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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대한항공, KAI 인수
[비즈니스] 대한항공, KAI 인수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09.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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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인수로 시너지 극대화” 이해 관계 일치…대주주·채권단 반발로 난항 대한항공이 국내 유일의 항공 부문 통합법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인수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KAI의 대주주들과 채권단 등이 반발하고 나서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이들은 민간 기업의 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입해 주주들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과연 국내 항공기 제조산업을 대한항공이 순탄하게 ‘접수’할 수 있을까. 대한항공은 8월27일 KAI의 대주주사 중 하나인 대우종합기계와 KAI 지분 전체 2596만주(28.1%)를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대략 1020억∼1298억원 선으로 하되, 최종 가격은 최대 60일간의 실사를 거쳐 결정한다.
더 나아가 삼성테크윈과 현대차 등 나머지 대주주사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유상증자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KAI의 지분을 51% 수준까지 끌어올려 경영권을 장악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대한항공은 KAI을 왜 접수하려고 하는 걸까. 산업자원부와 대한항공의 이해 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가 1국 1사 체계에서 국가적인 지원을 통해서 KAI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에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KAI은 지난 99년 빅딜 이후에 통합법인이 출범했지만, 경영 주체의 내부 갈등으로 경영 혼란과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도 KAI을 인수하려는 이유가 나름대로 분명하다.
KAI의 인수를 통해 독점 방산산업을 합쳐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국방비 예산 증액 방침을 밝히자 헬기와 전투기 등의 항공기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인수에 더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국내 단일 메이커라는 이점을 살려 보잉과 에어버스 등의 수주에 탄력을 받을 것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대주주사와 채권단이 주주 권한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삼성 측은 “대한항공이 산업자원부와 인수 문제 등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만큼 사태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역시도 “정부가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KAI 지분 처리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주로서 지분 처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A채권은행 관계자는 “방산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의 지분 구조 변동은 시장 논리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정부가 간섭하는 형태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D채권은행 관계자는 “주인을 찾아 준다는 산자부의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KAI가 지난해 흑자로 돌아선 만큼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고 주장한다.
대한항공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대한항공이 KAI 인수 주체로 적격인가 여부에 대한 논란이다.
대한항공은 상반기 부채비율이 323%에 달하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의 부실 때문에 두 회사의 통합 이후 국제경쟁력 및 수출산업 목표 달성이 오히려 더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한항공의 제작사업본부는 1인당 연간 매출액이 KAI의 35%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인수와 관련해 긍정적인 판단도 만만치 않다.
교통개발원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KAI 인수를 계기로 민수 부문과 방산 부문을 단계적으로 합병하면 시너지 효과와 기술력 제고가 가능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외자 유치를 하면 항공 부문의 국제경쟁력이 크게 증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오히려 대한항공의 KAI 인수 결정이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인수 과정이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찌 됐든 대한항공의 KAI 인수 작업은 시작됐다.
대한항공이 KAI 인수를 통해 항공 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얻을지가 관심사일 뿐이다.
여기에 그 과정에서 대주주사와 채권단의 부정적인 여론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새로운 항공통합법인으로 순항하는 데 변수가 되는 것도 틀림없다.
대한항공의 항공산업에 대한 야망이 어떻게 결론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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