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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다국적 할인점은 수출 특사?
[비즈니스] 다국적 할인점은 수출 특사?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09.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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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 ↑ 판매가 ↓ 글로벌 소싱 일환, 세계 각지 매장에 한국산 제품 공급 역 톡톡 한국산 김치가 영국 런던의 테스코 매장에서 팔린다면? 조만간 현실화될 수 있는 이야기다.
국내에서 홈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테스코는 우선 런던 내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매장에 김치 제품을 납품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김치는 그나마 많이 알려진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이지만, 여전히 유럽에선 낯설기만 할 뿐이다.
영국 최대 유통업체로 10여개국에 점포를 두고 있는 테스코 매장에 김치가 들어선다면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수출 면에서도 톡톡한 성과를 거둘수 있다.
삼성테스코 상품기획팀 신동하 차장은 “우리 제안을 본사 쪽에서 받아들이면 곧바로 김치 업체 선정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외국계 할인점들이 국내 상품을 현지 바이어들에게 연결시켜주는 수출 통로로 활약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테스코, 까르푸, 월마트 등의 다국적 유통업체들이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자사 매장에 한국산 제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에게는 이미 익숙해져 있는 일명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의 일환이다.
구매 활동 범위를 자국 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넓혀 나간다는 것이다.
월마트, 구매 전문 자회사 한국 지사 설립 지난 2001년 성공리에 시식 행사를 마친 경기도산 신고배도 올가을에 본격적인 판매가 예상되는 품목 중 하나다.
신고배는 테스코 매장뿐 아니라 까르푸의 본사가 있는 프랑스에도 진출해 선을 보인 바 있다.
당시 경기도청은 유럽의 소비자들이 한국의 과일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등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이는 등 적극성을 보였고, 삼성테스코와 한국까르푸 등 국내 법인들이 적극적으로 다리를 놔줬다.
한국 제품의 수출길을 여는 데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월마트다.
월마트는 지난 78년부터 무역 대행회사들을 통해 사들인 국내 상품을 미국 매장에서 팔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에는 아예 구매를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월마트 글로벌 프로큐어먼트’(Walmart Global Procurement)의 한국 지사를 세워 본격적인 수출 기지로서 활약하고 있는 중이다.
월마트 글로벌 프로큐어먼트(월마트 GP)는 월마트가 진출해 있는 10개국을 포함해 총 17개국에 22개 사무소가 설치돼 있다.
조전희 한국 지사장은 “한국의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지사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실제 수출 실적은 99년 4억1100만달러에서 2002년에 4억5천만달러로 늘어났다.
올해도 20% 이상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월마트 GP를 통해 나가는 한국 제품들은 의류가 55%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신발과 완구, 기타 잡화 등을 포함한 공산품류다.
70~80년대에는 의류 쪽에서 강세를 보이다가 90년대 들어서 다른 공산품의 비중도 늘어났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국가들이 점차 의류 쪽 물량을 키워 가고 중국이 공산품에서 강세를 보이면서는 새로운 상품 발굴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국 낫소가 기존 테니스공을 만들다가 남은 재료로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만든 ‘마이크로 테니스볼’이 대표적이다.
올초 월마트쪽 바이어의 눈에 들어 현재 각국 월마트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이미테이션 보석류나 캠핑용 보온병 세트 등도 올해 새롭게 계약을 맺어 반응이 좋은 상품들로 꼽힌다.
이미 글로벌소싱은 마진을 높이고 판매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업체들에게는 매력적인 구매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월마트코리아 이세영 팀장은 “무엇보다 국내 업체의 수출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월마트의 점포수는 전 세계적으로 4750개에 달한다.
의류업체들의 경우 해외 월마트 매장에 물건을 납품하면서 매출이 2~3배까지 뛴 곳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동남아·중국산 맹추격…상품 질 높여야 그러나 구매 시야가 넓어지면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본사 쪽에서 구매 단가를 낮출수록 인건비가 싼 나라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테스코 매장들이 추진하고 있는 공동구매에서 한국 제품들이 탈락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테스코 관계자는 “오는 10월께 런칭되는 공동구매 상품으로 세제나 여성용 팬티라이너, 옥수수캔 등이 선정됐다”며 “한국 제품은 가격이 비싸 탈락됐다”고 전한다.
이런 가운데 조전희 지사장은 “상품 개발에 좀 더 힘쓰는 것과 함께 마케팅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한국 업체들이 상품의 질이 높은 데 비해 마케팅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선 그만큼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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