 활성화 잰걸음

그럼 국내 상황은 어떨까. 국내에서는 인터넷이 한창 붐을 타던 무렵 이와 같은 온라인 바터 비즈니스가 언론의 반짝 주목을 받았다.
지난 99년 말부터 서서히 시장이 형성되어 2000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 바터 업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오픈한 업체는 스왑세븐, 우가우가, 바터, 바터넷 등의 업체들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 악화로 현재 이들 중 바터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곳은 바터와 바터넷 정도다.


바터 www.barter.co.kr는 인터넷에서 이와 같은 물물교환 서비스를 꾸준히 확장하며 지속시켜 왔다.
바터의 김영관 사장은 “그동안 인터넷 비즈니스 자체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왔고, 이제 온라인 거래가 안착되어 온 것처럼 바터 역시 운영과 시스템 면에서 이제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다”며 “바터 산업은 빠르지는 않지만 기업들이 윈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많은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바터는 7월22일 한국산업단지공단과 ‘디지털 산업단지구축사업’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이로써 서울 디지털 산업단지 가입 회원사뿐만 아니라 산업단지 내의 모든 기업들에게 바터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김 사장의 설명에 따라 바터를 이용하는 방법을 잠깐 살펴보자. 우선 기업이 재고를 확인하면 바터에 가입해 재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등록한다.
그 다음 바터매칭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찾으면 가장 저렴하고 거리가 가까운 곳부터 먼저 검색을 해준다.
원하는 제품을 찾으면 구매자와 가격을 협상한다.
그리고 직접 물물교환을 하는 것이다.


바터 비즈니스에서 재고란 단순히 기업들이 갖고 있는 제품 재고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호텔의 빈 방이나 항공기의 빈 자리, 변호사의 빈 상담 시간 등의 무형의 서비스도 함께 포함된다.
바터에서 활용된 사례를 들어 보자. S호텔의 지배인이었던 신철승씨는 비수기 빈 방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빈 방에는 침대 및 가구 일체도 들여와야 하는데 현금 사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먼저 바터에 회원 가입을 해 상품을 등록했다.
가입 후 T여행사로부터 여행객이 숙박을 위해 방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T여행사는 S호텔에 바터원(바터에서 사용되는 사이버머니)으로 숙박료를 지불하고, 여행객을 호텔에 묵게 했다.
신철승씨는 T여행사에서 받은 바터원으로 회원사인 Q가구업체에서 침대 및 가구 일체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바터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회원사가 많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재고 상품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회사와 서비스 업종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수시로 물물교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하나는 인터넷 상에서 통용되는 사이버머니, 즉 일종의 제한된 범위에서 사용되는 화폐에 대한 공신력이다.
이 문제는 우리 시장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바터 산업이 발전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김영관 사장은 이를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거나, 시장에서 신뢰가 있는 기업들의 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위스의 경우 이런 바터 시스템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이버머니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데, 철저히 현행 은행법에 따르고 있다.
이 결과 스위스에서는 8만5천여개의 고객사를 회원으로 확보하게 됐다.
중국의 경우도 운영 면에서 스위스의 시스템을 적용해 오고 있다.
중국은 바터 시스템 안에서는 자체 발행한 화폐를 위안화와 같은 가치로 안전하게 통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건이 확보될 경우에 비로소 온라인 바터 비즈니스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상하이물물거래의 대표인 프랭크 상하오는 “바터 산업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약점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바터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며, 이것이 정기적으로 조직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영관 사장도 “지금 우리 상황에서는 회원사들이 많아져 물물거래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이것이 효율적이라는 걸 경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바터를 알리고 회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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